수정 2007-11-15 20:08등록 2007-11-15 20:08

‘자모음 배열순서’부터 차근차근 (hani.co.kr)

‘남북어문 단일규범’ 의견일치 어디까지

chang@hani.co.kr" />한재영 교수(왼쪽)가 토론자로 나섰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ㅇ’ 오는 순서 ‘ㅅ’ 다음으로
단위 의존명사는 붙여쓰기
≪≫는 자료출전 표시때 사용

권재일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가 이날 학술발표회에서 발표한 글 ‘남북 단일 어문규범의 현황과 과제’를 보면 남북 학자들이 서로 다른 어문 규범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데 꽤 성과를 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권 교수는 가장 주요한 성과로 △자모 배열의 순서와 이름 △띄어쓰기 △문장부호에서 의견의 일치를 이뤄낸 점 등을 꼽았다.

‘남북어문 단일규범’

 

글자의 배열 순서에서 남북은 ‘초성 순서에서 ㅇ의 위치’ ‘초성 순서에서 겹자음 ㄲ, ㄸ, ㅃ, ㅆ, ㅉ 위치’ ‘중성 순서에서 겹모음글자 위치’ 등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남쪽에서는 ‘ㅇ’의 위치가 ‘ㅅ’ 다음이지만, 북에서는 ‘ㅇ’이 자음 글자가 다 끝난 뒤 나온다. 이 문제는 남북 분단 이전의 전통적인 방식대로 ‘ㅅ’ 다음에 ‘ㅇ’을 두는 것으로 의논했다고 권 교수는 적었다. 초성의 겹자음은 우리의 경우 ‘ㄱ’ 다음에 ‘ㄲ’이 오지만 북에서는 ‘ㅎ’까지 모두 끝나고 ‘ㄲ, ㄸ, ㅃ, ㅆ, ㅉ’이 차례로 놓인다. 이는 북쪽의 순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현재 홑모음과 겹모음 글자의 순서는 남쪽은 ‘ㅏ ㅐㅑ ㅒ ㅓ ㅔ ㅕ ㅖ ㅗ ㅘ ㅙ ㅚ ㅛ ㅜ ㅝ ㅞ ㅟ ㅠ ㅡ ㅢ ㅣ’ 이며, 북쪽은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ㅐ ㅒ ㅔ ㅖ ㅚ ㅟ ㅢ ㅘ ㅝ ㅙ ㅞ’이다. 이에 대해선 △홑모음 글자를 먼저 배열하고 이어서 곁모음 글자를 배열하며 △홑모음 글자의 배열순서는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로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겹모음 글자의 순서는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권 교수는 밝혔다.

띄어 쓰기에서도 두드러진 성과가 있었다. ‘것, 바, 줄, 수’ 등과 같은 의존명사는 남쪽에서는 띄어 쓰고 있으나 북쪽에선 붙여 쓰고 있다. 남북 학자들은 일반 의존명사는 띄어 쓰는 원칙을 존중하되,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명사는 ‘한명, 두마리’처럼 붙여 쓰기로 이견을 좁히고 있다. 수사는 현행 남쪽 표기 방식대로 만, 억, 조 단위로 띄어 쓰기로 했다. 예컨대, ‘십이억 삼천오백육십만 사천오백팔십’처럼 표기된다. 북에서는 현재 백, 천, 만, 억, 조 단위로 쓰고 있다.

가장 최근 열렸던 지난 10월 중국 선양의 11차 대회에선 문장 부호 단일화에서 상당 부분 의견의 일치가 있었다. 문장부호의 형태, 이름, 기능을 단일화하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예컨대, 북한의 인용표, 거듭인용표 ≪≫, <>와 남한의 큰 따옴표, 작은 따옴표 “”, ‘’의 형태를 모두 받아들이되, 그 기능을 나누기로 했다. “”는 대화를 직접 인용할 때, ≪≫는 책이나 자료의 출전을 표시할 때 사용하기로 했다.

권 교수는 이렇게 의견일치가 이뤄진 경위에 대해 “남한에서도 맞춤법 개정때 마다 ‘ㄱ’을 ‘기윽’으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면서 “이처럼 내부적으로 상대쪽 규범이 합당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서 남과 북이 상대 쪽 규범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논의 진전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역사’냐 ‘력사’냐? 두음법칙 표기 큰 난관절충 아닌 단일화로 접근…서울·평양말 통합도 만만찮아남은 과제 어떤 것 있나

한겨레말글연구소(소장 최인호)는 15일 한겨레신문사 3층 강당에서 ‘남북 단일 어문규범 얼개잡기’를 주제로 하는 제3차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남북 단일 어문규범을 마련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인 △두음법칙 표기 △외래어 표기 △공통어(규범어)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 두음법칙 어떻게 풀까=권재일 서울대 교수는 남북 학자들 사이의 협의 과정을 소개하면서 가장 큰 과제는 ‘역사’와 ‘력사’, ‘여성’과 ‘녀성’의 표기를 단일화하는, 두음법칙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방향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다만 두음법칙에 대해 남북 학자들은 복수표기나 절충이 아닌 어느 한쪽으로 단일화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연구·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음법칙이란 ㄹ계열 낱말(주로 한자어)이 어두에 놓일 경우 소리 대로 표기하도록 한 규정이다. 북한은 1948년 1월 <조선어 신철자법>을 공포하면서 이 원칙을 버렸다. 남쪽의 경우 서양외래어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김정수 교수(한양대)는 이날 발표문 ‘두음법칙 표기 등 어떻게 해야 할까?’에서 두음법칙이 필연적이고 보편적인 규칙이라기보다 ‘임의적이고 한정적인 규칙’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때문에 일관된 적용이나 획일적인 배제는 피해야 한다고 게 그의 판단이다. 사람의 성·이름 등 고유명사는 예외를 인정하는 등 허용 한도를 지금보다 크게 넓힐 필요는 있다고 보았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도 “머릿소리 규칙은 무수한 어휘의 충돌을 무릅쓰고 발음의 편의를 위해 일반 언중이 선택한 것”이고, 그 바탕은 힘 덜 들이기 곧, “노력 경제”라고 짚었다.

민현식 교수(서울대)는 토론에서 “언어적 역사성과 구조적 순리성”을 들어 발표자의 견해에 동의하면서 남북은 이 부문에서 관습 아닌 언어학적 원리에 따라 논의해 적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낼 것을 주문했다. 또 현행 맞춤법에서 두음법칙 조항을 보완할 것도 짚었다. 또 다른 토론자인 한재영 한신대 교수는 남쪽은 한자어를 국어 어휘로 간주하고 있는 반면에 북은 한자어 자체를 외래어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두음법칙 적용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한자어가 국어 어휘의 일부라는 인식을 공유할 때 이 문제는 저절로 해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외래어 표기는=외래어에 대해선 우리말의 한 부분이므로 따로 외래어 표기법을 둘 것이 아니라 한글맞춤법이나 표준어 규정에서 아울러야 하며, 현재처럼 음운 단위가 아닌 낱말 단위로 비교·확정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호철 고려대 교수는 발표글 ‘남북 외래어 표기 차이와 단일화 모색’에서 남쪽 3만7천여 낱말, 북쪽 7900여 낱말 중 일반 외래어 3000여 낱말을 비교한 결과를 소개하면서 “다른 나라의 말을 들여 와 쓰는 외래어는 단어 단위로 인식되므로 단어를 단위로 하여 거기에서 드러나는 각각의 차이를 극복하는 방향에서 통일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어 발음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반영되었는지를 따질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드러나는 우리글의 표기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논의해 통일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을 위한 대원칙으로 △자음 표기에서 경음(ㄲ·ㄸ 등)보다는 격음(ㅋ·ㅌ 등)으로, 경음이나 격음보다는 평음으로 △저모음(ㅐ·ㅏ 등)보다는 고모음(ㅟ ㅡ 등)으로, 후설 모음(ㅜ·ㅗ 등)보다는 전설 모음(ㅣ·ㅔ 등) 쪽으로 선택돼야 한다는 등 14가지 통일안을 제안했다. 현 남북 외래어 표기 규정의 근간은 외래어의 개별 음운 단위를 우리글로 적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토론에 나선 정희원 학예연구관(국립국어원)은 이 원칙에 찬동하면서 “남북의 표기 차이를 단일화하자면 어느 정도 양쪽의 원칙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와 있다”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표기법 원칙의 재론 기회로 삼자고 밝혔다.

 

■ 표준어냐 문화어냐=문화어와 표준어는 두 가지 큰 지역어(평양·서울)로 볼 수 있다. 어느 쪽을 공통어(규범어)로 할 것인지도 첨예한 쟁점이다. 한용운 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은 발표문 ‘표준어와 문화어 통합 방안’에서 공통어 차이는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면서 통일 이전에 비교와 통합이라는 순차적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북에서 차이가 나는 어휘들은 복수 표준어처럼 양쪽 말을 아울러 공통어(규범어)로 함께 다루는 것으로 해결하자고도 했다. 그는 표준어와 문화어 통합 방안으로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들었다. 이로써 남북 어휘 차이를 해소하고 원활한 의사 소통을 하는데 밑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에 나선 이승재 연구관(국립국어원)은 지금까지 써왔던 말보다 앞으로 써 나가야 할 신조어·전문용어 등에 대한 정비작업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끊임없는 조사와 정보교환을 통한 정비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지 않는다면 ‘통합 사전 작업’은 한때의 사건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인호 한겨레말글연구소장은 인사말을 통해 “규범이란 하나의 ‘약속’이어서 낯설면 언중들이 싫어하게 된다”며 “남북 학자 간 회의에서 아직 얼개를 잡지 못한 분야는 토론에서 나온 비판과 제안들을 아울러 충분한 논의를 통해 좋은 틀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 겨레말큰사전2005년 결성된 남북 겨레말큰사전편찬사업회에서 내기로 한 남북공동 국어사전 이름이다. 북쪽의 <조선말대사전>과 남쪽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중심으로 남북에서 쓰는 30만 낱말을 모아 편찬하기로 하였다. 남쪽 편찬위 조재수 편찬실장은 현재 이 사전에 올릴 “30만 낱말을 이번 12월 12차 남북 회의에서 확정할 것”이라며 단일 어문규범 작성과 병행해 올림말 선정을 끝내고 낱말 풀이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은 7년 예정으로 출발했으며, 북쪽은 평양에 사업회를 두고 사회과학원 언어연구소 학자들이 편찬에 참여하고 있다. 1989년 문익환 목사가 방북해 당시 김일성 주석과 합의한 열 가지 항목 가운데, 남북공동 국어사전을 편찬하자고 한 것이 큰 계기가 되어 이 사업회가 출범했다.

 

 

 

한겨레말글연구소 제3회 학술발표회

남북 단일 어문규범 얼개잡기 발표문 및 토론문 모음

 □ 2007년 11월15일 오후 1시30분~6시

□ 한겨레신문사 3층 강당

□ 주최 : 한겨레말글연구소 (전화 : 02-710-0625, www.hanmalgal.org)

□ 후원 : 한글학회, 국립 국어원,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차 례  

 

□ 사회 : 김수업 (우리말교육대학원 원장)

 

 

□ 제1주제 : 남북 어문규범 단일화 현황과 과제………………………2

발표 : 권재일 (서울대 교수)

토론 : 한재영 (한신대 교수)

 

 

□ 제2주제 : 표준어와 문화어 통합 방안 …………………………17

발표 : 한용운 (겨레말큰사전 부실장)

토론 : 이승재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 제3주제 : 남북 외래어 표기 차이와 단일화 모색 …………………32

발표 : 최호철 (고려대 교수)

토론 : 정희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 제4주제 : 두음법칙 표기 등 어떻게 해야 할까? …………………49

발표 : 김정수 (한양대 교수)

토론 : 민현식 (서울대 교수)

 

  

<제1주제>

 

남북 단일 어문규범의 현황과 과제

 

권재일 (서울대학교 교수)

  

1. 머리말

 

그동안 남북의 서로 다른 어문규범에 대한 연구와 또한 그러한 어문규범을 단일화해 보려는 노력이 국어학계, 국어정보학계, 정부기관 등에서 이루어진 바 있다. 하지만 그 성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겨레말큰사전≫ 편찬과 관련하여 남북의 어문규범을 단일화하기 위한 노력에서는 어느 정도 그 성과가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오늘 저는 그동안 ≪겨레말큰사전≫ 편찬에서 남북 어문규범을 단일화하기 위해 의논한 내용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예하여, “우리 나라 력사를 옳바르게 아는것이 중요하다.”라는 문장은 북한에서 쓰는 문장이다. 이 문장을 남한에서 쓰는 어문규범에 따라 쓰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역사를 올바르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역사’에 대하여 북한에서는 ‘력사’라 쓴다. ‘룡천, 리승길’처럼 단어 첫소리에 ‘ㄹ’을 쓰고 있다. ‘올바르다’를 북한에서는 ‘옳바르다’로 표기한다. 그리고 남한에서는 ‘우리나라’를 붙여 쓰나, 북한에서는 ‘우리 나라’처럼 띄어 쓴다. 남한에서는 의존명사를 ‘아는 것이’처럼 띄어 쓰지만, 북한에서는 ‘아는것이’처럼 붙여 쓴다.

 

정도가 심하지는 않지만, 하나씩하나씩 살펴보면 남북이 우리말을 표기하는 데 있어서 적지 않은 차이를 드러낸다. 이러한 차이를 줄여 통일된 표기법 체계를 수립하려는 것이 바로 ‘단일 어문규범’을 작성하는 일이다. 이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만, 앞으로 통일 국가의 글자생활과 세계 곳곳에 사는 우리 민족 모두의 바람직한 글자생활을 위해서 절실히 필요한 과제이다.

 

겨레는 말을 전제로 한다. 오랜 역사를 함께 해 온 우리 민족은 전통에 뿌리 깊은 우리말을 고이 간직해 왔다. 일본 식민정책의 수난 속에서도 우리말을 꿋꿋하게 지켜왔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정치적인 분단으로 육십 년 넘게 남북이 갈려 서로 다른 태도의 언어정책으로 언어생활을 이끌어 왔다. 그 결과 우리말과 우리글은 서로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겨레말큰사전≫은 남북이 함께 추진하는 최초의 우리말 사전이다. 지난 2005년부터 남북이 함께 편찬 사업을 시작하여 지난 달 14일부터 17일까지 중국 선양에서 열린 제11차 편찬회의에 이르기까지 3년간 꾸준히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와 같은, 우리말을 가다듬어 이를 다음 세대에게 이어 주는 남북 공동의 ≪겨레말큰사전≫ 편찬은, 말 속에 녹아 있는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과 얼을 찾아 우리말의 넓이와 깊이를 더하고, 아울러 국가 통일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일이라 믿는다. 이러한 뜻에서, 이제 ≪겨레말큰사전≫ 편찬회의에서 그간 논의되었던 남북의 단일 어문규범 작성에 대해 살펴보고, 앞으로 계속해서 토론해 나아갈 과제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2. 자모 배열 순서와 이름

 

남한에서는 1933년 한글학회에서 제정한 한글맞춤법통일안을 광복 후에도 국가의 공인된 맞춤법으로 삼고 계속 사용해 왔으며, 1989년부터는 이를 조금 고치고 다듬은 새로운 ‘한글맞춤법’을 사용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1954년에 ‘조선어철자법’을 새로 제정해 사용하다가, 1966년 ‘조선말규범집’으로 수정하였다. 남북의 표기법은 이와 같이 서로 교류 없이 각각 시행해 온 결과 차이가 생기게 되었다.

 

먼저 살펴볼 수 있는 남북의 차이는 자음과 모음 글자의 배열 순서이다. 이는 사전에 실을 올림말의 배열을 어떤 순서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된다. 특히 올림말의 배열 순서를 단일화하는 것은 사전 편찬의 첫걸음이다. 그래서 남북의 단일어문규범 작성위원회가 맨 먼저 토론한 것이 바로 자음과 모음 글자의 배열 순서이다. 글자의 배열 순서에서 남북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크게 다음과 같은 네 가지다.

 

 

제1과제: 초성 순서에서 ‘ㅇ’ 위치

제2과제: 초성 순서에서 겹자음 ‘ㄲ, ㄸ, ㅃ, ㅆ, ㅉ’ 위치

제3과제: 중성 순서에서 겹모음글자(11개) 위치

제4과제: 종성 순서에서 겹자음 ‘ㄲ, ㅆ’ 위치

 

첫째, 초성 순서에서 ‘ㅇ’ 위치는 잘 알다시피, 남측에서는 ‘ㅇ’의 순서가 ‘ㅅ’ 다음에 놓이지만 북측에서는 자음 글자가 다 끝난 다음에 ‘ㅇ’이 놓인다. 이것은 남북이 사전을 찾을 때 가장 크게 차이 나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를 단일화하기란 쉽지 않다. 양측 모두 합당한 언어학적 이론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일어문규범 작성위원회가 열린 첫 회의(2005년 가을, 개성)에서 바로 의견을 조정할 수 있었다. 비록 최종적인 결정은 아니지만,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남측의 순서대로 ‘ㅅ’ 다음에 ‘ㅇ’을 두는 것으로 의논하였다.

 

둘째, 초성에 쓰이는 겹자음 ‘ㄲ, ㄸ, ㅃ, ㅆ, ㅉ’ 위치에 대해, 남측에서는 ‘ㄱ’ 다음에 ‘ㄲ’이, ‘ㄷ’ 다음에 ‘ㄸ’이 놓이는 반면, 북측에서는 ‘ㅎ’까지 모두 끝나고 ‘ㄲ, ㄸ, ㅃ, ㅆ, ㅉ’이 차례로 놓인다. 즉, 남측에서는 ‘ㄱ ㄲ ㄴ ㄷ ㄸ ㄹ ㅁ ㅂ ㅃ ㅅ ㅆ ㅇ ㅈ ㅉ ㅊ ㅋ ㅌ ㅍ ㅎ’ 순서로 하고 있으며, 북측에서는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ㅈ ㅊ ㅋ ㅌ ㅍ ㅎ ㄲ ㄸ ㅃ ㅆ ㅉ ㅇ’ 순서로 하고 있다. 이것은 북측의 순서대로 하기로 의논하였다. 결과적으로 초성의 자음 순서는 다음과 같이 의논하였다.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ㄲ ㄸ ㅃ ㅆ ㅉ

 

셋째, 모음에서 겹모음 글자의 순서에 대해, 남측은 ‘ㅏ ㅐ ㅑ ㅒ ㅓ ㅔ ㅕ ㅖ ㅗ ㅘ ㅙ ㅚ ㅛ ㅜ ㅝ ㅞ ㅟ ㅠ ㅡ ㅢ ㅣ’ 순서이고, 북측은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ㅐ ㅒ ㅔ ㅖ ㅚ ㅟ ㅢ ㅘ ㅝ ㅙ ㅞ’ 순서이다. 이에 대해서 우선 다음과 같이 의논하였다. ① 홑모음글자를 먼저 배열하고 이어서 겹모음글자를 배열한다. ② 홑모음글자의 배열순서는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로 한다. 그러나 겹모음 글자의 순서는 ① ㅐ ㅒ ㅔ ㅖ ㅘ ㅙ ㅚ ㅝ ㅞ ㅟ ㅢ, ② ㅐ ㅒ ㅔ ㅖ ㅘ ㅚ ㅝ ㅟ ㅢ ㅙ ㅞ, 두 안을 두고 더 검토하기로 하였다.

넷째, 종성(받침)에서 겹자음 ‘ㄲ, ㅆ’의 순서는 북측 순서대로 모든 자음이 끝난 뒤에 두기로 의논하였다. 결과적으로 종성의 순서는 다음과 같이 의논하였다.

 

ㄱ ㄳ ㄴ ㄵ ㄶ ㄷ ㄹ ㄺ ㄻ ㄼ ㄽ ㄾ ㄿ ㅀ ㅁ ㅂ ㅄ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ㄲ ㅆ

 

글자 이름에 대해서 차이가 나는 것은 홑자음 ‘ㄱ, ㄷ, ㅅ’의 이름과 겹자음 ‘ㄲ, ㄸ, ㅃ, ㅆ, ㅉ’의 이름이다. 남한의 이름은 각각 ‘기역, 디귿, 시옷’, 그리고 ‘쌍기역’ 등이다. 북한의 이름은 각각 ‘기윽, 디읃, 시읏’, 그리고 ‘된기윽’ 등이다. 이러한 글자 이름에 대해서는 ‘ㄱ(기윽), ㄷ(디읃), ㅅ(시읏)’으로, 겹자음은 ‘ㄲ(쌍기윽), ㄸ(쌍디읃), ㅃ(쌍비읍), ㅆ(쌍시읏), ㅉ(쌍지읒)’으로 하기로 의논하였다.

 

  

3. 띄어 쓰기

 

남북의 띄어 쓰기에서 ‘단어 단위로’ 띄어 쓴다는 원칙은 일치한다. 현재 이 원칙에 따라 북한은 붙여 쓰는 경우를 넓게 잡아 규정한 반면, 남한은 극히 일부에 한해 붙여 쓰도록 하거나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한편 남한에서는 1989년에 이전보다는 좀 더 붙여 쓰는 것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었으며, 북한에서는 1966년부터 붙여 쓰는 쪽으로 진행되어 오다가 2000년도 규범에서 일부 띄어 쓰는 쪽으로 수정이 되기도 했지만, 최근 다시 붙여 쓰는 쪽으로 바뀌었다.

 

띄어 쓰기에서 가장 큰 쟁점은 의존명사, 보조용언, 대명사, 수사, 명사 연결체 등의 띄어 쓰기이다. 먼저 의존명사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3.1. 의존명사 띄어 쓰기

 

‘것, 바, 줄, 수’ 등과 같은 의존명사의 경우, 남한에서는 ‘갈 바를 알 수 없다’로 북한에서는 ‘갈바를 알수 없다’로 쓴다. 이 문제는 단어 단위로 띄어 쓰는 원칙을 존중하여 ‘갈 바를 알 수 없다’처럼 띄어 쓰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다만,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명사는 ‘한명, 두마리’처럼 붙어 쓰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즉, 일반 의존명사는 띄어 쓰고,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단위명사)는 앞말과 붙여 쓰는 쪽으로 의논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에서 문법화의 정도가 다르게 취급되는 어휘의 띄어 쓰기는 아직 의논하지 못하고 있다. 문법화 단계가 높은, 양태성을 나타내는 의존명사 부류(예: 리, 번, 법, 사, 상, 성, 수, 줄, 척, 테, 양, 터, 것, 듯, 듯이)의 띄어 쓰기인데, 남측은 아직 문법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단어의 자격을 가진 것으로 보아 띄어 쓰자고 제안하였으나, 북측은 문법화의 단계가 높으므로 붙여 쓰자고 제안하였다. 이에 대하여 남북은 문법화의 정도에 대해 서로 인식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앞으로 더 토론하기로 하였다.

 

한편 남한에서는 접사로 처리하고 북한에서는 불완전명사로 처리하고 있는 경우는 붙여 쓰기로 하였다. ‘가마리, 가웃, 경, 내기, 당, 류, 발, 부, 산, 생, 허, 행, 껏, 끼리, 깨, 또래, 쯤, 여’ 등.

 

3.2. 본용언과 보조용언

 

본용언과 보조용언의 띄어 쓰기도 중요한 논의 과제이다. 남한에서는 ‘가고 있다, 읽게 하였다, 오지 않았다, 먹어 버렸다’처럼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나, 북한에서는 ‘가고있다, 읽게하였다, 오지않았다, 먹어버렸다’처럼 붙여 쓴다. 이에 대해 보조용언을 띄어 쓰되, 어미 ‘-어’ 바로 다음에 오는 보조용언을 앞말에 붙여 쓰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3.3. 대명사와 수사

 

대명사의 경우, 앞말과 띄어 쓴다는 큰 원칙에는 의견을 같이 하였으나, ‘우리글, 우리나라, 우리말’의 경우, 남측은 합성어로 인정하여 붙여 쓰는 것을 제안하였고, 북측은 대명사 ‘우리’와 명사 ‘글, 나라, 말’의 연결체로 보아 띄어 쓰는 것을 제안하였다. 여러 차례 회의 결과, ‘우리+글, 우리+말’은 합성어로 보아 ‘우리글, 우리말’로 붙여 쓰고, ‘우리+나라’는 구로 보아 ‘우리 나라’로 띄어 쓰기로 의견을 모아 가고 있다.

수사의 경우, 만, 억, 조 단위로 띄어 쓰기로 의논하였다. 예를 들면, ‘십이억 삼천오백육십만 사천오백팔십’과 같다.

 

3.4. 명사 연결체

 

명사 연결체의 예를 들면, 남한에서는 ‘통일 대학교 사범 대학’을 원칙으로 하고, ‘통일대학교 사범대학’을 허용한다. 북한에서는 ‘통일대학교 사범대학’으로 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의미 단위별로’ 띄어 쓰는 쪽으로 의논하였다. 즉 ‘통일대학교 사범대학’으로 표기하기로 한 셈이다.

 

고유명의 경우, 이름과 호는 성에 붙여 써서 ‘김양수, 서화담’으로, 지명의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앞말에 붙여 써서 ‘서울시, 평양시’로, 기관·기구·단체 등의 명칭은 의미 단위별로 띄어 써서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평양시 중구역 대동문동’ 등으로 표기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명사 연결체가 합성어가 아닌 경우, 남측은 모두 띄어 쓰기로 하였으나, 북측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붙여 쓰기를 제안하였다. ① 명사끼리 토 없이 결합되어 하나의 대상, 현상, 상태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붙여 쓴다. 예: 공장로동자, 가야금병창, 가상기억장치. ② 앞의 명사를 다시 받는다고 할 수 있는 ‘자신, 자체, 전체, 전부, 전원, 일행, 일가, 일동···’ 은 앞말에 붙여 쓴다. 예: 학생전원, 답사자일행, 지배인자신, 학급전체. ③ 서로 다른 품사가 토 없이 결합되어 하나의 대상, 행동, 상태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붙여 쓴다. 예: 2중영웅, 1호발전기, 7개년계획.

 

 

3.5. 전문용어

 

의미 단위로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토 없이 결합된 단어가 너무 길어 읽고 이해하기 힘들 때에는 의미 단위로 띄어 쓸 수 있도록 하였다. 예를 들면, ‘만성골수성백혈병’, ‘급성복막염’, 그리고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4. 사이시옷

 

사이시옷 표기에 관해서 남북이 의견을 모으기란 매우 어렵다. 남한에서는 주어진 조건에서는 사이시옷을 모두 쓰지만, 북한에서는 원칙적으로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다. 현격히 다른 두 표기법을 단일화한다는 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짐작된다. 그래서 남북은 사이시옷 표기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기 위한 방안을 서로 제시하여 몇 차례 의논하고 있다.

 

현재 남한이 ‘나뭇잎, 냇가, 귓병, 전셋집, 학굣길’로 표기하는 것을 북한에서는 ‘나무잎, 내가, 귀병, 전세집, 학교길’로 표기한다. 이러한 차이를 줄이는 방법은 남한은 사이시옷 표기의 수를 줄이는 것이고 북한은 표기를 늘이는 것이다. 따라서 남측은 여러 차례 제안을 수정해 가면서 다음과 같은 안을 제시하였다.

 

① 고유어와 한자어를 구별하여 순수 한자어에는 사이시옷을 표기하지 않는다.

② 합성어의 앞말이 고유어인 것 중 남과 북의 발음이 일치하는 경우(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 ‘ㄴ’이 덧나는 경우)는 사이시옷을 표기한다.

 

이렇게 하면, ‘나뭇잎, 냇가, 귓병, 전세집, 학교길’로 표기하게 된다. 이에 대해 북측은 다음과 같은 안을 제시하였다.

 

≪조선말대사전≫에서 ‘고유어+고유어, 고유어+한자어’에 한하여 사이시옷이 나는 단어와 나지 않는 단어가 동음이의어의 관계에 있으면 사이시옷이 나는 단어에 사이시옷을 받쳐 적는다.

 

이에 따르면, ‘비바람’과 ‘빗바람’, ‘새별’과 ‘샛별’, 더 나아간다면 ‘내가 냇가로 간다’ 정도에서 사이시옷을 쓰게 된다. 그러나 남북의 이러한 제안으로서는 차이를 줄이기는 어렵다. 다만, 북측에서 사이시옷을 ‘사이표’ 개념으로 논의하면 사이시옷 표기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것은 남측에서 제안한 환경에 사이시옷이란 개념이 아닌 사이표라는 개념으로 표기하자는 뜻으로 이해된다.

 

 

5. 두음법칙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위한 단일 어문규범 작성에서 아마도 ‘역사’와 ‘력사’, ‘여성’과 ‘녀성’의 표기를 단일화하는, 두음법칙에 관한 것이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남북이 조금씩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아직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먼저 2006년 9월 평양에서 열린 제7차 편찬회의의 논의 내용을 소개한다.

 

남측과 북측은 두음법칙 표기에 대해 각 측의 서로 다른 입장을 확인하고, 앞으로 양측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두음법칙 표기를 단일화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일에 남북이 함께 노력하기로 하였다. 문제 해결 방안으로 ① 어느 한쪽으로 단일화하는 방안, ② 복수 표기를 인정하여 두 표기형을 올림말로 다 올리는 방안, ③ ‘ㄹ’ 두음과 ‘ㄴ’ 두음을 분리해서 처리하는 방안 등이 언급되었다. 특히 북측은 ④ 사회적인 충격이 큰, 빈도수가 높은 단어(약 120개)에만 복수 표기를 인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들 방안 중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방안은 ①이라는 데 남북이 인식을 같이하면서, 사전의 올림말과 뜻풀이에 가장 합리적인 단일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토론하기로 하였다.

이에 대해 2006년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8차 편찬회의에서 토론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본적으로는 제7차 편찬회의에서 논의한 내용과 같은 방향을 재확인한 셈이지만, 좀 더 방향이 뚜렷해졌다.

 

① 두음법칙의 단일화에서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은 남북 어느 한쪽의 것으로 두음법칙을 단일화하는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 (이것을 당시 편찬회의 내용을 소개한 신문 기사에서는 “두음법칙 절충 불가”라고 단호하게 표현하였다.)

 

② 다만, 두음법칙 문제는 남북 모두에게 사회적인 큰 충격을 줄 수 있으므로, 이 점을 고려하여 이론적·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연구·논의한다.

  

 

6. 문법 형태와 개별 단어

 

실제적으로 사전에서 올림말과 뜻풀이에서 개별 표기를 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문법 형태와 개별 단어의 표기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토론하였던 주요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아/-어’

2. 문법 형태의 된소리 표기

3. 접미사가 붙어서 된 말

4. ‘-이오/-이요’

5. 불규칙 용언

6. 합성어 및 접두사가 붙어서 된 말

7. ㄷ‘ 받침 표기

8. ‘ㅂ’이 덧나는 말

9. ‘하’의 줄어듦

 

 

먼저 ‘-어/아’에 대한 논의에 대해 살펴보자. 이것은 ‘되다’의 경우, 남한에서는 ‘되어, 되었다’로 표기하는 것이며, 북한에서는 ‘되여, 되였다’로 표기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단일안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이다. 이 단어의 사용 빈도가 높아 어느 쪽으로 단일화하기가 매우 어려운 편이다.

 

문법 형태의 된소리 표기와 관련하여, 남측은 표음주의에 따라 ‘-(으)ㄹ까?, -(으)ㄹ꼬?, -(으)ㄹ쏘냐?, -(으)ㄹ께’로 표기하자고 제안하였으며, 북측은 ‘-(으)ㄹ가?, -(으)ㄹ고?, -(으)ㄹ소냐?, -(으)ㄹ게’로 표기하자고 제안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표음주의에 따라 ‘-(으)ㄹ까?, -(으)ㄹ꼬?, -(으)ㄹ쏘냐?, -(으)ㄹ께’ 등으로 표기하기로 의논하였다.

 

그밖에 형태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의논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불규칙 용언의 경우, ① ‘-다마다/-다 말다’를 모두 인정한다. ② ‘가까와’ 류는 ‘가까워’로 한다. ③ ‘허예, 누레’ 류는 ‘허얘, 누래’로 한다. 그리고 ‘하’가 줄어드는 경우는, ① ‘하’가 줄어든 형태는 사전의 올림말이 되지 않으므로 다루지 않되, 뜻풀이에서는 가능한 한 줄이지 않고 원래의 형태를 모두 살려 쓴다(‘넉넉지 않다/넉넉치 않다’를 쓰기보다는 ‘넉넉하지 않다’를 쓴다). ② ‘아무튼/아뭏든, 하마터면/하마트면’은 ‘아무튼’, ‘하마트면’으로 한다.

 

‘볍씨/벼씨’, ‘햅쌀/햇쌀’, ‘수캐/수개’, ‘암탉/암닭’, 쇠고기/소고기’ 류는 둘 다 인정하되, 뜻풀이의 기준이 되는 어휘 선정은 추후 논의하기로 하였다. ‘오뚝이/오또기, 곰곰이/곰곰히, 더욱이/더우기, 일찍이/일찌기, 넋두리/넉두리, 빛깔/빛갈, 맛깔/맛갈’ 등은 각각 ‘오뚝이, 곰곰이, 더욱이, 일찍이, 넋두리, 빛깔, 맛깔’ 등으로, ‘널판때기/널판대기, 곱뻬기/곱배기, 곰기다/곪기다, 물꼬/물고’ 등은 각각 ‘널판대기, 곱배기, 곪기다, 물고’ 등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7. 문법 용어: 품사 명칭

 

문법 용어와 관련해서는 우선 품사와 그 명칭에 대해 주로 토론하였다. 무엇보다도 남한의 조사와 어미, 북한의 토와 같은 문법 형태소에 대한 단일화가 주된 과제였다. 이러한 우리말의 문법 형태소의 품사 귀속 문제는 오랜 논의의 산물이다. 체언과 관련한 문법 형태소, 용언과 관련한 문법 형태소를 각각 A, B라 할 때, 제1유형: A, B 모두를 단어로 보는 관점, 제2유형: A, B 모두를 단어로 보지 않는 관점, 제3유형: A만 단어로 보고 B를 단어로 보지 않는 관점이 있다. 북한 문법의 토가 바로 제2유형이며, 남한 문법의 조사와 어미가 제3유형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각각 확고한 논리를 가지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어느 한쪽으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말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이 문제는 우선 다음과 같이 의논하였다.

 

① 문법 형태소는 ‘토’라는 범주로 단일화한다.

② ‘토’의 하위범주는 따로 두지 않는다. 다만, 뜻풀이에서 ‘조사’ 및 체언토는 ‘체언 뒤에 붙는 토’, ‘어미’ 및 ‘용언토’는 ‘용언 뒤에 붙는 토’로 뜻풀이한다.

 

품사와 그 하위 명칭에 대해 의견을 같이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품사 명칭에서 서로 다른 것은 ‘감탄사’와 ‘감동사’인데, 이는 감탄사로 하기로 하였다.

 

1. 명사

보통명사/고유명사, 자립명사/의존명사 (단, 뜻풀이에서 ‘단위명사’는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로, ‘말뿌리적명사’는 ‘어근명사’로 뜻풀이한다.)

 

2. 대명사

인칭대명사: 1인칭, 2인칭, 3인칭, 부정칭, 지시대명사, 의문대명사

 

3. 수사

수량수사, 순서수사

 

4. 동사

자동사/타동사, 자립동사/보조동사

 

5. 형용사

성질 및 상태 형용사 (단, 뜻풀이에서 문맥에 따라 ‘성질형용사’와 ‘상태형용사’로 나누어 뜻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성상형용사’라는 용어는 쓰지 않는다), 지시형용사, 자립형용사/보조형용사

 

6. 관형사

성질 및 상태 관형사 (단, 뜻풀이에서 문맥에 따라 ‘성질관형사’와 ‘상태관형사’로 나누어 뜻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성상관형사’라는 용어는 쓰지 않는다), 수량관형사

 

7. 부사

부사의 하위범주는 사전 뜻풀이에서 제시하지 않는다.

 

8. 감탄사

감탄사/감동사는 ‘감탄사’로 한다.

감탄사의 하위범주는 사전 뜻풀이에서 제시하지 않는다.

 

  

8. 외래어 표기

 

남북의 외래어 표기가 다르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우선 ‘ㄱ’ 항에서 올림말후보에서 외래어를 살펴보면 남북이 같은 것은 ‘가솔린(gasoline), 가운(gown), 가제(Gaze), 게놈(독Genom), 게릴라(에guerilla), 고릴라(gorilla), 고무(gomme), 골프(golf), 그리스(grease), 기타(guitar)’ 등 85개이며, 서로 다른 것은 ‘가스탱크(gas tank)/가스탕크(gastank), 갈륨(gallium)/갈리움(gallium), 갱(gang)/깽(gang), 고딕(Gothic)/고지크(gothic), 그래픽(graphic)/그라휘크(graphic), 카피(copy)/꼬삐(copy), 캠페인/깜빠니야’ 등 86개이다. 위와 같은 현실에서 지금까지 남북이 함께 의논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겨레말큰사전≫의 올림말로 올릴 외래어의 수를 줄인다.

2. 남북 외래어 표기 규정 자체에 대한 검토는 논외로 한다.

3. 남북의 표기가 같은 외래어는 그대로 인정하며, 같지 않은 것은 개별 음소에 따라 표기하는 방법을 취하지 않고, 외래어의 개별 단어를 낱낱이 대비하여 각각 단어를 알맞게 표기하는 방법을 취한다.

4. 남북의 차이가 나는 외래어 표기 가운데 양측이 합의하기 어려운 것은 공동의 원칙을 세워 일률적으로 처리한다.

5. 다만, 공동의 원칙을 세워 외래어 표기 단일화 작업을 할 때 발음 습관이 다른 외래어(관용 외래어)와 원어가 다른 외래어에 대해서는 복수 표기를 인정할 수 있다.

 

9. 문장부호

 

그간 문장부호를 단일화하기 위해 그동안 몇 차례 토론을 거듭하였는데, 지난 달 제11차 회의에서 상당 부분 의논을 마무리하였다. 형태, 이름, 기능을 단일화하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예를 들면, 북한의 인용표, 거듭인용표 ≪ ≫, < >와 남한의 큰따옴표, 작은따옴표 “ ”, ‘ ’의 형태를 모두 받아들이되, 그 기능을 나누었다. 대화를 직접 인용하는 경우에는 “ ”를 사용하고, 책이나 자료의 출전을 표시할 때에는 ≪ ≫를 사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 }, ;(북:반두점), ․(남:가운뎃점) 등은 두지 않기로 의논하였다.

 

 

10. 맺음말

 

지난 2005년 11월 개성에서 열린 제4차 ≪겨레말큰사전≫ 편찬회의에서 시작한 단일 어문규범 작성을 위한 회의는 2007년 10월 중국 선양에서 열린 제11차 편찬회의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열렸다. 두 해 동안이었지만, 서로 의논한 부분도 꽤 있으며, 앞으로 토론을 지속적으로 하기로 한 부분도 꽤 된다. 토론을 계속할 부분 가운데는 앞으로 의견을 쉽게 모을 수 있는 내용도 있지만, 끝까지 어려울 내용도 있다. 두음법칙 표기가 그 대표적이다. ‘역사’와 ‘력사’, ‘여성’과 ‘녀성’의 표기를 단일화하는 것이 아마도 단일 어문규범 작성에서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성공적으로 이루며, 더 나아가서는 서로 달라진, 그리고 흩어진 우리말을 모아 가다듬어 길이 보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남북 모두가 마음속에 품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 할지라도 가장 합리적으로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의논은 ≪겨레말큰사전≫ 편찬에서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의 어문규범이 실질적으로 단일화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폭넓은 의견 수렴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오늘 이어질 토론은 뜻깊을 것이라 믿는다.

 

 

권재일 교수의 ‘남북 단일 어문규범의 현황과 과제’에 대한 토론

 

한재영(한신대학교)

 

 

1. 권재일 선생님께서 말씀하여 주신 내용, 잘 들었습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 준비 과정에 있었던 문제 가운데, 어문규정과 관련한 문제를 정리하여 발표하여 주셨습니다.

 

선생님의 발표에 대한 저의 견해를 말씀드리기 전에, ≪겨레말큰사전≫ 편찬에 대하여 그동안 저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은 먼저 말씀드릴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남북 공동의 사전 작업을 하기 위하여 극복하여야 할 문제가 과연 극복할 수 있는 정도의 문제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우려가 너무도 컸기 때문입니다.

 

사전에는, 사전을 구성하는 모든 측면에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정의항의 내용이 되는 미시구조의 기술에는 물론이거니와, 표제항과 관련한 거시구조의 구성요소들에도 철학은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전인 것입니다. 상반되는 두 철학을 하나의 그릇에 담는 작업은 현실이 아닌 상상 속에서도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잠시 ‘문화어’라는 어휘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가. 문화어 북한에서, 평양의 말을 중심으로 노동 계급의 이상 및 생활 감정에 맞도록 규범화한 말. 사회 언어학 및 방언학의 ‘표준어’ 개념에 해당한다.

나. 문화어 주권을 잡은 로동계급의 당의 령도밑에 혁명의 수도를 중심지로 하고 수도의 말을 기본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로동계급의 지향과 생활감정에 맞게 혁명적으로 세련되고 아름답게 가꾸어진 언어. 사회주의민족어의 전형으로서 전체 인민이 규범으로 삼는 문화적인 언어이다. 우리의 문화어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주체적인 언어사상과 당의 올바른 언어정책에 의하여 공화국북반부에서 혁명의 수도 평양을 중심지로 하고 평양말을 기준으로 하여 우리 인민의 혁명적지향과 생활감정에 맞게 문화적으로 가꾸어진 조선민족어의 본보기.

 

(1-가)는 우리의 ‘표준국어대사전’의 내용이고, (1-나)는 북한 사전의 내용입니다. (1-가)에서 취하고 있는 북한어에 대한 기술 태도는 ‘《표준국어대사전》 편찬 지침Ⅰ·Ⅱ(국립국어원 2000년 8월)’에서 살필 수 있습니다. 다음의 (2)가 그것입니다.

 

(2) 뜻풀이는 일반어이든 전문어이든 남한의 어휘로 뜻풀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뜻풀이의 띄어쓰기나 맞춤법도 남한의 어문 규범에 따른다.

 

가. 특정 수식어 구 삭제 : 김일성, 김정일이나 공산주의 체제를 찬양하는 수식어 구는 가능한 삭제하며 김일성, 김정일을 뜻풀이에서 보일 필요가 있을 때는 경칭을 생략한다.

 

나. 전환 : 가치 명제는 사실 명제로 전환하여 집필하며 표제어가 지닌 고유한 의미를 설명하기 위한 경우 이외에 가치 개념을 드러내는 어휘는 뜻풀이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문화어 … 로동계급의 지향과 생활감정에 맞게 혁명적으로 세련되고 아름답게 가꾸어진 언어~.

⇒ #5「명」「북」 북한에서, 평양의 말을 중심으로 노동 계급의 이상 및 생활 감정에 맞도록 규범화한 말. 사회 언어학 및 방언학의 ‘표준어’ 개념에 해당한다.

 

다. 쉬운 남한어로 바꾸기 : 북한 사전의 뜻풀이에 쓰인 말이 북한 사전에만 있되 대응되는 남한어를 찾을 수 있으면 이해하기 쉬운 남한 사전의 표제어로 바꾸거나 풀어서 뜻풀이한다.

 

쑬꺼덕쑬꺼덕 #5「부」「북」 큰 것들이 마디진 동작으로 쉽게 쑬쑬 들어가거나 빠져나가는 모양. ⇒ #5 「부」 「북」 큰 것들이 쉽게 쑥쑥 들어가거나 자꾸 빠져나가는 모양.

 

☞ 북한어 ‘쑬쑬’을 대당되는 남한 어휘 ‘쑥쑥’으로 바꿔 준 경우.

 

라. 남한어 표기법으로 바꾸기 : 《조선말대사전》 뜻풀이에 쓰인 북한식 표기법은 남한식으로 바꿔 준다.

 

가늠교예 [명] 몸의 가늠힘을 리용하여 갖가지 재주를 부리는 교예의 한가지. 바줄타기, 어깨재주, 사다리재주 같은것이 이에 속한다. ⇒ #5 「명」「북」 몸의 평형 감각을 이용한 곡예. 밧줄이나 사다리를 타거나 어깨를 이용하여 묘기를 보인다.

 

우리의 국어사전을 기술할 때에 북한어에 대하여 취하였던 이들 태도는 역으로 북한에서의 사전 기술에도 적용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어느 한 쪽의 양보를 기대하기란 그리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문제를 가지지 않는 어휘만을 대상으로 삼아 수록 어휘수를 대폭 줄이게 된다면, ≪겨레말큰사전≫이라는 사업의 취지가 유지되기 힘들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의 발표 내용에는 반영이 되지 않았습니다만, 남과 북의 어휘 의미 차이를 동음이의어나 다의어 관계로 다루게 될 경우 그들의 배열 순서를 결정하는 일도 적지 않은 문제가 될 것입니다.

 

남북 공동의 사전 편찬 작업에 대한 또 다른 회의의 까닭으로는 구체적인 사전이용자의 상정이 쉽지 않다는 점과, 그들의 사전 이용의 목적도 역시 분명하여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들 수 있습니다. 남과 북의 사람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사전을 염두에 두고 사전을 편찬한다고는 하나, 사전이용자 개개인은 결국 남과 북 어느 한 쪽의 사람이기 때문이며, 사전 이용의 목적에 따라 내용 기술의 폭과 깊이가 정하여지게 되고, 문형 정보나 문법 정보 등의 처리 양상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인 바, 사전 이용자들의 이용 목적 상정이 어렵다는 것은 구체적인 사전의 모습을 그리는 데에 장애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전은 사전 집필자들의 것이 아니라 사전 이용자들의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의 언어를 한 자리에 담고자 하는 ≪겨레말큰사전≫의 편찬 작업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하나의 그릇에 상반된, 그리하여 조화롭기는 어려운 철학을 담기 위해서는 보다 정확한 현실 파악과 그 대응 방안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타협이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를 가리고, 쉬운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로 타협을 할 것인지,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그 까닭이 무엇이며, 타결 방안으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에 대한 확인 정리 작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를 위해서는 먼저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분명히 하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 견해를 달리하는 문제의 본질이 국어학적 또는 국어사적으로 설명이나 이해가 가능한 문제인가? 사전을 이용하는 이들의 편의가 전제되어 있는가?

 

오늘 이 자리가 바로 그러한 태도를 점검하는 의미를 가지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권재일 선생님께서 말씀하여 주신 내용을 중심으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3. 오늘 말씀하여 주신 내용은 ‘남북 어문규범 단일화’를 위한 논의의 진행 과정과 당면 과제에 관한 것으로, ‘자모 배열 순서와 이름, 띄어쓰기, 사이시옷, 두음법칙, 문법 형태와 개별 단어, 문법 용어로서의 품사의 명칭, 외래어 표기, 문장부호’ 등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 먼저, ‘자모 배열 순서와 이름’입니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네 가지 문제에 대하여 논의가 있었음을 말씀하여 주셨습니다.

 

제1과제로 드신, 초성 순서에서 ‘ㅇ’ 위치는 바로 의견을 조정할 수 있었으며, 최종적인 결정은 아니지만,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남측의 순서대로 ‘ㅅ’ 다음에 ‘ㅇ’을 두는 것으로 의논하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전통도 전통이거니와, 사전에서의 배열 순서가 초성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중성과 종성의 배열 순서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적절한 결론을 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초성의 ‘ㅇ’이 음가를 가지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취하였던 북의 자모 배열 순서에 부분적인 모순이 있었던 것을 바로 잡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사전에 올릴 때의 배열 순서가, 발음이 아니라 문자 자체만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어 온당한 처리라고 생각합니다. 발음을 모르는 외국인이 한국어 관련 사전을 이용할 경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제2과제로 드신 초성 순서에서 겹자음 ‘ㄲ, ㄸ, ㅃ, ㅆ, ㅉ’ 위치를 북측의 순서대로 하여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ㄲ ㄸ ㅃ ㅆ ㅉ’으로 하기로 한 것이나, 제4과제로 드신 종성 순서에서 겹자음 ‘ㄲ, ㅆ’ 위치를 북측 순서대로 모든 자음이 끝난 뒤에 두기로 의논하여 ‘ㄱ ㄳ ㄴ ㄵ ㄶ ㄷ ㄹ ㄺ ㄻ ㄼ ㄽ ㄾ ㄿ ㅀ ㅁ ㅂ ㅄ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ㄲ ㅆ’으로 하기로 한 것은 ‘ㅇ’의 처리 방식과는 상반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제3과제인 중성 순서에서의 겹모음글자(11개) 위치에 대해서는 더 검토하기로 하셨다고 하셨습니다. 그 경우에도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홑모음글자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다음에 겹모음 글자를 배열하기로 한 기준을 적용하여 두 번째 안인 ‘ㅐ ㅒ ㅔ ㅖ ㅘ ㅚ ㅝ ㅟ ㅢ ㅙ ㅞ’로 정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글자 이름에 대해서는 우리도 한글맞춤법을 정하는 과정에서 제기하였던 문제입니다. 초성과 종성 자리에 오는 모습을 일관성 있게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ㄱ(기윽), ㄷ(디읃), ㅅ(시읏)’으로, 겹자음은 ‘ㄲ(쌍기윽), ㄸ(쌍디읃), ㅃ(쌍비읍), ㅆ(쌍시읏), ㅉ(쌍지읒)’으로 하기로 한 것은 적절한 결론이라고 생각합니다.

 

⒝ 띄어쓰기는 그리 쉽지 않은 문제이기는 합니다만, 남과 북의 원칙에 차이는 없습니다. ‘단어 단위로 띄어 쓴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일단은 원칙에 충실한 것이 사용상의 오류를 줄이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할 것입니다. 띄어쓰는 근본 취지가 독서 능률의 효율성 증대에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합성어와 구에 대한 분명한 구분 기준을 마련할 수만 있다면 원칙을 지켜나가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보조용언을 띄어 쓰되, 어미 ‘-어’ 바로 다음에 오는 보조용언을 앞말에 붙여 쓰는 것으로 처리한다든가, ‘우리글, 우리말’로 붙여 쓰고, ‘우리+나라’는 구로 보아 ‘우리 나라’로 띄어 쓰는 것은 일관성 유지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말씀 드릴 필요가 있을 것같습니다.

 

⒞ 사이시옷 문제는 남에서도 맞춤법 개정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논의가 되어 왔던 문제입니다. 남과 북이기 때문에 의견을 모으기가 어려운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남과 북이 공감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도 있음을 뜻합니다. 문제는 결국 이름을 어떻게 붙이든 간에 사이시옷을 사용할 것인가 아닌가 하는 것으로 모아지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사용상의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면 차라리 문제의 소지 자체를 없애는 북의 방식이 한 가지 표면적인 해결 방안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문제의 해결이라기 보다는 문제의 회피 또는 문제 해결의 포기가 아닌가 합니다.

권재일 선생님께서는 남과 북 사이의 사이시옷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남한은 사이시옷 표기의 수를 줄이는 것이고 북한은 표기를 늘이는’ 방안을 말씀하시면서, ‘① 고유어와 한자어를 구별하여 순수 한자어에는 사이시옷을 표기하지 않고, ② 합성어의 앞말이 고유어인 것 중 남과 북의 발음이 일치하는 경우(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 ‘ㄴ’이 덧나는 경우)는 사이시옷을 표기하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제안은 바로 다음과 같은 예들에 의해 그리 좋은 방안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불고기, 물고구마; 물고기’ 등이 그것입니다.

 

북에서 제안한 내용도 그리 개운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고유어+고유어, 고유어+한자어’에 한하여 사이시옷이 나는 단어와 나지 않는 단어가 동음이의어(*제가 보기에는 동철이의어가 아닌가 합니다만)의 관계에 있으면 사이시옷이 나는 단어에 사이시옷을 받쳐 적는다는 것이 ‘나무집, 나뭇집’과 같은 경우에는 산뜻하여 보이지만, 한자어도 포함하게 되면 ‘책상다리[책상다리], 책상다리[책상따리]’와 같은 예들의 처리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지금으로는 일단 북의 제안이 보다 합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다음은 두음법칙에 관한 문제입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위한 단일 어문규범 작성에서 두음법칙에 관한 것이 가장 큰 과제일 것’이라고 하실 만큼 부담이 되는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그의 해결 방안으로 ‘① 어느 한쪽으로 단일화하는 방안, ② 복수 표기를 인정하여 두 표기형을 올림말로 다 올리는 방안, ③ ‘ㄹ’ 두음과 ‘ㄴ’ 두음을 분리해서 처리하는 방안’ 등 있는 바, 어느 한쪽으로 단일화하자고 이야기되었으며,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연구·논의’하기로 하였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한쪽이 북이 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음법칙과 관련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과 북에서 각각 한자어에 대한 두음법칙의 적용에 차이를 보이는 까닭은 한자어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남에서는 한자어에 대하여 그를 한자로 표기하든 하지 않든 간에 국어 어휘로 간주하고 있는 반면에, 북에서는 한자어 자체를 외래어로 생각하여 표기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어 어휘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서 국어 어휘의 충분한 생산력을 가지고 있는 한자어를 외래어로 다루는 데에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양보하여 한자어를 외래어로 다룬다고 하더라도, 한자어에 두음법칙을 적용하는 데에는 여전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외래어의 표기 원칙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외래어를 원음에 가깝도록 적는다는 원칙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외래어가 차용어로서 국어 어휘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으며, 외래어의 표기가 외국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과는 거리가 먼 표기 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여러분들께서 그와 유사한 주장을 펴신 바가 있습니다만, 2007년 11월 6일자 동아일보 기사의 일부를 다음의 (3)에 잠시 소개하기로 하겠습니다.

 

⑶ 중국의 陝西(섬서)와 山西(산서)는 우리식 독음으로 확연히 구별할 수 있고 중국어로도 성조로 구별이 가능하지만, 현행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둘 다 ‘산시’가 돼 구별이 안 된다.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은 그대로 ‘개선문’으로 부르면서 중국의 天安門은 ‘톈안먼’으로 부르는 것이나 珠江을 한국어 발음인 ‘주강’도 아니고 중국어 발음인 주장도 아닌 주장강(珠江江)으로 부르는 것도 언어의 주체성 상실이 가져온 결과라는 것이다. 신해혁명을 전후해 그 이전 인명과 지명은 우리식 독음으로, 그 이후의 것은 중국식 독음으로 표기한다는 기준의 자의성도 여전히 질타를 받았다.

 

두음법칙의 적용과 관련한 표기 문제는 한자어가 국어 어휘의 일부라는 인식을 공유하게 되거나, 외래어 표기가 외국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아울러 우리의 외국어 표기 원칙이 실은 외국인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저절로 해결이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권재일 선생님의 발표 내용 가운데 “끝까지 어려울 내용도 있다. 두음법칙 표기가 그 대표적이다. ‘역사’와 ‘력사’, ‘여성’과 ‘녀성’의 표기를 단일화하는 것이 아마도 단일 어문규범 작성에서 가장 큰 과제일 것”이라고 하신 문제에 대한 유효한 해결 방안이 될 것입니다.

 

⒠ 문법 형태와 개별 단어의 문제는 어찌 보면 가장 지리한 논의 과정을 남기고 있는 과제라고 할 것입니다. 개별 문법 형태 하나하나와 개별 어휘 하나하나가 모두 각각의 개별적인 사연과 문제를 가지고 있을 것을 짐작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그들 각각에 대한 견해를 말씀드리기는 적절하지 않은 듯합니다.

 

⒡ 문법 용어로서의 품사의 명칭과 문장 부호에 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습니다. 이는 넉넉히 양보를 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현상이지, 이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용어의 선택에 지나치게 고유어 사용만을 추구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용어와의 조화와 일관성, 그리고 생산성 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4. 끝으로 사전은 사전편찬자의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전 이용자들의 것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하면서 작업이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남과 북이 모처럼 함께 의논하며 만든 사전인 만큼 남과 북에서 모두 잘 활용할 수 있는 사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출처; 한겨레말글연구소

 

 

<제2주제>

 

표준어와 문화어의 통합 방안

 

한용운(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1. 머리말

 

체제가 다른 상황에서 반세기가 넘는 시간을 교류 없이 지내오면서 남북의 우리 겨레는 사유 방식과 생활 방식 등 여러 분야에서 동질성을 잃어 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언어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남북의 어문 규범에 차이가 생겼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어휘에도 적지 않은 차이가 생기게 되었다.

 

그러나 언어 면에서 남북의 차이는 언어 체계나 구조의 차이가 아니라 대부분 어휘 면에서의 차이에 국한되는 것이다. 어휘 면에서의 차이는 형태상의 차이와 의미상의 차이로 구분할 수 있다. 어휘 형태상의 차이는 대부분 남과 북이 각각 제정한 어문 규범이 어휘에 적용되면서 비롯된 것이다. 광복 후 남에서는 서울말을 바탕으로 한 ‘표준어’를 규범어로 정했고, 북에서는 평양 등지의 북부 지역 말을 바탕으로 한 ‘문화어’를 규범어로 정했다. 이렇게 각각의 수도를 중심으로 표기법과 발음 규정이 만들어지면서, 남북 어휘에 형태상의 차이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휘 의미 면에서의 차이는 대부분 남북의 이념과 체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를 들면 남측에서 ‘동무’는 ‘늘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의 뜻으로 쓰이는 데 비해, 북측에서는 이러한 뜻 외에 ‘혁명위업을 이룩하기 위하여 함께 싸우는 사람’의 뜻으로도 널리 쓰인다. 특히 북한에서는 언어를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으로서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이념과 체제를 굳건히 다지기 위한 도구로 보아, 이념과 체제와 관련된 많은 새말을 만들었고 기존의 낱말에 새로운 의미를 추가하기도 하였는데, 남북의 어휘 차이는 이러한 요인들에 의해 비롯된 것이 많다.

 

현재 상황에서 남북의 이러한 어휘의 차이를 단번에 해소할 수는 없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규범어 통일을 위한 단계를 하나하나 거쳐야 할 것이다. 규범어 통일을 위해 상정해 볼 수 있는 단계로는 ‘남북 규범어 비교 - 남북 규범어 통합 - 남북 규범어 통일’이 있다. 우선 남북 규범어에 대한 비교∙연구를 통해 서로의 규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아울러 그 차이점을 밝히는 단계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이러한 차이점을 줄이기 위해 남북 규범어를 통합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단계를 거치고, 체제가 통일된 뒤에야 비로소 규범어의 완전한 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남북 규범어의 통일을 지향하되, 현재는 남북 규범어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글에서는 남북의 규범어를 비교∙검토한 뒤에, 이러한 차이를 통합하기 위한 방안으로 남북 공동 사전편찬을 제안하고자 한다. 아울러 현재 남북의 상황을 고려하여 곧바로 실행할 수 있는 통합 방안도 함께 제안하고자 한다.

 

 

 

2. 표준어와 문화어의 차이

 

1954년에 ≪조선어철자법≫이 북측에서 전면적으로 시행되기 전까지 우리 겨레는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1940)을 바탕으로 한, 하나의 규범으로 언어생활을 해 왔다. 이후 남측에서는 ≪개정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1958)을 거쳐, 현재는 1988년에 문교부에서 고시한 ≪한글 맞춤법≫ 및 ≪표준어 규정≫에 따른 어휘를 ‘표준어’라 하여 규범어로 정하고 있는데, 기본적인 내용은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1940)에 비해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반면 북측에서는 ≪조선어철자법≫(1954)을 거쳐 ≪조선말규범집≫(1966)을 제정하고, 이를 다시 수정∙보완한 ≪조선말규범집≫(1988)에 따른 어휘를 ‘문화어’라 하여 규범어로 정하고 있는데, 여러 면에서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1940)과 달라졌다.

 

현재, 남측의 어문 규범은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로마자 표기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비해 북측의 어문 규범은 ‘조선말규범집’, ‘외국말적기법’, ‘로마자표기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북의 규범집에서 규범으로 제정된 항목은 거의 비슷한데, 다만 책의 구성에서 일부 차이가 있다. 즉 남측에서는 ‘맞춤법’에 ‘띄어쓰기’와 ‘문장부호’ 규정을 포함시켜 놓은 데 비해, 북측에서는 ‘조선말규범집’에 ‘맞춤법’과 별도로 ‘띄여쓰기’, ‘문장부호법’을 규범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남측에서는 ‘표준어 규정’을 별도 규범으로 정하고 있는 반면, 북측에서는 문화어 규범을 따로 정하지 않고 ≪조선말규범집≫(1988)에 ‘문화어발음법’으로 대체되어 있는 점도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표준어’와 ‘문화어’에 대한 정의를 남과 북의 사전에서 찾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표준어(標準語)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으로서의 언어. 의사소통의 불편을 덜기 위하여 전 국민이 공통적으로 쓸 공용어의 자격을 부여받은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표준국어대사전≫(1999))

 

(2) 문화어(文化語)

주권을 잡은 로동계급의 당의 령도밑에 혁명의 수도를 중심지로 하고 수도의 말을 기본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로동계급의 지향과 생활감정에 맞게 혁명적으로 세련되고 아름답게 가꾸어진 언어. 사회주의민족어의 전형으로 전체 인민이 규범으로 삼는 문화적인 언어이다. 우리의 문화어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주체적인 언어사상과 당의 옳바른 언어정책에 의하여 공화국북반부에서 혁명의 수도 평양을 중심지로 하고 평양말을 기준으로 하여 우리 인민의 혁명적지향과 생활감정에 맞게 문화적으로 가꾸어진 조선민족어의 본보기이다.(≪조선말대사전≫(1992))

 

≪한글 맞춤법≫(1988)에서의 ‘표준어’ 개념은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의 ‘표준말’ 개념과 같다. 다만 총칙에서 ≪한글 마춤법 통일안≫의 ‘표준말’ 대신 ‘표준어’로 쓰고 있는 점과, ‘현재 중류 사회’ 대신 ‘교양 있는’으로 표현이 일부 수정되었을 뿐, 그 본래의 개념은 현재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북측에서는 ≪한글 마춤법 통일안≫의 ‘표준말’ 대신 ‘문화어’로 용어를 수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개념도 상당히 수정하였다. 즉 규범어 설정 지역을 ‘서울’에서 ‘평양 중심 지역’으로 수정하였고, 규범어 설정의 기준이 되는 대상을 ‘현재 중류 사회’에서 ‘로동계급’으로 수정한 것이다. 게다가 ‘주체적인 언어 사상’이 규범어 정의에 포함되면서 언어의 자율성마저 제한되었다.

문화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조선어규범변천사≫(2005:102-114)에 기술된 ‘새로운 글말규범을 제정하는데서 견지한 원칙’을 약술하면 다음과 같다.

 

(3) <새로운 글말규범을 제정하는데서 견지한 원칙>

가. 평양말(평양 문화어)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

나. 말과 글의 사회적 기능을 높이는 방향에서 언어 규범화 사업을 진행한다.

다. 민족어를 주체성 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기본 방향에 맞게 맞춤법을 비롯한 글말 규범을 제정하는 원칙을 지킨다.

라. 형태주의적 원칙을 지키도록 한다.

 

(3)의 원칙에 따라 ≪조선말규범집≫(1966)을 거쳐 ≪조선말규범집≫(1988)이 제정되면서 문화어는 북측 규범어로서의 지위를 굳히게 되었다.

이처럼 표준어와 문화어는 그 정의에서부터 차이가 생기게 되었는데, 이 장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규범어 설정 지역’, ‘언어관 및 언어 정책’, ‘표기 규범’으로 나누어 비교∙검토하고자 한다.

 

2.1. 규범어 설정 지역의 차이

 

표준어와 문화어의 근본적인 차이는 규범어 설정의 바탕이 되는 지역이 다르다는 점이다. 남측은 ‘서울’을 중심으로 하여 규범어(표준어)와 표준 발음을 설정한 반면, 북측은 ‘평양’을 중심으로 하여 규범어(문화어)와 표준 발음을 설정하였다.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가 언어 규범에 적용되면서 남북의 규범어에 적지 않은 차이가 생기게 되었다.

 

‘서울말’이 규범어로 규정된 것은 조선총독부의 ≪보통학교용 언문 철자법≫(1912)부터이다. 비록 일제의 조선총독부에서 제정한 것이지만, 국어 철자법을 처음으로 제정하였다는 점과 규범어로 ‘경성어’를 규정에 명문화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후 ‘경성어’를 중심으로 한 규범어 선정은 조선어학회에서 제정한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년 10월)에도 그대로 받아들여졌는데, 분단 이후 북측에서 규범어 선정 지역을 ‘평양 중심’으로 수정하면서 차이가 나게 된 것이다.

 

남과 북은 이념과 체제가 다른 상황에서 교류 없이 반세기 이상의 시간을 살아왔으므로 남북의 언어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귀결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자연발생적으로 차이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러한 차이가 인위적으로 심화되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남과 북의 규범어 설정 지역이 ‘서울’과 ‘평양’으로 달라진 것도 그러한 예로 볼 수 있는데, 그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조선어의 민족적 특성을 옳게 살려 나갈 데 대하여(1966)’라는 김일성 주석의 연설이다.

 

(4) 우리는 우리 혁명의 참모부가 있고 정치, 경제, 문화, 군사의 모든 방면에 걸치는 우리 혁명의 전반적전략과 전술이 세워지는 혁명의 수도이며 요람지인 평양을 중심지로 하고 평양말을 기준으로 하여 언어의 민족적특성을 보존하고 발전시켜나가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김일성전집 36권:503-504≫, ≪조선로동당언어정책사:239≫에서 재인용.)

 

이에 따라 분단 이전에 남북에서 공히 ‘서울말’로 규정되어 있던 규범어의 설정 지역이 ‘서울’과 ‘평양’으로 나뉘게 되면서, 남북의 규범어는 실질적으로 둘로 나뉘게 된 것이다. ‘규범어 설정 지역의 차이’로 남북의 규범어에 차이가 생긴 예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5) 거머리(남)/거마리(북), 거위(남)/게사니(북), 낙지(남)/오징어(북), -ㅂ니까(남)/-ㅂ네까(북)

 

 

(5)처럼 ‘규범어 설정 지역’이 달라 남북에서 차이가 나는 어휘는 체제 통일 이전에는 그 차이를 해소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규범어 설정 지역’을 어느 한쪽이 양보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규범어 설정 지역’이 달라 남북에서 차이가 나는 규범어는 남북의 겨레가 서로의 어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복수규범어를 설정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후 복수규범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일은 통일 이후에 언중에게 맡기면 될 것이다.

 

2.2. 언어관 및 언어 정책의 차이

 

표준어와 문화어의 근본적인 차이로 들 수 있는 또 다른 하나는 언어를 바라보는 관점, 즉 ‘언어관’의 차이이다.

남측에서는 언어를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표준국어대사전≫)’으로 생각하며, 특별한 ‘언어관’을 강조하지 않는다. 반면 북에서는 언어의 본질과 기능을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 혁명과 건설의 힘 있는 무기(≪조선문화어건설리론≫(2005:13))’로 본다. 이처럼 언어를 ‘혁명과 건설의 도구’로 보는 것은 유물론적 언어관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물론적 언어관에 ‘주체의 언어 사상’과 ‘언어 이론’이 부가되면서 본질적으로 남측과 차이가 나게 되었다.

주체의 언어 사상이란 ‘민족어 안에 스며든 사대주의적 요소를 배격하여 민족어의 주체성을 살리고, 인민대중의 창조적 지혜를 발휘하여 민족어를 혁명 발전의 새로운 요구에 알맞게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으로, ‘자주성’과 ‘창조성’의 개념을 언어 사상에 도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측에서는 ‘혁명과 건설’을 위한 인위적인 언어 정책을 시행하게 된다.

 

(6) “문화어란 한마디로 말하여 사회주의적민족어의 전형, 평양말에 기초하여 우리 말의 우수한 언어요소로 이루어진 언어로서 전체 조선인민이 공통적으로 써야 할 규범적인 말이다. ⋯ 문화어가 사회주의민족어라는것은 문화어가 단순히 사회주의제도가 수립되고 사회주의건설이 심화발전됨에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발전한 언어라는것을 의미하는것이 아니다. 부르죠아민족어단계에 이르는 착취계급사회에서의 언어는 해당 사회제도의 성격과 사회적관계에 따라 거의다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진 민족어류형들이다. ⋯ 착취계급사회에서의 언어발전에 대한 인민대중의 관심성은 상대적으로 완만하며 언어발전도 매우 굼뜨게 거의다 자연발생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사회주의사회에서의 민족어발전은 착취계급사회에서의 언어발전과 본질상 뚜렷이 구별되는 자기의 고유한 특성을 가진다. ⋯ 우리 당과 국가는 광복후 첫날부터 민족어발전의 합법칙성, 언어가 혁명과 건설, 인민대중의 자주위업수행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을 옳게 파악한데 기초하여 올바른 언어정책을 내놓고 그 실현에로 인민대중을 조직동원함으로써 사회주의민족어발전을 주동적으로 이룩해나갔다.”(≪조선문화어건설리론≫(2005:38-41))

 

 

≪조선문화어건설리론≫에서 기술하고 있는 것처럼 남측에서는 언어의 변이나 변화를 자연 발생적인 것으로 보면서 그 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거나 규제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자연 발생적’인 상태로 두되, 규범어 선정이나 표기법 등에 대해서만 국가에서 최소한의 규제를 할 뿐이다. 따라서 분단 이전에 존재하던 어휘의 경우, 남측에서는 형태나 의미 면에서 급격하게 변화한 것이 거의 없다. 반면 북측에서는 주체의 언어 사상을 고취하거나 정치적 선전선동을 위해 언어 변화에 적극적인 규제를 가했다. 그 결과 북측의 어휘 체계는 남측에 비해 급격하게 변화하였다.

언어관 및 언어 정책의 차이에서 비롯된 낱말의 예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7) 의미의 차이

 

가. 양반 / 량반

ㄱ) ① 고려∙조선 시대에, 지배층을 이루던 신분. 원래 관료 체제를 이루는 동반과 서반을 일렀으나 점차 그 가족이나 후손까지 포괄하여 이르게 되었다. ⋯

② 점잖고 예의 바른 사람. ⋯

③ 자기 남편을 남에게 이르는 말. ⋯

④ 남자를 범상히 또는 홀하게 이르는 말. ⋯

⑤ 사정이나 형편이 좋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

ㄴ) ① 고려와 리조 봉건사회에서, 신분적으로 제일 웃자리에 있으면서 지배계급으로서의 특권을 가지고 인민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가장 반동적인 상류계층 또는 그 계층에 속한자. 대대로 내려가면서 문관과 무관이 될 자격을 가진다. ⋯

② 점잖고 마음씨가 착한 사람을 두고 하는 말. ⋯

③ 부부사이에서 녀자가 남자를 제삼자에게 칭할 때나 남자동료들사이에서 두루 쓰이는 말. ⋯ 《조선말대사전》

 

나. 동무

ㄱ) ① 늘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

② 어떤 일을 짝이 되어 함께 하는 사람. ⋯

③『광』한 덕대 아래에서 광석을 파는 일꾼. 《표준국어대사전》

ㄴ) ① 로동계급의 혁명위업을 이룩하기 위하여 혁명대오에서 함께 싸우는 사람을 친근하게 이르는 말. ⋯

② 같이 어울리여 사귀는 사람. ⋯

③ 일반적으로 남을 무관하게 부를 때에 쓰는 말.《조선말대사전》

 

(7)의 예는 분단 이전에 우리 겨레가 같은 의미로 사용하던 어휘였는데, 분단 이후에 북측에서 인위적으로 사상과 이념적 의미를 더하면서 그 의미에 차이가 생긴 것이다. 이 예들은 분단 이전에 우리 겨레가 같은 의미로 사용하던 어휘이므로 이념적인 의미를 제외하면, 남북의 겨레가 의사소통을 할 때 큰 어려움은 없다.

 

(8) 순화어의 차이

가. 투피스(남)/나뉜옷(북), 프리 킥(남)/벌차기(북), 주스(남)/과일단물(북)

나. 노안(남)/늙은눈(북), 가시거리(可視距離)(남)/눈보기거리(북)

다. 개고기(남)/단고기(북)

 

(8)의 예는 북에서 어휘를 순화한 결과 남북에서 차이가 생긴 낱말들이다. 북측에서는 두 차례의 김일성 연설에 따라 ‘외래어’, ‘기존의 어려운 한자어’, ‘낡은 말과 비문화적인 말’을 적극적으로 순화하거나 폐기하였다. (8 가)가 외래어를 순화한 예이고, (8 나)는 한자어를 순화한 예이며, (8 다)는 ‘비문화적인 말’을 순화한 예이다.

 

현재 남북에서 차이나는 어휘의 상당수는 순화어이다. 외래어의 경우 남측에서는 영어권의 외래어를 많이 받아들인 반면, 북측에서는 러시아를 통해 외래어를 많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남측에서는 외래어를 순화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것이 많은 반면, 북측에서는 고유어를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순화했다는 차이가 있다. 한자어의 경우도 남측에서는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 북측에서는 어려운 한자어라고 판단한 어휘를 고유어로 순화하였다는 차이가 있다.

 

언어 순화는 언어 정책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남과 북에서 각각 순화하여 남북의 어휘 체계에 정착한 것은 그대로 쓸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 순화할 어휘에 대해서는 남북이 함께 논의하여 하나로 통일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9) 새 말의 차이

가. 군중가요 : 인민대중이 널리 부를수 있도록 건전한 사상적내용을 간결한 형식에 담은 통속적인 노래.《조선말대사전》

나. 혁명전우 : 혁명의 한길에서 생사고락을 같이 하며 함께 싸워나가는 전우.《조선말대사전》

다. 신세대 : ① 새로운 세대. 흔히 20세 이하의 젊은 세대를 이른다.⋯ ②기성의 관습에 반발하여 새로운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고 개성이 뚜렷하며 자기 중심적 사고 및 주장이 강한 세대.

라. 편의점 : 고객의 편의를 위하여 24시간 문을 여는 잡화점. 주로 일용 잡화, 식료품 따위를 취급한다.

 

(9)의 예처럼 분단 이후 남과 북에서는 새로운 낱말들이 많이 생겨났다. 특히 이념과 체제가 다른 상황에서 교류마저 단절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남이나 북의 어느 한쪽에서만 쓰이는 낱말들도 많아지게 되었다.

 

2.3. 표기 규범에 따른 차이

 

현재 남의 표준어는 1988년 문교부가 고시한 ≪한글 맞춤법≫ 및 ≪표준어 규정≫에 따른 어휘를 말한다. 반면 북측의 문화어는 ≪조선말규범집≫(1988)에 따른 어휘를 말한다. 남과 북에서 각각 규정한 이 규범집을 따를 경우 ‘한글 자모 명칭’에서부터 ‘자모의 배열 순서’, ‘외래어 표기’, ‘띄어쓰기’, ‘두음법칙’, ‘사이시옷’, ‘형태 표기’ 등 여러 부분에서 남북의 차이가 나게 된다. 여기서는 대표적으로 ‘두음법칙’, ‘사이시옷’, ‘형태 표기’에서의 차이를 간략히 제시하고자 한다.

 

2.3.1. 두음법칙

분단되기 이전의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에는 두음 법칙을 반영하여 표기하도록 규정하였다. 남측에서는 이 규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북측에서는 ≪朝鮮語 新綴字法≫(1948) 이후부터 두음 법칙을 표기에 반영하지 않고 한자의 본음을 밝혀 적는 형태주의 표기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에 따라 남과 북에서는 낱말 첫머리에서의 한자음 ‘ㄹ’과 ‘ㄴ’의 표기에 차이가 나게 되었는데 그 예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10) 양심(남)/량심(북), ‘여자(남)/녀자(북)’, ‘낙원(남)/락원(북)’, ‘노인(남)/로인(북)’, ‘효율(남)/효률(북)’

 

2.3.2. 사이시옷

사이시옷 표기도 남북의 표기 규범에서 드러나는 두드러진 차이 가운데 하나이다. 남측에서는 순 우리말로 된 합성어이거나, 순 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 그리고 두 음절로 된 한자어 6개에 한해 사이시옷 표기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반면 북측에서는 원칙적으로 사이시옷 표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직접구성성분이 같은 고유어 합성어이면서 둘 간에 의미 차이가 나는 낱말에 한해 사이시옷 표기를 인정하고 있다. 남북의 사이시옷 표기에 차이가 나는 낱말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11) ‘깃발(남)/기발(북)’, ‘바닷가(남)/바다가(북)’, ‘콧소리(남)/코소리(북)’, ‘하룻밤(남)/하루밤(북)’

 

2.3.3. 형태 표기

형태 표기에서 차이 나는 것 가운데 두드러진 것으로는 어미와 접사의 표기를 들 수 있다. 특히 어미 ‘-아/-어’의 경우, 남측에서는 어간의 끝음절 모음이 ‘ㅏ, ㅗ’ 이외의 모음인 경우에 ‘-어’로 적고 있으나, 북측에서는 어간의 끝음절 모음이 ‘ㅣ, ㅐ, ㅔ, ㅚ, ㅟ, ㅢ’인 경우에 ‘-여’로 적고 있다. 이 밖에도 어미의 된소리 표기, 접미사 ‘-이’의 표기 등에서 차이가 있다. 남북의 형태 표기에 차이가 나는 낱말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12) ㄱ. 어미 ‘-아/-어’의 표기 차이 : ‘개어(남)/개여(북)’, ‘되어(남)/되여(북)’

ㄴ. 어미의 된소리 표기 : ‘-(으)ㄹ까(남)/-(으)ㄹ가(북)’, ‘-(으)ㄹ쏘냐(남)/-(으)ㄹ소냐(북)’

ㄷ. 접미사 ‘-이’의 표기 : ‘싸라기(남)/싸래기(북)’

 

 

 

3. 표준어와 문화어의 통합 방안

 

표준어와 문화어의 차이는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되어 온 것이고, 또한 그 차이가 체제와 이념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므로 단번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남북의 규범어 차이는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즉 남북의 규범어가 통일되기 위해서는 ‘규범어 통일’ 이전에 ‘규범어 비교 - 규범어 통합’의 순차적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체제와 이념이 다른 상황에서 남북의 규범어를 통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또한 규범어 통합의 단계 없이 규범어가 통일될 경우, 서로의 규범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남북의 언중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1980년대 이후 남측에서는 북측의 문화어에 대한 연구나 남북 규범어 비교∙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현재 그 결과물들도 충분히 축적되었다. 따라서 현재는 이러한 남북 규범어 연구 결과물을 토대로 ‘규범어 통합’을 위한 노력이 이어질 시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남북 공동사전 편찬’을 비롯하여 현재 시행할 수 있는 규범어 통합 방안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3.1. 남북공동사전 편찬

 

통일된 규범은 어느 한쪽의 규범만 반영된 것일 수도 있고, 남북 양측의 언어 상황이 합리적으로 반영된 규범일 수도 있다. 어느 한쪽의 규범만 반영된 규범은 통일이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경우에 상정할 수 있는 것인데, 이러한 상황은 규범에 대한 통일 방안이 필요하지 않은 극단적인 상황이므로 현 시점에서 고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 양측의 언어 상황을 합리적으로 반영한 규범을 작성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인데, 그 방안으로 현 시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남북의 학자들이 공동으로 남북의 어휘를 총 망라한 대사전을 편찬하는 것이다.

 

규범어를 당장 통일할 목적으로 남북공동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두 체제가 공존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이러한 방안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설혹 이러한 협의체가 구성되더라도 양측 모두 체제와 이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또한 그러한 상황에서 제정된 규범은 순수 언어적인 현상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번에 규범을 통일하려 하기보다는 사전편찬과 같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규범 통일에 대한 논의를 차근차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남북공동사전을 편찬하려면 양측의 규범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규범은 강요된 규범으로서 곧장 기능하지 않으면서, 남북 겨레의 반향과 적응 정도를 살필 수 있게 된다.

남북공동사전 편찬의 당위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3) 남북공동사전 편찬의 당위성

가. 남북의 어휘 전반에 대한 비교∙검토를 통하여 개별 어휘에 대한 차이를 서로 확인하고,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통합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나. 남북의 어휘를 집대성할 수 있다.

다. 남북의 합의로 편찬될 것이므로 남북 겨레가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라. 남북의 어휘 차이를 해소하고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는 데 밑바탕이 될 수 있다.

마. 남북의 규범어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장을 마련할 수 있다.

바. 편찬 과정에서 합의하여 작성하게 될 어문 규범은 통일 이후 남북 단일 어문 규범을 작성하는 데 밑바탕이 될 수 있다.

 

남북의 규범어를 비교∙연구하는 작업은 남과 북에서 각각 할 수 있지만, 규범어 통합을 위해 편찬하는 남북공동사전은 남북의 학자들이 함께 차이점을 논의하고 합의해서 편찬해야 한다. 왜냐하면 남북공동사전은 남북의 우리 겨레가 함께 이용할 사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견해에 따라 사전을 편찬하는 것이 아니라, 표준어와 문화어의 차이를 사전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 남북의 학자들이 하나하나 논의해서 합의해야 하는 것이다.

 

남북이 공동으로 사전을 편찬할 경우, 남북의 학자들이 표준어와 문화어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자연스럽게 모색하게 될 것이다. 즉 체제와 이념으로부터의 직접적인 부담은 받지 않으면서, 양측의 규범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규범어 설정 지역’에 차이가 나는 어휘는 복수표준어 개념을 적용하여 남북의 어휘를 모두 사전에 수록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고, ‘언어관 및 언어 정책’의 차이에서 비롯되어 의미에 차이가 있는 어휘는 이념적인 의미를 사전에 반영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며, ‘표기 규범’에 따른 차이는 합리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것은 하되, 합의가 어려운 것은 양측 어휘를 모두 사전에 수록하면 될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사전편찬을 위한 모임에서는 가능한 일이라 생각되지만, 규범 자체를 통일하기 위한 모임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2. 사전편찬 이외의 통합 방안

 

현재 상황에서는 남북의 규범 차이를 단기간에 해소하려 하기보다는 남북의 언어 이질화가 더 심화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통합 방안을 몇 가지 제기하고자 한다.

 

① 남북의 언어 이질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남북 정상 회담이 이루어지면서 남북의 교류는 과거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이 여파로 남측의 방송이나 신문 매체에서는 남북에서 차이 나는 생활 방식이나 어휘 등을 특집으로 편성하여 소개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교류가 활발해지면 남북에서 차이나는 생활 방식 및 어휘를 접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그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② 현재의 어문 규범을 더 이상 개정하지 않아야 한다. 어문 규범을 개정하더라도 외래어나 순화어 등의 최소한의 것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규범에 대한 전면적인 개정은 체제가 하나로 통일된 이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외래어나 순화어 등의 규범을 개정할 경우에도 남북의 학자들이 함께 합의하여 개정안을 만들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

 

③ 어문규범과 문법 등을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국가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 기구에서 규범 개정, 언어 순화, 문법 단일화, 사전편찬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남북의 언어 관련 정책을 수립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4. 맺음말

 

분단 이후 남과 북에서 제정한 어문 규범은 각 측의 체제의 소산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북측의 문화어는 ‘주체사상’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것이어서, 남측의 표준어와 자연스럽게 통일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두 체제가 공존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남북의 규범을 통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칫 규범을 무리하게 하나로 통일하려고 할 경우 우리 겨레의 언어생활에 오히려 큰 혼란을 주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두 체제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규범을 통일하려 할 경우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충의 방식을 택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절충된 규범은 남북의 겨레 모두가 새로 익혀야 할 새로운 규범이 될 것이고, 또한 이러한 규범은 ‘언어 그 자체의 현상’을 바탕으로 설정된 것이 아니라 사상과 이념, 정치적인 고려 등이 포함된 규범일 것이기 때문에 통일이 되면 반드시 재개정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규범을 자주 개정하면 언중에게 혼란을 주게 되므로 통일이 되기 전까지 가능한 한 남북의 규범을 개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설령 규범을 수정하더라도 최소한의 부분으로 한정해야 하며, 이 경우도 남북의 학자들이 함께 상의하여 수정된 규범이 남북에서 공히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표준어와 문화어를 통일하기 위해 ‘규범어의 비교’, ‘규범어의 통합’, ‘규범어의 통일’이라는 세 단계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아울러 현재 상황은 ‘규범어의 통합’을 위한 방안을 마련할 시기라고 보면서, 그 방안으로 남북의 학자들이 공동으로 대사전을 편찬할 것을 제안하였다.

현재 ≪겨레말큰사전≫ 편찬에 참여하고 있는 북측의 사전편찬가 정순기(2006)의 글을 옮기며, 이를 맺음말로 삼고자 한다.

 

(14) “북과 남의 규범문법에서의 차이는 조선어의 문법구조자체에서의 차이인것이 아니라 문법적현상에 대한 분석과 해석에서의 차이이며 따라서 그것은 북과 남의 언어이질화의 근거나 내용으로 될수 없으며 동질적인 현상에 대한 제나름대로의 분석과 해석이 가져다준 견해상의 차이이다. … 나라를 사랑하고 민족을 사랑하는 민족애와 민족자주정신에 기초하여 서로 합심하고 단합하여 문법연구를 깊이하고 허심탄회하게 자기의 견해와 주장을 피력하고 합의점을 찾는다면 규범문법 서술에서의 차이는 능히 극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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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어와 문화어의 통합 방안에 대한 토론 요지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이승재

 

 

남북 언어 규범의 통합과 단일화 문제는 1996년 중국 장춘시에서 남쪽의 국립국어원과 북쪽의 국어사정위원회 구성원들이 만나게 되면서부터 논의가 시작되었다. 당시로서는 정치 체제의 통합이나 단일화만큼이나 어려웠던 문제였지만 남과 북의 학자들은 향후 남과 북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될 때까지 남과 북의 어문 규범을 더이상 수정하지 말자는 상징적인 논의를 하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서 아무런 실효성도 없는 논의를 했다는 지적을 하였지만 이는 한용운 선생님께서 방금 제기하신 남북 언어의 통합 방안 절차를 생각해 볼 때 매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는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33년 ‘한글 마춤법 통일안’에서 출발하여 서로 달라지게 된 남과 북의 어문 규범은 두음법칙, 사이시옷 표기, 띄어쓰기 등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며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컴퓨터 언어 변환 프로그램으로 다소나마 해결해 보려고 했던 것이 21세기 세종계획에서 만들었던 ‘남북 정서볍 변환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북쪽의 언어를 완벽하게 남쪽의 언어로 변환시켜 주지는 못했지만 어문 규범상의 차이가 나는 부분을 어느 정도 상대방의 언어 규범에 맞게 변환하여 주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은 남과 북의 언어 대조 사전이 구축되어야 해결될 수 있는 부분으로 전문 용어의 차이, 다듬은 말의 차이, 고유명사의 차이 등이 대표적인 것이었다.

 

현재 남쪽의 어문 규범을 적용하여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려 하여도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어문 규범에 맞게 제작된 대규모 용례 사전이다. 어문 규범이 아무리 정밀하게 정의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과학이나 수학과 같이 규칙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맞춤법 검사 프로그램이나 기타 언어를 처리하려는 프로그램들은 그 내부에 대규모의 용례 사전을 필수적으로 갖추고 이를 기반으로 모든 처리를 하게 된다. 이는 차이가 나는 언어 표현을 서로 통합하고 통일하기 위해서는 해당 언어에 대한 대규모 용례 비교 사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는 비단 컴퓨터 프로그램에만 한정되는 문제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언어를 통합하고 통일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 절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컴퓨터 언어 변환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언어를 변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 용례 사전을 구축하여 변환 작업을 하도록 만들면 되지만 서로 다른 언어를 통합하고 통일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전제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서로의 관습을 존중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남과 북의 표준어와 문화어의 차이가 인위적으로 생겨났다 하더라도 그것은 각자의 지역에서 오랜 세월 동안 사용된 것이므로 그것을 급격하게 통일하거나 바꾸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남쪽에서 어문 규범을 쉽게 바꾸기 어려운 것만 보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남과 북의 사람들이 서로 만나 이야기를 할 때 서로의 말이 달라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다. 남쪽에서 표준어권 화자가 남쪽 지역의 억센 방언을 들었을 때 그 말의 절반 이상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과 북의 이러한 언어 차이는 지역 방언 간의 차이보다도 미미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그 간극을 좁히는 일도 그렇게 어려운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서로의 관습을 존중한다는 기본 원칙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남북의 언어 통합과 통일은 시작부터 그 단추를 맞추어 나가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중요해 지는 것이 남과 북에서 새롭게 생겨나는 말들이다. 이 말들은 지금부터라도 남북이 빈번한 언어 교류를 통하여 그 쓰임새를 맞추어 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비교적 현실적으로 언어 통합과 통일 작업을 이루어나갈 수 있는 요소들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통합 작업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과 북의 빈번한 교류와 정보 교환을 바탕으로 하여 남과 북에서 사용하고 있는 말에 대한 광범위한 대조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서로의 상황을 알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쪽에서 사용하는 문화어의 경우 인위적으로 강조하여 다르게 많든 부분이 있지만 발표문에서 인용한 정순기(2006)의 지적대로 어문 규범의 경우는 동질적인 현상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분석과 해석이 가져다 준 견해상의 차이일 뿐이다. 문화어에 포함되어 있는 많은 어휘가 남쪽의 표준어와 다른 경우가 많은데 이것 또한 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한 방언을 문화어에 많이 포함시켰다는 것을 고려하면 문화어가 서울, 경기 지역의 중부 방언을 많이 반영한 표준어와 다른 것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표준어와 문화어는 서로의 지역에서 교육이나 방송 등의 목적을 위하여 인위적으로 정한 규범일 뿐 남과 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언어 현상 전반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표준어나 문화어는 그 경계선이 뚜렷한 개념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의 의사소통을 위한 최소한의 집합을 정의한 것이기 때문에 지역별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하여 그 외연을 넓혀 나간다면 표준어와 문화어를 통합하는 것만으로도 부분적으로 통일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표준어와 문화어의 차이 이외에 실제 언어 생활에서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남과 북에서 같은 형태로 사용하는 말이지만 그 의미가 다른 경우이다. ‘신사’, ‘소행’, ‘보채다’ 등 단어의 형태는 같지만 그 어감이 남과 북에서 정반대인 말들은 남과 북의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할 때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단어의 형태가 다르면 서로 그 말에 대해서 물어볼 것이지만 형태가 같을 경우 서로 자신들이 사용하는 지역의 의미로 이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어의 형태 비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단어의 의미 비교이고 남북 언어의 통합을 위해서는 의미 비교 작업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표준어와 문화어는 남과 북에서 언어 생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상징적 수단일 뿐이다. 실제 생활에서 문제가 되는 언어 표현은 표준어와 문화어를 넘어서 각종 전문 용어와 외래어 등에서 숱하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급격한 사회 변화로 인하여 외부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이러한 언어들에 대한 정비 작업을 남과 북이 긴밀하게 해 나가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표준어와 문화어의 외연을 확대하고 우리 민족이 사용하는 큰 틀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어 각 분야의 자료들이 조사, 수집되고 분석되어야 한다. 각 지역어에 대한 자료가 조사, 수집되어야 하고 새롭게 쓰이는 신조어, 각종 전문 용어, 순화 용어, 외래어, 각종 인명, 지명을 포함한 고유명사 등이 분야별로 우선 정리되어야 하며 이러한 부분적 자료들이 어느 정도 마련되고 이들이 어느 정도 사전의 형태로 정리되었을 때 이를 통합할 수 있는 언어 통합 사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남쪽에서 가지고 있는 북쪽의 언어 자료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그리고 북쪽에서 가지고 있는 남쪽의 언어 자료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남북 언어 통합 사전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남쪽만의 사전을 만든다고 해도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일이 소요되는데 남과 북의 언어를 통합하는 사전을 만든다면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사전은 상당한 준비 작업을 필요로 한다. 남쪽만의 사전을 만드는 것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준비 작업과 병행하여 사전 작업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충분한 자료가 확보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 언어 통합 사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앞서도 지적하였듯이 남북 언어 통합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써 왔던 말보다 앞으로 써 나가야 할 말들에 대한 정비 작업이다. 따라서 이러한 말들에 대한 끊임없는 정보 교환과 사전의 개정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남북 언어 통합 사전 작업은 한 때의 사건으로만 남게 될 것이며 남북 언어 통일의 단계로 발전하기 힘들 것이다.

 

출처; 한겨레말글연구소

 

 

<제3주제>

 

남북 외래어 표기 차이와 단일화 모색

 

최호철(고려대)

 

 

1. 머리말

 

남북에는 각기 독자적인 표기 규정이 있는데, 남에는 ‘한글 맞춤법, 외래어 표기법, 표준어 규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있고, 북에는 ‘맞춤법, 띄여쓰기, 문장부호, 문화어발음법’을 포함하는 ‘조선말규범집’이 있다. 분단 이후 남북의 언어는 각기 다른 어문 규정을 바탕으로 반세기 동안의 어문 생활을 통제해 왔다. 이로써 남북의 언어는 어휘, 표기, 발음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어휘에서는 서로 다른 개념으로 파악되는 ‘표준어’와 ‘문화어’라는 공통어의 설정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표기에서는 사이시옷 표기와 한자어 어두음 표기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발음에서도 일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남북의 언어는 그 체계를 달리하는 상이한 두 언어가 아니라 한 언어 체계로 분류되는 같은 하나의 언어라는 점에서 남북의 언어 차이는 마땅히 극복되어야 할 문제이다. 남북의 언어는 커다란 두 영역으로 구분되는 한 언어의 방언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남북의 언어는 각기 나름대로의 존재 가치가 인정되어야 하며, 우리가 과제로 삼고 있는 남북의 언어 통일의 문제는 곧 공통어 설정의 문제로 귀착된다. 그런데 남북의 언어 통일을 위한 공통어 설정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그것이 자연적으로 발전해 온 방언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남북이 각기 독자적으로 적용해 온 공통어 설정의 원칙을 남북의 공통어 설정에서는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즉, 현재로서는 공통어 설정의 지역적인 기준을 서울이나 평양의 어느 하나로 정할 수 없으며, 언어 사용자의 기준에서 계층이나 수효에 따라 간단히 처리할 수 없는 것이다.

 

남북 외래어 표기의 통일 문제는 곧 남북 외래어의 통일 문제이며 이는 남북 공통어의 설정 문제이다. 따라서 남북 외래어 표기의 통일 방안은 단순한 표기상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이 서로 달리 설정하고 있는 ‘표준어’와 ‘문화어’의 통일 문제, 즉 남북 통합의 새로운 공통어 설정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 다루게 될 남북 외래어 표기 통일 방안은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논의가 전개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이하에서는 외래어에 대한 인식, 외래어 표기법의 의의, 남북 외래어의 차이 등을 기술하고 남북 외래어의 통일 방안에 대하여 논의할 것이다.

 

 

2. 외래어는 우리말이다.

 

우리말을 구성하고 있는 어휘를 계통적으로 분류하면 외국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순한 고유어와 외국의 문물, 문화와 함께 들어온 차용어로 분류되며, 차용어는 다시 한자로써 이루어진 어휘와 다른 여러 나라의 언어에서 들어온 어휘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전자의 차용어를 한자어로 부르고, 후자의 차용어를 외래어로 부른다.

 

우리말 ?�고유어

?�차용어 ?�한자어

?�외래어

 

‘외래어’는 다른 나라 말에서 들여와 우리말로 되거나 그처럼 쓰이는 말로 규정되므로 우리말이라 할 수 있고, ‘외국어’는 다른 나라의 말이므로 우리말이라 할 수 없다. 외래어는 우리말이므로 그것은 자연히 우리말의 발전 법칙에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기 때문에 같은 원어일지라도 외국어로서의 발음과 외래어로서의 발음이 다 같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외래어로써 외국어를 아울러 표현할 수는 없다. 외래어는 우리말로 의사소통을 하는 가운데에 사용되는 것이고, 외국어는 다른 나라 말로 의사소통을 하는 가운데에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래어와 외국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말인가 아닌가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므로 외래어와 외국어의 통합적 사용(병용 또는 겸용)을 염두에 두어서는 안 된다.

 

 

 

3. 외래어 표기법은 한글 맞춤법의 한 부분이다.

 

한글 맞춤법 총칙의 규정은 아래와 같다.

 

제1항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제2항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제3항 외래어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는다.

 

제1항에 따르면 표기의 대상은 표준어이고, 표기의 수단은 한글이다. 제3항의 외래어는 한자어와 함께 우리말이므로 그것은 제1항의 표준어에 포함된다. 한자어에 대한 표기는 한글 맞춤법의 각개 조항(제8~12항)에 규정하여 한자어 표기법을 따로 정하지 않고 외래어 표기법을 따로 정한 것은 한자어의 구조와 외래어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국어의 한자어는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낱낱의 한자를 하나의 형태소로 인정하여 분석할 수 있지만, 외래어는 국어에서 더 이상 분석할 수 없는 단어 단위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자어는 낱낱의 한자에 대한 표기를 정함으로써 그것으로 이루어진 한자어 단어의 표기를 아우를 수 있지만, 외래어는 그 구조가 한자어와는 다르기 때문에 낱낱의 단어에 대한 표기를 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외래어의 각개 음운에 대하여 우리 글자를 대응하는 방식의 표기 규정은 재고되어야 한다.

외래어 표기법에 명시된 표기의 기본 원칙은 아래와 같다.

 

제1항 외래어는 국어의 현용 24자모만으로 적는다.

제2항 외래어의 1 음운은 원칙적으로 1 기호로 적는다.

제3항 받침에는 ‘ㄱ,ㄴ,ㄹ,ㅁ,ㅂ,ㅅ,ㅇ’만을 쓴다.

제4항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은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5항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

 

제1항에 따르면 제2항의 1 기호는 겹글자를 포함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래어 표기의 기본 원칙에서는 표기 방법 자체에 대해서는 명시하고 있으나 국어의 어법과 관련해서는 명시된 규정이 없다. 그런데 외래어는 표준어에 포함되는 것이므로 이 문제는 한글 맞춤법 총칙의 제1항에 규정에 따른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외래어 표기는 우리말의 발음 현상과 우리말의 단어 분석을 최대한 보장하는 원칙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한 커다란 문제는 한자로 이루어진 한자어의 표기와 우리말에서 형태소나 단어로 인식되지 않은 외래어의 표기를 들 수 있다. 전자의 문제에서는 한자에 대한 우리말 독음이 별도로 존재하므로 한자로 이루어진 한자어는 우리말 독음에 따라 적어야 할 것이며(北京 북경←베이징, 東京 동경←도쿄), 후자의 문제에서는 우리말에서 형태소나 단어로 인식되지 않은 것은 그 형태를 밝힐 필요가 없을 것이므로 우리말 발음 규칙에 따라 적어야 할 것이다(Hamlet 햄닛←햄릿, Henley 헬리·헨니←헨리).

요컨대, 외래어 표기법은 한글 맞춤법의 한 부분에 해당하므로 외래어 표기의 원칙은 별도의 규정 없이 한글 맞춤법 총칙 제1항의 규정에 따르는 것으로 충분하다. 외래어 표기법 제1항은 한글 맞춤법 제4항을 따르고, 외래어 표기법 제2항은 우리가 외래어를 구조 분석하여 더 작은 단위를 인식하지 않고 단어 단위를 통째로 인식하기 때문에 필요 없는 조항이며, 외래어 표기법 제3항은 한글 맞춤법 제1항의 어법에 맞도록 적으면 자연적으로 해결되는 것이므로 필요 없으며, 외래어 표기법 제4항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으면 역시 문제될 것이 없으므로 특별한 조항으로 명시할 필요가 없고, 외래어 표기법 제5항 역시 한글 맞춤법 제1항에 포함되는 것이므로 필요가 없다.

 

고유어에서 ‘아버지, 아바지, 아부지’ 등으로 발음되는 것 가운데에서 표준 발음을 ‘아버지’로 설정하면 그 표기는 소리대로 ‘아버지’로 적는 것과 마찬가지로 외국어 ‘Hamlet’을 국어의 외래어 표준 발음으로 ‘햄닛’을 인정한다면 그 표기는 소리대로 ‘햄닛’이 될 것이며, 외국어 ‘Henley’를 국어의 외래어 표준 발음으로 ‘헬리’를 인정한다면 그 표기는 소리대로 ‘헬리’가 될 것이고, ‘헨니’를 표준 발음으로 인정한다면 그 표기는 ‘헨니’가 될 것이다.

 

4. 외래어 표기법은 일반 대중이 아닌 전문가의 소관이다.

 

외래어 표기법은 남북에서 각기 구비하고 있는 규정이다. 남의 규정은 1940년의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을 시작으로 1948년의 ‘외래어 표기법’, 1956년의 ‘외국 인명 지명 표기법’, 1958년의 ‘로마자의 한글화 표기법’, 1969년의 ‘외래어의 한글 표기법’, 1986년의 ‘외래어 표기법’ 등으로 변천하여 왔고, 북은 규정은 1956년의 ‘조선어외래어표기법’을 시작으로 1958년의 수정한 ‘외래어표기법’, 1969년의 ‘외국말적기법’, 1982년의 수정 증보한 ‘외국말적기법’, 1984년의 ‘고친 외래어표기’, 1985년의 ‘외국말적기법’ 등으로 변천하여 왔다.

 

북에서 ‘외래어표기법’이 폐기되고 ‘외국말적기법’으로 새로 만들어진 것은 외래어와 외국어를 구분하여 외국어는 ‘외국말적기법’에 따라 표기하고 외래어는 정리하거나 규범집에 수용하고, 고유 명칭을 주축으로 하는 외국어는 따로 설정했다. 북의 외래어 표기에 대한 변천은 권미정(1991), “북한의 외래어사,” 김민수 편 「북한의 조선어 연구사 2」(서울: 녹진) 참조.

 

여기에서 규범과 관련하여 논의하면 우리의 규범은 태생적으로 일반 대중들이 별도로 익혀야 하는 것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사전 편찬을 위한 지침으로 나온 것이다. 따라서 그 규범은 사전 편찬이 완료되면 하나의 역사적 자료로 남게 되고, 일반 대중은 편찬된 사전을 이용함으로써 국어의 규범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제 식민 통치 시기에 만들기 시작한 사전은 1957년에야 완성되었기 때문에 광복 직후에 국어 회복 운동 차원에서 그 규범이 중요한 교재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광복 직후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교육하였던 규범을 사전이 나온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중요한 교육 자료로 사용함으로써 일반 대중들은 물론 국어 연구자까지도 그것만 익히면 국어 규범을 바로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현재까지도 이러한 생각이 이어진 것은 바로 이러한 특수한 역사적 상황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현재는 1957년 이후 상당수의 사전 발행과 더불어 국가에서 편찬한 표준 국어사전도 있으며 그 사전을 이용하기에도 커다란 불편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제는 규범만 익히면 국어 규범을 바로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일반 대중들은 표준 국어사전을 이용하여 국어 규범을 익혀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어 규범을 일반 대중들에게 공개적으로 드러내거나 교육하지 말 것이며, 규범은 역사적 자료로 남겨 두어야 할 것이다(최호철 2006:135, “고등학교 국어 문법 교과서 분석 연구: 체재와 구성을 중심으로,” 「한국어학」 33).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외래어 표기법’ 역시 일반 대중들에게 공개적으로 드러내거나 애써 교육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5. 남북 외래어는 방언적 특성을 갖는다.

 

남북은 각기 구비한 규정에 의거하여 외래어 표기를 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 결과는 남북 나름대로 합리성을 갖는 것으로서 그 존재 가치는 충분히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 외래어 표기가 언중에게 이미 굳어진 것에서부터 규정에 따라 표기한 인위적인 것에까지 혼재해 있으나 그것이 외래어 표기에 대한 일관성을 시비하거나 남북 외래어 표기를 단순 비교하여 어느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단언할 성질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나타난 외래어 표기가 어떠한 원칙과 과정에 의해서 이루어졌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북에서 각각 설정한 공통인 표준어와 문화어에 드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 평가는 남북 외래어 표기 통일에 기여할 바가 못 된다.

 

그러면 남북에서 사용하고 있는 외래어는 새로운 개념의 방언적 특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대체로 한반도의 방언 구획을 자연 발생적인 서북 방언, 동북 방언, 중부 방언, 서남 방언, 동남 방언, 제주 방언 등으로 크게 구분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한반도의 우리말을 공통어 차원에서 크게 둘로 구분한다면 북의 문화어와 남의 표준어로 구분할 수 있다. 이는 별개의 다른 언어가 아닌 이상 다른 차원에서 장차 설정될 미정의 공통어에 대한 두 방언으로 간주할 수 있다.

 

남북 국어사전을 바탕으로 정리한 복합어를 포함하여 외래어는 남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37,000여개를 찾을 수 있고, 북의 「조선말대사전」에서 7,900여개를 찾을 수 있다. 이 가운데에서 단순 외래어 3,000여개를 비교한 결과 표기가 같은 것이 1,670여개(55%)이고 표기가 다른 것은 1,370여개(45%)이다.

 

 

  외래어의 수 대조한 단순 외래어의 수 부류 수효
약 37,687개 3,053개 표기와 원어 정보가 모두 같은 외래어 1,351개
표기가 같고 원어 정보가 다른 외래어 원어명이 같고 원어 표기가 다른 외래어: 119개 327개
원어명이 다르고 원어 표기가 같은 외래어: 104개
원어명과 원어 표기가 모두 다른 외래어: 104개
약 7,980개 표기가 다르고 원어 정보가 같은 외래어 1,042개
표기와 원어 정보가 모두 다른 외래어 원어명이 같고 원어 표기가 다른 외래어: 101개 333개
원어명이 다르고 원어 표기가 같은 외래어: 88개
원어명과 원어 표기가 모두 다른 외래어: 144개

 

남북에서 차이가 나는 외래어에 대한 유형별 예를 일부 예시하여 보이면 아래와 같다(남 : 북).

 

1. 모음에서 차이가 있는 경우

(1) 단모음 : 단모음

< ㅏ : ㅐ >알토(&이alto)앨트(←&이alto)

< ㅏ : ㅓ >난센스(nonsense)넌센스(&영 nonsense)

< ㅏ : ㅗ >카피(copy)꼬삐(&영copy)

< ㅏ : ㅡ >루마니아 어(Romania)로므니아어(←Romania)

< ㅐ : ㅏ >그램(gram)그람(&영gramme)

캐비닛(cabinet)까비네트(&로кабннет)

< ㅐ : ㅔ >바리새교(←Pharisee)파리세교(&영Pharisee)

< ㅐ : ㅣ >칼뱅주의(Calvin主義)칼빈주의(&영Calvin主義)

< ㅓ : ㅏ >너트(nut)나트(&영nut)

류머티즘(rheumatism)류마치스(←&독Rheumatismus)

< ㅓ : ㅔ >터널(tunnel)턴넬(&영tunnel)

불도저(bulldozer)불도젤(&로бУлЬдозер)

< ㅓ : ㅗ >갤런(gallon)갈론(&영gallon)

컴퍼스(compass)콤파스(&이compass)

< ㅓ : ㅜ >포럼(forum)포룸(&라forum)

바이러스(&라virus)비루스((&라virus))

< ㅓ : ㅡ >레퍼리(referee)레프리(&영referee)

< ㅓ : ㅣ >인더스 강(Indus)인디스강(&영Indus)

< ㅔ : ㅏ >레모네이드(lemonade)라모네드(←&영lemonade)

< ㅔ : ㅡ >이젤(easel)이즐(&영easel)

< ㅔ : ㅣ >나프탈렌(naphthalene)나프탈린(&독Naphthalin)

< ㅗ : ㅏ >뱅골어(Bengal)뱅갈어(&영Bengal)

< ㅗ : ㅓ >프롬프터(prompter)프럼프터(&영prompter)

< ㅗ : ㅓ >블록(bloc)쁠럭(&영bloc)

< ㅗ : ㅡ >색소폰(saxophone)색스폰(&영saxhorn)

콘트라파고토(&이contrafagotto)콘트라화고트(&독Kontra-fagott)

< ㅜ : ㅏ >바쿠스(Bacchus)박카스(&그Bacchus)

< ㅜ : ㅓ >보소포루스 해협(Bosporus海峽)보스퍼러스해협(&영Bosporus海峽)

불가리아(어)(Bulgaria)벌가리아(어)(&벌БЪлгария)

< ㅜ : ㅗ >루마니아(어)(Romania)로므니아(어)(←Romania)

< ㅜ : ㅡ >요구르트(yogurt)요그르트(&영yogurt)

티푸스(typhus)티브스(&독Typhus)

< ㅜ : ㅣ >카무플라주(&프camouflage)캄프라지(&영camouflage)

< ㅚ : ㅔ >뢴트겐(&독Röntgen)렌트겐(&독Röntgen)

< ㅟ : ㅣ >펭귄(penguin)펭긴(&영penguin)

< ㅡ : ㅏ >샌들(sandal)싼달(&영sandal)

유르트(yurt)유르따(&로юрта)

< ㅡ : ㅔ >커튼(curtain)카텐(&영curtain)

케이블(cable)까벨(&로кабель)

< ㅡ : ㅗ >드라이버(driver)도라이바(←&영driver)

< ㅡ : ㅜ >프라이팬(frypan)후라이판(←&영frying pan)

피브리노겐(fibrinogen)피부리노겐(&라Fibrinogen)

< ㅡ : ㅣ >필름(film)필림(&영film)

히푸르산(←hippuric)힙푸린산(&라hippuric)

< ㅣ : ㅓ >리시버②(receiver)리써버(&영receiver)

< ㅣ : ㅔ >디자인(design)데자인(&영design)

리얼리스트(realist)레알리스트(&프realiste)

< ㅣ : ㅜ >뎅기열(dengue)뎅구열(&영Dengue)

서지(serge)세루(←&프serge)

< ㅣ : ㅟ >벤치(bench)벤취(&영bench)

시프 (시약)(Schiff 試藥)쉬프시약(&독Schiff 試藥)

< ㅣ : ㅡ >볼셰비키(&러Bol’sheviki)볼쉐비크(&로большевик)

타지마할(Tāj Mahal)타즈마할(&라Tajmahal)

 

(2) 단모음 : 이중모음

< ㅏ : ㅑ >다이아몬드(diamond)다이야몬드(&영diamond)

카르파티아(Carpathia)까르빠찌야(&로Carpathia)

< ㅏ : ㅘ >바셀린(vaseline)와셀린(&영vaseline)

< ㅏ : ㅏㅣ >베르사유^궁전(Versailles宮殿)베르사이유궁전(&프Versailles宮殿)

< ㅏ : ㅣㅏ >리케차(rickettsia)리케치아(&영rickettsia)

< ㅓ : ㅑ >다이얼(dial)다이얄(&영)

< ㅓ : ㅕ >캐처(catcher)캐쳐(&영catcher)

< ㅓ : ㅛ >텔레비전(television)텔레비죤(&영television)

< ㅓ : ㅘ >듀어병(Dewar)듀와병(&프Dewar)

< ㅓ : ㅠㅓ >제스처(gesture)제스츄어(&영gesture)

< ㅐ : ㅑ >재즈(jazz)쟈즈(&영jazz)

< ㅐ : ㅘ >백신(vaccine)왁찐(&영vaccine)

< ㅔ : ㅐㅣ >마르세예즈(&프marseillaise)마르쌔이애즈(&프marseillaise)

< ㅔ : ㅖ >마헤(&독Mache)마혜01(&독Mache)

< ㅔ : ㅑ >샹들리에(&프chandelier)샨데리야(&영chandelier))

< ㅔ : ㅞ >베트남 어(Vietnam)윁남어(Vietnam)

< ㅗ : ㅛ >레이온(rayon)레욘(&영rayon)

판초(poncho)뽄쵸(&에poncho)

< ㅗ : ㅗㅜ >옐로카드(yellow card)옐로우카드(&영yellow card)

< ㅗ : ㅝ >보드카(&러vodka)워드카(&로водка)

< ㅜ : ㅛ >부르주아(&프bourgeois)부르죠아(&프bourgeois)

< ㅚ : ㅞ >푄(&독Föhn)휀(&독 Fóhn)

< ㅟ : ㅠ >뉘앙스(&프nuance)뉴앙스(&프nuance)

쥐라기(Jura)유라기(&독Jura)

< ㅜ : ㅠ >플루트(flute)플류트(&영flute)

< ㅜ : ㅢ >칼무크(Kalmuck)깔믜크(&калмык)

< ㅡ : ㅛ >클랙슨(klaxon)클락숀(&영klaxon)

< ㅣ : ㅔㅣ >하키(hockey)호케이(&영hockey)

< ㅣ : ㅣㅏ >드라마투르기(&독Dramaturgie)드라마뚜르기아(&로драматургия)

< ㅣ : ㅣㅣ >미라(&포mirra)미이라(&뽀mirra)

< ㅣ : ㅠ >패시지(passage)파쎄이지(&영passage)

< ㅣ : ㅞ >조지프슨 소자(Josephson素子)죠쉡슨소자(&영Josephson素子)

 

(3) 이중모음 : 단모음

< ㅏㅏ : ㅏ >글루코시다아제(&독Glukosidase)글루코시다제(&영glucosidase)

< ㅏㅣ : ㅣ >바이러스(&라virus)비루스((&라virus))

나일강(&라Nile)닐강(&라Nilus)

< ㅗㅗ : ㅗ >글루코오스(glucose)글루코즈(&영glucose)

< ㅔㅣ : ㅏ >콘트라베이스(contrabass)콘트라바스(&영contra-bass)

케이블(cable)까벨(&로кабель)

< ㅔㅣ : ㅔ >데이터(data)데터(&영data)

< ㅑ : ㅏ >샤포(&프chapeau)사포(←&프chapeau)

< ㅕ : ㅓ >피겨(figure)휘거(←&영figure)

< ㅛ : ㅗ >기요틴(&프guillotine)길로틴(&프guillotine)

< ㅠ : ㅔ >캡슐(capsule)카프셀(&독kapsel)

< ㅠ : ㅜ >일류미네이션(illumination)일루미네이숀(&영illumination)

미뉴에트(minuet)메누에트(&이menuetto)

< ㅠ : ㅡ >게슈타포(&독Gestapo)게스타포(&독Gestapo)

< ㅠ : ㅟ >몰리슈(&독Molisch)몰리쉬(&독Molisch)

< ㅖ : ㅔ >셰퍼드(shepherd)세퍼드(&영shepherd)

< ㅖ : ㅐ >마르세예즈(&프marseillaise)마르쌔이애즈(&프marseillaise)

< ㅝ : ㅗ >타월(towel)타올(←&영towel)

< ㅠ : ㅏ >스튜디오(studio)스타디오(&영studio)

< ㅡㅞ : ㅔ >스웨터(sweater)세타(←&영sweater)

< ㅣㅔ : ㅔ >소비에트(Soviet)쏘베트(&로COBET)

 

(4) 이중모음 : 이중모음

< ㅔㅣ : ㅏ ㅣ >프레이즈(fraise)후라이스(←&영fraise)

< ㅔㅣ : ㅑ >샴페인(champagne)샴퍙(&프champagne)

< ㅣㅏ : ㅑ >마그네시아(magnesia)마그네샤(&영magnesia)

< ㅣㅏ : ㅏㅣ > 시아나이드(cyanide)싸이나(&영cyanide)

< ㅣㅓ : ㅠ >심포지엄(symposium)심포쥼(&영symposium)

< ㅕ : ㅑ >셔터(shutter)샤타(&영shutter)

< ㅕ : ㅛ >컨디션(condition)컨디숀(&영condition)

< ㅜㅏ : ㅘ >구아슈(&프gouache)괏슈(&프gouache)

< ㅕ : ㅣㅏ >이니셔티브(initiative)이니시아티브(&영initiative)

< ㅛ : ㅣㅗ >달세뇨(&이dal segno)달쎄니오(&이dalsegno)

< ㅠ : ㅣㅜ >갈륨(gallium)갈리움(&영gallium)

가돌리늄(gadolinium)가돌리니움(&독Gadolinium)

< ㅘ : ㅜㅏ >스콸렌(squalene)스쿠알렌(&영squalene)

< ㅝ : ㅘ >샤워(shower)샤와(&영shower)

< ㅖ : ㅞ >고셰병(&프Gaucher)고쉐병(&프Gaucher)

 

 

2. 자음에서 차이가 있는 경우

(1) 첫소리가 다른 경우

① 예사소리 : 예사소리

< ㄷ : ㅅ >매머드(mammoth)맘모스(&프mammoth)

< ㄷ : ㅈ >라디오(radio)라지오(←radio)

디스토마(distoma)지스토마(&라distoma)

< ㅅ : ㅈ >갈락토오스(galactose)갈락토즈(&영galactose)

키르기스(Kirgiz)끼르기즈(&로Киргиз)

< ㅈ : ㄱ >탄젠트탕겐스(&라Tangens)

< ㅈ : ㄷ >호지킨병(Hodgkin)호드킨병(&영Hodgkin)

< ㅈ : ㅅ >바제도병(Basedow)바세도병(&독 basedow)

애덤자이트(adamsite)아담시트(&로адамсит)

 

② 거센소리 : 거센소리

< ㅊ : ㅌ >캐스터네츠카스터네트

피톤치드(phytoncide)피톤티드(&라Phytontside)

< ㅌ : ㅊ >센티(-centimeter)센치01(&영centi)

류머티즘(rheumatism)류마치스(&독←Rheumatismus)

 

③ 예사소리 : 거센소리

< ㄱ : ㅋ >가톨릭(Catholic)카톨릭(&영catholic)

< ㄷ : ㅌ >알고리듬(algorithm)알고리틈(&영algorithm)

다스(&일dâsu[<dozen])타스(&영dozen)

< ㅂ : ㅍ >바리새교(←Pharisee)파리세교(&영Pharisee)

< ㅅ : ㅊ >살리실산(salicyl)살리칠산(&영salicyl)

뮤신(mucin)무친(&독mucin)

< ㅅ : ㅌ >아칸서스(acanthus)아칸투스(&독Acanthus)

< ㅎ : ㅋ >콜히친(Colchicine)콜키신(&영colchicine)

 

④ 거센소리 : 예사소리

< ㅊ : ㅅ >콜히친(Colchicine)콜키신(&영colchicine)

< ㅊ : ㅈ >린포르찬도(&이rinforzando)린포르잔도(&이rinforzando)

테라초(&이terrazzo)테라조(&영terrazzo)

< ㅋ : ㄱ >코르덴(←corded velveteen)골덴(←&영corduroy)

컵①(cup)고뿌(←&영cup)

< ㅌ : ㄷ >가라테(&일唐手, からて)가라데(&일karate)

다스(&일dâsu)타스(←&영dozen)

< ㅌ : ㅅ >마라톤(marathon)마라손(←&영marathon)

탄젠트(tangent)탕겐스(&라Tangens)

< ㅌ : ㅈ >튜브(tube)쥬브(←&영tube)

< ㅌ : ㅎ >드리오피테쿠스(Dryopithecus)드리오피헤쿠쓰(←&그drys pthekos)

< ㅍ : ㅂ >트럼펫(trumpet)트럼베트(←&영trumpette)

티푸스(typhus)티브스(&독Typhus)

< ㅍ : ㅎ >그래픽(graphic)그라휘크(&영graphic)

카프카스(Kavkaz)까후까즈(←&로кавка3)

 

⑤ 예사소리 : 된소리

< ㄱ : ㄲ >게임(game)껨(&영game)

< ㅂ : ㅃ >버스(bus)뻐스(←&영bus)

그룹(group)그루빠(&로rpynna)

< ㅅ : ㅆ >사이렌(siren)싸이렌(&영siren)

코사인(cosine)꼬씨누스(&로косинус)

< ㅅ : ㅉ >가쓰라·태프트협정(KatsuraTaft)가쯔라-타프트협정(Katsura-Taft)

겐타마이신(gentamycin)겐타미찐(&라Gentamycinum)

< ㅈ : ㅆ >마텐자이트(martensite)마르텐씨트(&영martensite)

< ㅈ : ㅉ >배지(badge)빠찌(←&영badge)

 

⑥ 거센소리 : 된소리

< ㅊ : ㅉ >팬츠(pants)빤쯔(&영pants)

빨치산(←&러partizan)빨찌산(←&프partisan)

< ㅋ : ㄲ >리어카(▼rear car)리야까(←&영rear-ca)

캠페인(campaign)깜빠니야(&로камЛаИИЯ)

< ㅋ : ㅉ >판토키드(&라pantocidum)판토찌드(←&라pantocidum)

< ㅌ : ㄸ >배터리(battery)바떼리

카탈로그(catalog)까딸로그(&로катаЛог)

< ㅌ : ㅉ >로만티즘(&러romantizm)로만찌즘(&로 ромɑНтН3м)

모티프(&프motif)모찌브(&로мотив)

< ㅍ : ㅃ >카피(copy)꼬삐(&영copy)

캠페인(campaign)깜빠니야(&로камЛаИИЯ)

 

⑦ 된소리 : 거센소리

< ㄲ : ㅋ >빵꾸(←&일panku)빵크(&영puncture)

 

⑧ 예사소리 : 유성음

< ㄷ : ㄹ >보드지(board)보루지(&영board)

 

⑨ 유성음 : 유성음

< ㄴ : ㄹ >엘니뇨(&에el Niño)엘리뇨현상(&에el Nino現狀)

 

⑩ 유성음 : 예사소리

< ㄹ : ㄷ >자카르01(&프Jacquard)쟈카드(&프Jacquard)

< ㄹ : ㅎ >알람브라 (궁전)(Alhambra宮殿)알함브라(&에Alhambra)

 

⑪ 된소리 : 된소리

< ㅆ : ㅉ >샤쓰(←shirt)샤쯔(←&영shirt)

 

(2) 끝소리가 다른 경우

< ㄴ : ㄹ >리넨(linen)린넬(&프liniere)

< ㄴ : ㅁ >덴푸라(&일テンプラ, ⊂&포tempero)뎀뿌라(←&뽀tempero)

< ㄴ : ㅇ >리본(ribbon)리봉(←&영ribbon)

샴페인(champagne)샴퍙(&프champagne)

< ㅇ : ㄴ >망토(&프manteau)만또(←&프manteau)

샹들리에(&프chandelier)샨데리야(&영chandelier))

< ㅇ : ㅁ >앙상블(&프ensemble)(무용)안삼불(舞踴&프ensemble)

 

3. 음의 첨가로 차이가 나는 경우

< ㅡ >깁스(&독Gips)기프스(&독Gips)

캐비닛(cabinet)까비네트(&로кабннет)

< ㅏ >유모(humor)유모아(&영humour)

알레르기(&독Allergie)알레르기아(&라allergia)

< ㅑ >프라치(←&러fraktsiya)프락찌야(&로фракция)

< ㅜ >샐비어(salvia)사루비아(&영salvia)

< ㅣ >믹서(mixer)미끼샤(&영mixer)

< ㅅ >구아슈(&프gouache)괏슈(&프gouache)

구타페르카(gutta-percha)굿타페르카(&라Guttapercha)

< ㄱ >바쿠스(Bacchus)박카스(&그Bacchus)

피콜로(piccolo)픽콜로(&이piccolo)

< ㄴ >러닝(running)런닝(&영running)

리넨(1linen)린넬(&프liniere)

< ㄹ >드래그라인(dragline)드래글라인(&영dragline)

비어(beer)비루(&그bier)

< ㅁ >코뮌(&프commune)꼼뮨(&프Kommune)

< ㅂ >라우월피아(rauwolfia)라우볼피야(&영rauwolfia)

히푸르산(←hippuric)힙푸린산(&라hippuric)

< ㄹㄹ >기요틴(&프guillotine)길로틴(&프guillotine)

< 그 >텅스텐(tungsten)탕그스텐(&영tungsten)

< 르 >마텐자이트(martensite)마르텐씨트(&영martensite)

세미나(seminar)쎄미나르(&로семинар)

< 리 >피너클(pinnacle)피나클리(&라pinnacle)

< 브 >카타콤(←catacomb)카타콤브(&프catucombe)

< 스 >모아이인^상(Moais人像)모아이스인상(&영Moais人像)

콕사키 바이러스(Coxsackie virus)콕스사키비루스(&라Coxsackievirus)

< 프 >드롭스(drops)드롭프스(&영drops)

 

4. 음의 탈락으로 차이가 나는 경우

< ㄴ >크렘린(Kremlin)크레믈리(&로Кремль)

< ㄹ >나일론(nylon)나이론(&영nylon)

포럴(poral)뽀라(&영poral)

< ㅂ >바셀린(vaseline)와셀린(&영vaseline)

< ㅅ >아마겟돈(←Harmagedon)아르마게돈(&영Armageddon)

< ㅈ >쥐라기(Jura)유라기(&독Jura)

< ㅜ >카무플라주(&프camouflage)캄프라지(&영camouflage)

< ㅡ >모르타르(mortar)몰탈(←&영mortar)

코크스(cokes)콕스(&독Koks)

< ㅣ >프레임①(frame)후렘(&영frame)

< 르 >카를˙피셔^시약(Karl-Fischer試藥)칼피셔시약(&독Karlfischer試藥)

< 즈 >심벌즈(cymbals)씸발(&영cymbals)

 

5. 어형의 길이가 다른 경우

< 장 : 단 >넘버링머신(numbering machine)넘버링(&영numbering)

류머티즘(rheumatism)로이마(←&독Rheumatismus)

< 단 : 장 >시가(cigar)시가레트(&영cigarette), 씨가레트(&영cigarette)

 

6. 그 밖의 경우

< ㅓ : ㅗ르 >벡터(vector)벡토르(←&영vector)

테너(tenor)테노르(&이tenor)

< ㅓ : ㅔ르 >링거(Ringer)링게르(&영Ringer)

루터 교회(Luther敎會)루테르교회(&독Luther敎會)

< ㄴ∅ : ∅ㄴ > 파인애플(pineapple)파이내플(&영pineapple)

메탄올(methanol)메타놀(&독methanol)

< ∅ㄴ : ㄴ∅ > 구아네티딘(guanethidine)구안에티딘(&라Guanethidinum)

< ㅓ : ㄹ >데니어(denier)데닐(&프denier)

<기타>사인(sine)시누스(&영sinus)

비어(beer)비루(&그bier)

 

  

6. 남북 외래어 표기 통일은 남북 공통어 설정의 문제와 관련된다.

 

남북 외래어 표기 통일은 단순한 표기의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한자어의 구성 부분이 되는 낱낱의 한자 표기와는 다르게 외래어는 의미를 갖는 낱낱의 구성 부분으로 분석할 수 있는 성질을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굳이 분석한다면 음운 단위를 설정할 수 있으나 이는 한글 맞춤법에서 일정한 뜻을 갖는 단어(형태소)를 단위로 하여 그 안에서는 소리대로 적으므로 우리말에서 단어 단위로 인식되는 외래어는 그 안에서 소리대로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남북 외래어 표기의 통일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결국 남북 공통어의 설정으로 귀착된다. 따라서 남북 외래어 통일 방안은 남북이 각각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외래어를 어떻게 하나의 공통어로 설정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공통어는 어떤 절차를 밟든지 한 개념 단위에 대하여 하나의 단어 형태를 설정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특정한 경우에는 한 개념에 복수의 단어를 설정하기도 한다. 이는 남북에서 다 취하고 있는 방법이다. 따라서 남북 외래어의 통일은 남북에서 서로 다르게 사용하는 것 가운데에서 남북 외래어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거나 제3의 단어로 정하는 방법과 아울러 특별한 경우에는 복수의 단어를 인정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복수 외래어를 설정해야 하는 특별한 경우는 지역적인 기준이나 언어 사용자의 계층이나 수효에 따라 처리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7. 남북 외래어 표기 통일 방안의 대강

 

현행 남북 외래어 표기 규정의 근간은 외래어의 개별 음운 단위를 우리글로 적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나라의 말을 들여와 사용하는 외래어는 우리말에서 단어 단위로 인식되므로 그 표기는 외래어의 개별 음운 단위 각각을 우리글로 적는 것이 아니라 외래어의 개별 단어 단위 각각을 우리글로 적는 방법을 취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남북 외래어 표기의 단일화 방안은 그 원어의 음운을 파악하여 그에 맞는 우리글 표기를 찾을 것이 아니라 남북에서 이미 규정하여 사용하고 있는 외래어 단어를 단위로 하여 거기에서 드러나는 각각의 차이를 극복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남북이 각각 규정하고 있는 현재의 외래어 표기에 대해서 원어의 발음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반영되었는지를 따질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드러나는 우리글의 표기에서 나타나는 차이에 대해서만 논의하여 통일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위의 5에서 보듯이 현행 남북 외래어 표기의 차이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이들을 낱낱으로 대비하여 남북 외래어를 통일하는 작업에는 일정한 원칙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각각의 단어에 대하여 공통어를 설정하는 경우에 단어마다 실제 적용하는 데에 있어서 그 결과가 들쑥날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남북이 서로 협의하여 하나의 외래어를 선정할 때 어느 경우에는 이것으로 정하고 어느 경우에는 저것으로 정하는 것이 매우 임의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통일의 기준으로 정한 것을 절대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체적인 대강으로 삼아 단일화 협의를 진행하는 데에 참고할 수 있는 것으로 필요할 뿐이다. 이에 그 대강을 크게 다음 세 가지로 정하고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자 한다. 아래의 내용은 발표자가 초안으로 작성한 것을 바탕으로 재정리한 것임을 밝혀 둔다.

 

1. 남북의 표기가 같은 것은 그대로 인정한다.

2. 남북의 표기가 다른 것은 어느 하나를 선정한다.

3. 특별한 경우에는 복수 또는 제3의 외래어를 인정한다.

 

1) 남북의 표기가 같은 것은 그대로 인정한다.

 

 

제3회 학술발표회(남북 단일 어문규범 얼개잡기)의 추가 자료가 있어 올립니다.

 

내용은 학술발표회의 제4주제(두음법칙 표기 등 어떻게 해야 할까?)와 관련된 것입니다.

발표회에서 민현식 교수님께서 토론자로 나서주셨는데, 민 교수님의 지적에 대해 발표자인 김정수 교수님이 답변
한 내용을 글로 보내요셨습니다.

첨부한 글을 열어보시면, 검은 글씨는 본디 민 교수님이 지적하신 것이고, 붉은 글씨는 김 교수님의 이에 대한 답
변입니다.

 

 

두음 법칙 표기 문제에 대한 토론과 답변

 

민 현 식(서울대 국어교육과)

김 정수 답변

 

1. 들어가며

 

최근에 두음법칙 관련하여 몇 가지 관심을 끄는 일들이 있었다.

 

 

(1) 지난 10월 4일 남북이 각각 공개한 '남북 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 전문은 두 종류로 나왔다

 

고 한다. ‘남북 - 북남; 한반도 - 조선반도; 정상 - 수뇌; 기반 시설 확충 - 경제 하부구조 건설; 한강 하구 공

 

동 이용 - 림진강 하구 공동 리용; 조선협력단지 - 조선협력지구; 경의선 열차 - 서해선 렬차; 상호-호상;

 

흩어진 가족과 친척의 상봉을 상시적으로 진행 - 흩어진 가족과 친척의 상봉을 정상적으로 진행’ 등과 같은

 

표현상의 차이를 보여 주었다. 이 중에 특히 두음법칙 관련 표기 차이도 ‘로무현, 리용’ 같은 예에서 나타난

 

다.

 

(2) 2005년부터 본격화한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 사업의 공동위원회에 속하는 분과위원회인 ‘단일언

 

어규범조’ 회의에서는 현재 11차 회의를 진행하여 점진적으로 어문 규범의 통일 합의 사항을 이루고 있음은

 

고무적이다. 언중의 발음을 존중하는 표음주의 정신과 표기의 시각적 일관성을 고려한 형태주의 정신의 조

 

화를 통해 협력이 이루어짐은 남북 관계에도 긍정적 전망을 낳게 한다. 자음, 모음의 사전 등재 순서, 자음

 

명칭, 문장부호 등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 어문 규범의 통일도 먼 이야기는 아니다.

 

이 중에서 현재 두음법칙 협의가 중요한 해결 과제로 대두되어 있는데 양측은 꾸준히 여유 있게 통일안을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 대법원은 2007. 5. 29. “호적제도개선위원회”를 개최하고, 국어학자 및 참석 위원들의 논의 결과 한자

 

성을 본래 음가로 발음하고 표기하여 사용하여 왔던 사람들에게 두음법칙의 예외를 인정함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고 후속대책 수립을 권고하였다. 2007. 6. 25. 열린 “대법관 회의”에서도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

 

우 호적상 한자 성의 한글표기 시 두음법칙 예외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관련 예규를 개정하고, 통일적인 처

 

리를 위해 사무처리지침을 제정하도록 논의하였다. 이에 대법원은 2007. 7. 20. 「호적에 성명을 기재하는

 

방법」제2항을 개정함과 아울러「호적상 한자 성의 한글표기에 관한 사무처리지침」을 제정하였다. 이러

 

한 개정의 논거 중 하나가 “한글맞춤법이 호적상 한자 성의 한글표기 시에도 두음법칙을 강제하여 기존에

 

사용하던 한글 표기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헌법상 인격권 또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음”이라고 본 것이 주목된다. 그동안 두음법칙의 적용대상인 성은 ‘李(리), 林(림), 柳(류), 劉(류), 陸(륙),

 

梁(량), 羅(라), 呂(려), 廉(렴), 盧(로), 龍(룡)’ 등이며, 4900여만 명의 우리 국민 가운데 약 23%인 1100만 명

 

이 이 성씨를 갖고 있다. 그러나 본인 희망에 따라 모두 두음법칙의 예외를 인정받는 것은 아니며 그 전부터

 

일상생활에서 본래 음가대로 표기해 온 경우에만 인정된다. 이를 위해 본적지 관할 가정법원에 본래 소리대

 

로 성을 썼다는 증거 서류(주민등록 등·초본, 학적부, 졸업증명서, 문중 또는 종중의 확인서 등)를 제출해 허

 

가를 받아야 한다.

 

이상의 사례는 두음법칙 관련한 최근 일어난 사건의 소식으로 두음법칙 문제는 앞으로 활발한 논의를 요하

 

는 사안으로 대두되어 있어 이번 학술발표회는 시의적절한 자리로 보인다.

 

2. 발제의 요지와 비판의 요지

 

두음 법칙에 관한 김정수 교수님의 발표 논문은 두음법칙을 명쾌하게 조명하고 특히 역사적 변천을 밝히고

 

남북 규범사적 관점에서 어문 규범 정책 결정에 대한 반성을 제기하여 의미가 있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ㄹ/ 음소는 여러 닿소리 가운데 특이한 음소로 /ㄴ, ㅁ, ㆁ/과 더불어 향음의 부류를 이루면서 홀소리에

 

가까운 성질을 지니고 있다.

 

(2) 허 웅(1985: 268)은 두음법칙을 필연적, 보편인 규칙이라 하였으나 임의적이고 한정적 규칙으로 보아야

 

한다. 남한 외래어는 이를 지키지 않고 한자어나 고유어 중에는 예외가 있기에 보편, 필연 규칙이 아니다.

 

(3) 한글 맞춤법의 총칙 1항 ‘표준말을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한다’는 표음주의와 표의주의라는 모순

 

된 원칙을 기묘하게 절충 통합한 규정으로 존속되어 왔다. 학자들의 논쟁에서 임시 절충안으로 세운 원칙이

 

불멸의 원칙이 되었음은 비판받아야 한다.

 

(4) ㄹ 본음 한자어들은 역사적으로 ㄹ>ㄴ으로 변하거나 ㄹ>ㅇ(ㄹ 탈락)으로 변하여 어두 ㄹ 소멸 약화의 길

 

을 걸어 왔다.

 

(5) 북한은 ‘소리대로’를 버리고 ‘어법에 맞도록’을 선택해서 북한 사람들답게 일관시킨 결과가 바로 머릿소

 

리 규칙 버리기였는데 바람직한 결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적어도 머릿소리 규칙에 관한 한 북한보다는 남한

 

이 훨씬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선택을 한 것으로 단정한다.

 

(6) 다채롭게 움직이는 한겨레말과 한겨레의 마음결을 학자들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어문 규정에서 일관된

 

적용이나 획일적인 배제는 피해야 한다. 서양 들온말에 대해 예외를 허용하고 있듯이 허용 한도를 더 크게

 

넓힐 필요가 있고 특정한 성씨에 대해서는 당사자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

 

(7) 남북 학자들 소수가 타협해서 머릿소리 규칙을 비롯한 말글 규범을 이리저리 결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

 

다. 남북 모두 한겨레말의 역사적인 흐름을 인위적으로 거스르지 말고 언어 주권을 언중에게 되돌리는 언어

 

민주화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였다.

 

이상의 논의는 두음법칙 현상의 역사적 당위성을 밝히면서 언어규범에 대한 전향적 태도, 언어 민주화의 의

 

미까지 연계하여 문제의식을 강렬하게 보여 주고 있다. (1)(2)는 올바른 관찰이라 이의를 달 사항이 아니다.

 

(3)-(7)과 관련하여 다음 몇 가지에 대해 질문을 드리며 구체적 의견을 더 듣고자 한다.

 

(가) 위 (3)의 요약에서처럼 발표자께서는 “한글 맞춤법의 총칙 1항은 ‘표준말을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

 

록 한다’는 원칙이다. 소리대로 적는 것은 표음주의로, 어법에 맞추는 것은 형태주의로 갈릴 수밖에 없는 모

 

순된 원칙 둘이 어설프게 통합되고 기묘하게도 장수해 왔다.”라고 하였는데 이 점은 동의하기 어렵다. 토론

 

자는 현재의 이 기묘한 통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며 어느 한 쪽으로의 일방적 선택은 어렵다고 보

 

는데 발표자께서는 표음주의나 표의주의 중 어느 한쪽으로 결정하였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인지 궁

 

금하다. 혹시 김정수(1990) 이래 주장하시던 표음주의 원칙에 대한 신념을 여전히 담고 있는 주장인지 궁금

 

하다.

 

- 책(1990)의 내용을 오해했다. 형태주의가 소리 글자를 뜻 글자처럼 만들어 손보다 눈에 유리하게 하기 위

 

한 것인 만큼 표음주의보다 나은 것이다. 표음주의는 언뜻 쉬운 듯이 보이나 어원을 잊게 만들고 분석력을

 

둔화시키므로 피하고 점차 형태주의로 기울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 위 (4)의 요약처럼 발표자께서는 ㄹ계 본음 한자어들의 역사적 변천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였는데 이 변

 

사 자료가 주는 핵심 결론은 역사적으로 어두 ㄹ 한자어는 어두 ㄹ의 약화 소멸이 대세라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고 그런 점에서 두음법칙 설정은 정당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아도 타당

 

한 것인가? 이 점에 대한 강력한 주장이 자료 제시 후에 덧붙어야 한다고 본다.

 

두음법칙성 한자어들의 변천사를 제시한 것은 어두 ㄹ계 한자들이 ㄹ을 포기해 온 역사임을 보여 주므로 북

 

한이 ㄹ계 한자어들을 유지함은 시대착오적인데 이러한 역사적 증거들로 인해 북한식의 두음법칙 거부나

 

성씨 두음법칙 거부 현상이 비언어학적임을 더 강조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엄밀히 말하면 문헌 증거는 무엇이 있었음은 증거하나 무엇이 없었다고 반증하지는 못한다. 여기 보인 자

 

료는 ㄹ (및 ㄴ) 머릿소리의 소멸 경향만 보인 것일 뿐이며, ㄹ 머릿소리가 어떤 비율로 존속했는지 정량적

 

으로는 보여 주지 못하는 불완전한 자료다. 토론자가 보강해 준 것처럼 19세기 이후로도 ㄹ 머릿소리가 상

 

당히 살아 있음으로 보아 북한식의 언어 정책이 절대적으로 비언어학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이 규칙이 임

 

의적이고 한정적임을 거듭 강조하는 것이 차라리 언어학적이다.

 

(다) 위 (5)에서 “머릿소리 규칙에 관한 한 원칙적으로 북한보다는 남한이 훨씬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선택을

 

한 것으로 단정한다.”고 하였는데 남측의 현행 두음법칙은 외형상 표음주의적이지만 세부적으로는 예외 사

 

항이 많아 표의주의 경향을 띠어 김정수 교수님의 위 요약 (3)의 적당한 절충주의에 대한 비판과 모순되는

 

것은 아닌지 즉 표음주의 주장론과 상치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 우선 맞춤법 총칙의 모순적인 절충에 대해서는 단순히 기술한 것이지 반대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과 발제

 

자가 표음주의자가 아님을 거듭 밝힌다. 다음, 우리 머릿소리 규칙의 예외는 충분히 합리적인 것들이다. 대

 

개 매인이름씨(의존 명사) 등을 예외로 규정한 것인데, 이들은 형태론적으로만 머릿소리인 것 같이 보일 뿐

 

이고 음성학적인 단위로 보면 머릿소리가 아닌 것들이기 때문이다. 띄어 쓰기가 원칙인 낱말들을 붙여 쓰도

 

록 허용한 경우에도 음성학적으로는 머릿소리이기에 이 규칙을 따르게 한 것들이므로, 예외 사항들은 표의

 

주의가 아니라 표음주의를 유지한 것이다.

 

 

(라) 위 (6)에서 “어문 규정에서 일관된 적용이나 획일적인 배제는 피해야 한다. 서양 들온말에 대해 예외를

 

허용하고 있듯이 허용 한도를 더 크게 넓힐 필요가 있고 특정한 성씨에 대해서는 당사자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하였는데 외래어의 어두 ㄹ 표기 허용처럼 ㄹ 표기어를 더 늘리자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근거나

 

허용 범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 형태소의 변동 규칙 가운데는 “낫, 낮, 낯”이나 “빗, 빚, 빛”등이 하나가 되어 버리는 일곱 끝소리 되기 같

 

이 과연 필연적이고 보편적인 것이 있어서 억지로 꾸미지 않는 한 누구나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규칙들이 있

 

으나, 머릿소리 규칙은 남한의 경우 말할이의 교육, 교양, 취향, 발음 능력에 따라, 북한 등지의 경우 정책에

 

따라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임의적이요 한정적인 규칙이라 한 것이 예외를 확장할 수 있는 근거

 

다.

 

허용 범위는 남한의 경우 류 씨, 리 씨 등 일부 씨족 사회에서 주장하고 요구하는 것을 막을 명분이 약한 만

 

큼 이 같은 홀로이름씨(고유 명사) 등에 대해서 허용하자는 것이다. 법원에서 정한 바 개인적으로 규범을 위

 

반해 온 내력을 증명하는 경우만 개별적으로 허가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성씨는 개인이 아니라 씨족의 이

 

름인 만큼 종친회 차원에서 허용 여부를 일괄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북한의 경우는 우리에게 정치

 

적인 선택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마) 위 (7)에서 “남북 학자들 소수가 타협해서 머릿소리 규칙을 비롯한 말글 규범을 이리저리 결정하는 것

 

은 옳지 못하다. 남북 모두 한겨레말의 역사적인 흐름을 인위적으로 거스르지 말고 언어 주권을 언중에게

 

되돌리는 언어 민주화가 절실히 요구된다”라고 하였다. 이는 1988년에 제정된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에

 

서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났는바 소수 학자들이 모여서 규범을 정할 때 정확한 언어 실태 조사, 규정 제정의

 

신중함과 엄정함의 중요성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언어 규범 제정시 언어 민주화의 반영에 대한 구체적

 

전략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 이 주장은 88년도 맞춤법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 같은 국어학자들이 언제나 미흡하거나 편파적인 학

 

설의 이치만으로 규범을 정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혼란스러운 듯 해도 막을 수 없이 움직이는 언어의 실태

 

를 살펴서 여유롭게 대처하자는 반성이며 요청이다. 충분한 다수 언중에게 충분한 시간을 들인 언어 조사가

 

필요하고, 학계, 언론계, 출판계 등 말글로 사는 관련 분야의 다양한 학설과 주장을 충분히 포용할 만큼 충

 

분한 토론이 필요하다.

 

이상으로 김 교수님의 발표문에 대한 기본 토론은 충분하다고 본다. 단지 김 교수님이 제기한 문제들과 두

 

음법칙 관련한 논의에서 심화할 필요가 있는 두음법칙 관련 표기의 역사적 변천 문제와 김 교수님 발표에서

 

누락된 성씨 표기 문제나 두음법칙 폐지론자들의 주장, 현행 두음법칙 규정의 미비점 등에 대한 논의도 본

 

발표회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보아 추가 논의를 부연하고자 한다. 다음 5-8 항목에 걸친 사항에 대해 김

 

교수님의 고견을 듣는 것도 본 발표회의 주제에 대한 종합적 이해에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3. 두음법칙의 역사성 문제: 두음법칙은 역사적 순리인가, 역리인가?

 

두음법칙은 한글맞춤법통일안(1933)에 와서 이루어진 것으로 당시 학자들이 어두 ㄹ계 한자어들에 나타난

 

당시의 현실 발음을 규범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어두 ㄹ계 한자어들에서 나타나는 언어 변천의 대세를

 

두음법칙이라는 규칙으로 반영한 결과이다. 김 교수님의 발표에서 보여 준 통시적 분포는 이런 변천의 대세

 

를 보여 준다. 김 교수님은 이런 점에서 남측의 수용은 잘 한 것으로 평가하였고 북측의 두음법칙 버리기는

 

인위적 산물로 비판하였다. 언어의 변화는 자연 현상으로 언어의 순리(順理)라고 할 때 이를 북측에서처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일은 언어의 역리(逆理)라 할 수 있으므로 북측의 결정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으로 이

 

해된다. 권재일 교수님의 인터뷰에서도 이 점은 분명히 관찰되었다.

 

그러나 이미 이러한 인위적 역리가 표기와 발음의 일치 교육으로 훈련되어 굳어진 오늘의 북한 주민들에게

 

장차 한국이 주도하는 통일이 되어 한국식 두음법칙을 교육 요구하게 된다면 부담과 반발로 작용할 것임은

 

틀림없다. 마찬가지로 한국인들에게 언어의 역리로 보이는 북한식 두음 표기와 발음을 강요하여도 반발은

 

클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문제의 해결은 언어학적 원리를 찾는 데로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한국어의 역사적 언어

 

변천의 순리를 관찰하여 찾고 그 순리에 호응하는 규정으로 가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두음법칙 거부는 문

 

제가 있다는 점이 입증되고 설득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두음법칙 거부가 북한 정권 수립 이후 인

 

위적 공공 언어 교육을 통해 이루어진 강압적 현상으로(이것이 반세기 넘게 지속되고는 있지만) 어두 ㄹ계

 

한자어 변천의 대세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본다.

 

두음법칙 현상은 한국어 내부에 들어온 차용어인 한자어들이 고대, 중세 이래 꾸준히 한국어화, 즉 귀화어

 

화하는 과정에서 ㄹ>ㄴ(락원>낙원)도 되고 ㄹ>ㅇ(리용>이용)으로 되는 것이다. 외국어가 들어와서는 외래어

 

화하고 그 과정에서 어두, 어중, 어말의 발음에 다양한 변화가 나타남이 지극히 정상이므로 ㄹ계 한자어음

 

이 점진적으로 ㄴ으로 바뀌거나 탈락함은 지극히 순리요 정상이다. 한글 맞춤법통일안(1933)의 두음법칙

 

규정은 이들 ㄹ계 한자어들에 대한 귀화 선언인 것이다.

 

이 대세를 북한 규범 정책가들이 인위적으로 정지시켜 ㄹ 유지를 강제함은 한국어의 발달사적으로나 구조

 

적으로도 부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김 교수님의 논의나 조규태(1995)의 논의에서 밝혀졌듯 중세국어에서

 

ㄹ 어두 단어는 ‘러, 라귀’ 정도에 불과하여 ㄹ계 어휘가 몇 안 되어 ㄹ은 음소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던

 

불안정한 것이었다. 일부에서 ㄴ을 ㄹ로 표기하는 과도한 ㄹ 표기도 보이지만 이는 ㄴ의 대치용일 뿐이고

 

이 경우의 과잉 ㄹ은 ㄴ 음과 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怒)다(유합 하35) - 로다(번역소학12)

 

능(能)히(구급간이방 1:5) - 릉히(분문온역이해방18)

 

낛(훈민정음 해례본) - 랏(한석봉 천자문 39)

 

그리고 김 교수님의 위 자료 예시에서처럼 대부분의 ㄹ 어두 한자어들은 ㄹ을 유지하거나 상당수 ㄴ으로 표

 

기되거나 탈락하여 이미 1단계 두음법칙화하여 귀화 단계에 들어서 표기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제 개

 

화기 자료들을 보면 아직도 다음 예처럼 중세 이래 19세기말의 자료인 낙선재필사본 <홍루몽> 자료나 <독

 

립신문>, 신소설, 개화기 신문 잡지에 이르기까지 ㄹ - ㄴ 혼기는 일정하게 존재한다.

 

(1)ㄱ. 동산 쇽의 잇 로파(老婆) 즁의 분슈가 로셩(老成)고 능히 치포(治圃) 쥴 아 사

 

을 여 내니(홍루몽 56:17)

 

ㄴ. 이졔 제가 니환(李寰)은 노셩나 탐츈(探春)은 년쇼 고랑(姑娘)이믈 업슈히 너기(홍루

 

몽 55:20)

 

다음 자료는 <독립신문>, 신소설, 개화기 잡지 자료에서 뽑은 것으로 어두 ㄹ - ㄴ혼기가 여전하고 오히려

 

ㄹ 원음 표기 수가 더 많은 현상도 보이고 과도한 ㄹ 표기도 나타난다(農事 > 롱). 아마도 이런 어두 ㄹ의

 

존속 및 과도화 현상으로 인해 일제를 거쳐 북한 체제가 성립된 후에도 두음법칙을 거부하고 개화기 시대

 

표기로 회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ㄹ 탈락의 예들도 엄존하여(룡슈쳘-용슈텰) ㄹ 탈락의 흐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ㄹ 유지는 보수적 표기 습관으로 볼 수 있다.

 

(2) ㄹ 표기: 룡슈쳘(龍鬚鐵), 류리챵(琉璃窓), 로인졍(老人亭), 뢰물(賂物), 륙혈포(六穴砲), 륵탈(勒

 

奪), 림시회(臨時會), 립헌(立憲), 리익(利益), 리발쇼(理髮所), 두사(來頭事)

 

ㄴ 표기: 논셜, 노슈(路需), 늑(勒買), 능지(陵遲), 노구(爐口), 혈동물(冷血動物), 낙셩식(落成式)

 

ㄹ 탈락: 용수텰, 유산셕회(硫酸石灰), 임시회의, 염의(廉義),

 

이런 ㄹ - ㄴ 혼기 속에서 다음과 같이 어두 두음법칙을 지키고 심지어 비어두에서도 ㄹ을 ㄴ으로 적는 현

 

상도 나타난다.

 

(3)ㄱ. 논셜 치기 젼에 우리가 대균쥬 폐하 송덕고 만세을 부르이다(독립신문 창간호)

 

ㄴ. 우리가 독닙신문을 오 처음으로 츌판(독립신문 창간호) cf. 독립국(警世鐘 12)

 

ㄷ. 편당 잇 의논이든지(독립신문 창간호)

 

ㄹ. 인민은 나모 말만 듯고 무 명녕인 줄 알고(독립신문 창간호)

 

 

어두 ㄹ계 외래어 표기는 오늘날 현대 국어 어휘부나 사전에서 유일하게 ㄹ계 공급원으로 자리 잡고 있으나

 

개화기에는 이들 ㄹ계조차도 ㄴ으로 적는 노력이 다음 (3ㄴ)처럼 있었다.

 

(4)ㄱ. 외래어 ㄹ 표기: 루불(Rubl), 로마, 례옹, 라마교(Rama), 라사(羅紗), 람포(lamp), 락키(lucky),

 

레일(rail)

 

 

ㄴ. 외래어 ㄴ 표기: 노서아(露西亞, Russia), 나지오(radio), 남포(lamp), 나마교(Rama), 나왕((羅王, lauan)

 

한편, 흥미로운 것은 오늘날 ㄹ계로 쓰겠다고 주장하는 성씨들도 이미 중근대어에서 ㄴ계로 표기되어 당시

 

의 두음법칙화의 과정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성씨 표기는 역사적으로도 우리 조상들이 ‘라, 류, 리,

 

량, 륙, 림’으로 적도록 하지 않았다.

 

 

(4) 나씨(羅氏, 동국신속삼강행실도 烈 2:79ㄴ) 뉴씨(柳氏, 동국신속삼강행실도 烈 4:64ㄱ)

 

냥가(梁哥, 동국신속삼강행실도 烈 1:64ㄴ) 니씨(李氏, 동국신속삼강행실도 烈 1:33ㄴ)

 

뉵씨(陸氏, 동국신속삼강행실도 烈 8:54ㄴ) 님씨(林氏, 동국신속삼강행실도 烈 8:14ㄴ)

 

위의 성씨 표기 증거는 이들을 ㄹ계 원음으로 적으려는 주장이 역사적 타당성이 없음을 보여 준다. 현대국

 

어에서도 ㄹ은 어두에서 음소 구실을 제대로 못함은 분명하여 현대국어 사전의 ㄹ 부분이 대부분 외래어로

 

채워지고 고유어나 한자어는 극소수라 가장 엷은 쪽수를 보인다.

 

이처럼 ㄹ은 불안정한 음소로 ㄹ계 한자어들이 긴 세월 속에 ㄴ으로 변하거나 탈락하는 것은 정상적 순리로

 

1933년 한글 맞춤법통일안은 이런 대세를 반영한 것이었다. 이를 북한이 인위적으로 ㄹ음으로 복귀하려고

 

한 것이 비정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언어 순리에 대한 거역이라 할 수 있다.

 

권재일 교수님의 인터뷰 관찰 기사에서도 나왔듯이 60대 이상은 사석에서는 남한어처럼 두음법칙에 따라

 

발음하고 있다고 한 것은 인위적 언어 억압의 역리가 지배하는 사회라 하더라도 이런 순리를 그들이 개인방

 

언에서는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아무리 언어정책을 공공으로 강요하여도 개인의 발음의 자유를 반영

 

하는 언어 본성은 못 막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두음법칙 거부 정책은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을 받으므로

 

폐기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 점에서 두음법칙 문제에 관한 우리의 대북한 설득은 두 가지 관점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는 어두

 

ㄹ계 한자어들을 ㄹ로 적는 현상은 역사상 일부의 혼기 현상이고 보편 현상이 아니라는 언어적 역사성의 측

 

면이다. 둘째는 ㄹ 음소가 국어에서는 불안정 음소로 한자어의 ㄹ 본음을 거부하는 것이 국어 음소의 특성

 

상 정상적이라는 구조적 순리성의 측면이다. 이 두 측면을 이해시키고 이것이 북한 주민의 언어생활에도 좋

 

을 것이라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를 보다 더 구체적으로 실증하려면 북한 주민의 두음법칙 관련어 발음에 대한 공동 조사가 필요하다. 60

 

대 이상과 이하의 자연 발화를 철저히 자연 상태 하에서 관찰 채록하여 어두 ㄹ계 발음 준수 정도 실태 파악

 

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두음법칙 거부 교육을 받은 60대 이하의 북한 주민들이 한국식 두음법칙 언어생활

 

에 얼마나 신속히 적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므로 이를 위해서는 새터민들의 남한어 적응 실태를 관찰하고

 

특히 두음법칙 적응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두음법칙 표기를 하는 남한어에 비교적 어려움 없이 적

 

응하고 발음 교정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면 이는 순리의 힘이라 하겠고 남북 규범 통일 과정에서

 

두음법칙 규정이 가야 할 길을 보여 준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한국어가 이제 와서 두음법칙을 포기하고 북한식으로 어두 ㄹ계 원음 표기를 따라감은 언어 순

 

리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이는 결코 주고받고 협상하거나 양보할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언어학적

 

원리를 천착하여 그 순리에 따라 가야할 것으로 본다. 두음법칙 적용이 한국어 변천의 대세라면 정지된 역

 

리를 순리로 회복하는 것이므로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 머릿소리 규칙은 절대적으로 지킬 것도 아니고 절대적으로 금할 것도 아닌 규칙이다. 본질상 언중이 편의

 

로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엉성한 규칙이다. 순리냐 역리냐 하는 이분법으로 선택할 수 없다.

 

4. 두음법칙 폐지론의 문제점

 

조규태(1995)에서는 ㄹ음이 중세 이래 불안정 음소이었음을 주장하고 ㄹ>ㄴ, ㄹ>ㅇ 으로의 변화를 역사적

 

으로 증명하였으면서도 결론은 두음법칙을 폐기하자는 주장을 하여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다. 그는 두음법

 

칙이 한글 맞춤법 10-12항에 설정되면서 ‘다만’ 조항, ‘붙임’ 조항이 여러 개씩 달려 있어서 예외들을 둠으

 

로써 규범이 까다로워졌다고 하고 다음 이유로 두음법칙 폐지의 장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1) 북한처럼 두음법칙을 폐기하면 ㄹ계 한자어들이 어두나 비어두나 단일 형태의 모습으로 표기되므로(리

 

익-편리) 표기 기억의 부담이 적고 복잡한 현행 규정을 없애는 편리함이 있다.

 

(2) 두음법칙을 없애면 ‘리론(理論) - 이론(異論); 력사(歷史) - 역사(役事); 리상(理想) - 이상(異常) ... ’처럼

 

적게 되어 동음이의어가 대폭 줄어든다.

 

(3) ‘류-유, 림-임’ 씨의 경우처럼 성씨도 원음대로 적으면 동음이의(同音異義) 성씨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4) ㄹ 음이 어두에 대거 확충되어 어휘력이 풍부해질 수 있다.

 

(5) 부드러운 ㄹ 음이 어두에 되살아나 언어미학적으로 바람직하다.

 

(6) 남한어의 두음법칙을 없애면 북한식으로 통일되어 규범 문제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두음법칙을 폐지할 때의 단점으로는 기본 한자음을 정하고 기억해야 하는 부담은 새로이 나타난다

 

고 하였다.

 

그런데 위 (1)-(6)에 거론한 장점은 피상적 관찰로 보인다. 위 (1)의 북한처럼 두음법칙을 폐기하면 ㄹ계 한

 

자어들이 어두나 비어두나 단일 형태의 모습으로 적는 것이 장점이라기보다는 발음과 표기의 불일치로 기

 

억의 부담이 여전히 나타날 것이다.

 

(2) ‘이론-리론; 역사-력사; 이상-리상... 등의 구별로 동음이의어가 대폭 줄어들지만 원래 동음이의어들은

 

문맥으로 구별이 되어 아무 문제가 없다.

 

(3) ‘류-유, 림-임’ 등과 같은 성씨 구별은 근본적으로 완전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구’ 씨는 ‘具, 丘’ 씨처럼

 

구별이 불가능한 경우는 항상 있는 법이다.

 

(4)의 ㄹ음이 어두에 대거 확충되어 어휘력이 풍부해진다는 것도 (2)의 차원이라 기존 동음이의어의 산술적

 

분리 표기에 불과하므로 어휘 총량은 동일하다.

 

(5)의 부드러운 ㄹ음의 증가는 언어미학적으로 상당한 근거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국어가 갑자기 비음이

 

두드러진 샹송의 언어인 프랑스어가 될 수 없듯이 ㄹ계 한자어에 대한 어두 ㄹ의 부활이 발음에 정착되어

 

언어미감을 살린다고 봄은 요원한 공상일 것이다.

 

(6)에서 두음법칙을 없애면 북한식으로 통일되어 규범 문제 갈등을 줄인다고 본 것은 언어 역리의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라 북한보다도 인구가 많은 다수 언중의 발음 수행에 새로운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된다. 오

 

히려 소수 인구가 다수 인구의 관습에 따라옴이 정상이라 하겠다.

 

 

이상의 두음법칙 폐지론에 대한 비판을 김 교수님은 어떻게 판단하는지 궁금하다.

 

- 우선, ‘ㄹ 음소가 불안정하다’는 두 분의 언급은 음소의 정의를 오해한 결과임을 지적한다. ㄹ 음소는 예나

 

이제나 머릿소리로서의 빈도가 낮은 것이지, 음소의 자격이 불안정한 것이 아니다. “말 : 막/만/맘/맛/망,

 

나라 : 나사/나가” 등처럼 여러 쌍의 최소대립어가 있는 한 ㄹ 음소는 필요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ㅇ

 

음소는 머릿소리로 전혀 쓰이지 않으니 음소 자격이 전무하다 할 것인가?

 

 

이 규칙에 대해서 양자 택일의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규칙을 북한식으로 통일하자는 주장을 누가 했

 

는지 궁금하다. 역사 자료가 절대적으로 한 쪽에 치우쳐 있지 않다는 것과 북한의 정책적인 선택이 전적으

 

로 비언어학적인 것이 아님은 앞서 언급했다. 어느 한 쪽만 순리적인 것은 아니다. 언어학적일 뿐만 아니라

 

언어적이며 현실적인 선택은 남북의 규칙을 병립시키는 것이다. 땅이 하나 되고 사회가 하나 된 다음에 시

 

간이 흐르면서 오래 지난 뒤에 저절로 하나가 되는 것이 바로 순리다. 빨리 빨리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혁신

 

할 수 없는 것이 말과 글의 지독지독한 보수성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5. 현행 두음법칙의 보완 문제

 

국어 두음법칙은 대체로 한자어에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글 맞춤법은 10-12항을 규정으로 하고 각 항마

 

다 다만, 붙임 항목을 넣어 비교적 복잡한 규정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을 없앤다고 언어 수행이 편리

 

해지는 것은 아니다. 인위적으로 ㄹ계 한자어들의 어두에서 ‘리익, 력사, 로동...’처럼 ㄹ 발음을 새로 수행해

 

야 하는데 이 불편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현행 규정을 다듬거나 보완하는 차원의 노력을 하는 것

 

이 언어 순리에 타당할 것이다.

 

(1) 한글 맞춤법 제3장 소리에 관한 것 제5절 두음법칙

 

제10항 한자음 ‘녀, 뇨, 뉴, 니’가 단어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여, 요, 유, 이’로 적는다.

 

 

女子 녀자> 여자 紐帶 유대 >유대 匿名 익명 >익명

 

다만, 다음과 같은 의존 명사에서는 ‘냐, 녀’ 음을 인정한다: 냥(兩)냥쭝(兩-) 년(年)(몇 년)

 

[붙임 1] 단어의 첫머리 이외의 경우에는 본음대로 적는다: 남녀(男女) 결뉴(結紐) 은닉(隱匿)

 

[붙임 2] 접두사처럼 쓰이는 한자가 붙어서 된 말이나 합성어에서, 뒷말의 첫소리가 ‘ㄴ’ 소리로 나더라

 

도 두음 법칙에 따라 적는다: 신여성(新女性)공염불(空念佛)남존여비(男尊女卑)

 

[붙임 3] 둘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진 고유 명사를 붙여 쓰는 경우에도 붙임 2에 준하여 적는다: 한국여

 

자대학 대한요소비료회사

 

10항은 ‘본음 ㄴ을 갖는 한자음의 두음법칙 규정인데 여기는 고유어 중에 ㄴ두음어 ‘녀석, 년, 님1(바느질

 

실 한 님), 닢(동전 한 닢), 냠냠, 녘, 님, 닢, 니은, 니글거리다, 니나노’ 등에 관한 언급이 빠져 있다. 규정집

 

해설편에서는 ‘녀석, 년, 님1, 닢’이 두음에서도 실현된다고 단서를 달아놓고 있으나 본문만을 보는 대중들

 

은 해설을 모르므로 이들 고유어류에 대해서 10항 본문 규정의 ‘다만’에 추가하여 “다만, 고유어 ‘녀석, 년,

 

1, 님2, 닢, 녘, 냠냠, 니은, 니글거리다, 니나노’도 인정한다.”라고 할 필요가 있고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냐옹’도 이 목록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배주채 2003).

 

 

존칭어로 쓰이는 ‘님2’의 경우는 현실적으로 ‘임’으로 쓰이는 예가 거의 없고 ‘님의 침묵, 님은 먼 곳에’ 등에

 

서처럼 ‘임의 침묵, 임은 먼 곳에’로 잘 쓰이지 않고 ‘님’으로 쓰이는 예가 일반적인 점에서 ‘님2’도 ‘님1’과

 

차별할 것이 아니라 같이 두음에서 가능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배주채(2003)에서도 ‘님2’을 표준어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예외적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1999 년도’의 ‘년도’는 의존명사로 보고 ‘연도마다’의 ‘연도’는 명사로 보아 문법적 처리를 이원화한 것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2) 제11항 한자음 ‘랴, 려, 례, 료, 류, 리’가 단어의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야, 여, 예, 요,

 

 유, 이’로 적는다: 良心 량심 > 양심 流行 류행 > 유행 禮儀 례의 > 예의

 

다만, 다음과 같은 의존 명사는 본음대로 적는다; 몇 리(里)냐? 그럴 리(理)가 없다.

 

[붙임 1] 단어의 첫머리 이외의 경우에는 본음대로 적는다: 改良 개량 協力 협력 雙龍 쌍룡

 

다만, 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 이어지는 ‘렬, 률’은 ‘열, 율’로 적는다: 羅列(나열), 分裂(분열)

 

[붙임 2] 외자로 된 이름을 성에 붙여 쓸 경우에도 본음대로 적을 수 있다:

 

신립(申砬)최린(崔麟) 채륜(蔡倫) 하륜(河崙)

 

[붙임 3] 준말에서 본음으로 소리나는 것은 본음대로 적는다: 국련(국제연합)대한교련(대한교육연합

 

회)

[붙임 4] 접두사처럼 쓰이는 한자가 붙어서 된 말이나 합성어에서, 뒷말의 첫소리가 ‘ㄴ’ 또는 ‘ㄹ’ 소

 

리로 나더라도 두음 법칙에 따라 적는다: 역이용(逆利用) 연이율(年利率) 열역학(熱力學) 해외여행(海

 

外旅行)

 

[붙임 5] 둘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진 고유 명사를 붙여 쓰는 경우나 십진법에 따라 쓰는 수(數)도 붙임

 

4에 준하여 적는다: 서울여관신흥이발관 육천육백육십육(六千六百六十六)

 

11항에서는 ㄹ-ㅇ 두음법칙으로 ‘악기 - 쾌락’의 경우가 포함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규정의 열거항(한자

 

음 ‘랴, 려, 례, 료, 류, 리) 안에 들어가 한자음 ‘, 랴, 려, 례, 료, 류, 리’로 고쳐야 한다. 樂은 다음 두 가지

 

 두음법칙에 관여한다.

 

11항 樂 락 ① 樂器 악기 快樂 쾌락 => 어느 규정에도 안 나오므로 11항에 추가해야 함

 

② 樂園 낙원 快樂 쾌락 => 12항 언급

 

[붙임 2]는 다른 규정의 종결문이 당위 규정의 뜻으로 ‘적는다’인 것과 달리 ‘외자로 된 이름을 성에 붙여 쓸

 

경우에도 본음대로 적을 수 있다’라고 ‘-ㄹ 수 있다’라는 표현이 쓰여 원칙과 예외를 둘 다 허용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즉, 이에 따라 ‘신입, 최인, 채윤, 하윤’으로도 씀이 원칙이라는 것인데 실제로는 이렇게 쓰지는

 

않고 있어 ‘적는다’로 하여도 무방하다.

 

[붙임 4]는 합성어 구조에서의 뒷말의 두음법칙을 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해설란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

 

는 ‘과인산(過燐酸), 등용문(登龍門), 사육신(死六臣)’ 등을 들고 있다. 그런데 다시 이 규정의 예외로 ‘미입

 

자-미립자(微粒子), 수유탄-수류탄(手榴彈), 파염치-파렴치(破廉恥)’에서 ‘미립자, 수류탄, 파렴치’를 현실

 

발음어로 인정하고 있어 일관성을 잃게 되었으나 한편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붙임4] 국립국어원이 만든 해설에는 고유어 뒤에 한자어가 결합한 경우에는 뒤의 한자어 형태소가 하나의

 

단어로 인식되므로 두음법칙을 적용한다고 하고 ‘개연, 구름양, 허파숨양, 숫용’의 예를 들고 있다. 그러나

 

‘구름양-운동량’의 경우처럼 접미성 ‘-量’은 결과적으로 한자어 경우와 고유어 경우라는 어종(語種)에 따라

 

표기가 구분되어 시각적 학습이 중요하게 되었다.

 

(3) 제12항 한자음 ‘라, 래, 로, 뢰, 루, 르’가 단어의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나, 내, 노, 뇌,

 

누, 느’로 적는다.(ㄱ을 취하고, ㄴ을 버림.)

 

낙원(樂園) 뇌성(雷聲) 내일(來日)??누각(樓閣) 노인(老人) 능묘(陵墓)

 

[붙임 1] 단어의 첫머리 이외의 경우에는 본음대로 적는다: 쾌락(快樂) 연로(年老) 광한루(廣寒樓)동구

 

릉(東九陵) 가정란(家庭欄)

 

[붙임 2] 접두사처럼 쓰이는 한자가 붙어서 된 단어는 뒷말을 두음 법칙에 따라 적는다: 내내월(來來

 

月) 상노인(上老人)중노동(重勞動) 비논리적(非論理的)

 

음법칙에 따른 규정에서 한자어 결합형인 ‘강수량(降水量), 목표량(目標量)’이나 ‘독자란(讀者欄), 비고란

 

(備考欄)’의 경우는 ‘-량, -란’으로 한다는 사실을 11항이나 12항에서 암시하고 있거나 예시하고 있다. 반면,

 

고유어나 외래어 뒤에 결합한 경우는 ‘구름양, 기름양, 소금양, 알콜양’이나 ‘어린이난, 고십(gossip)난’처럼

 

‘-양, -난’으로 한다는 것을 해설에만 보이고 본문에는 명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본문만으론 ‘구름량, 기름

 

량, ……어린이란, 고십란’처럼 적기 쉬우므로 본문 규정만으론 미흡하다. 그러므로 11항의 [붙임 4]나 12

 

항의 [붙임 4] 뒤에 “다만, 고유어나 외래어 뒤에 붙어서 된 말은 뒷말을 두음법칙에 따라 적는다.”라고 덧

 

붙이면 규정이 상세해질 것이다.

 

의존명사나 접사로 볼 수 있는 ‘類’와 같은 경우도 위 규정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것도 위

 

규정을 적용한다면 한자어 뒤에서는 ‘석유류, 의복류’처럼 적고 고유어 뒤에서는 ‘기름유, 옷감유, 테이프

 

유’처럼 적어야 하는데 실제 ‘기름류, 옷감류, 테이프류’로 발음되고 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類’와 같은 경

 

우는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

 

어종에 따라 구별하는 부담을 줄인다면 한쪽으로 통일시킴이 좋을 것이므로 어종에 관계없이 본음을 유지

 

하는 쪽으로 통일함이 어떨까 한다. 즉, 고유어나 외래어 뒤의 경우도 ‘어린이란, 고십란, 구름량, 알콜량,

 

기름류, 테이프류’처럼 통일함이 좋을 것이다. 이러한 통일은 한 형태소는 가급적 시각적으로도 단일하여

 

시각적 통일성을 주는 정서법이 한 형태소에 대해 두 가지 이상의 표기를 기억하게 하는 정서법보다 헷갈림

 

이 적은 효율적 정서법이기 때문이다.

 

규정에서 다루지 않았으나 다음 단편적 사례는 개선을 요하는 사례이다.

 

 

온난전선(溫暖前線)-한란계(寒暖計): 暖은 원음이 ‘난’이므로 ‘한난계’로 해야 일관성이 있는데 ‘한란계’처럼

 

변음 ‘란’을 적어 혼란스럽다.

 

- 너무 잘고 번잡한 문제들이므로 답변을 생략한다.

 

6. 대법원의 성씨 두음법칙 예외 허용의 문제

대법원은 한글맞춤법의 11항에 따라 ‘梁, 呂, 廉, 龍, 柳, 李’ 씨에 대해서는 ‘양, 여, 염, 유, 이’로 적게 하였지만 우리가 앞에서 거론하였듯이 이의 역사적 근거는 없다. 종친회의 관점에서는 동음이의 한자어 성씨 구별 표기를 위한 노력의 결과 인격권의 문제로 이의 구별 표기를 주장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 대법원이 이의 예외적 허용을 하게 한 것이 개인의 인격권을 존중한 결정이지만 혼돈을 우려하여 모든 사람이 자동으로 그렇게 바뀌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써 온 사람만 선별적으로 증거 서류를 내면 허용한다고 하여 오히려 같은 柳 씨도 행정 절차로 ‘류’로 고친 사람과 그대로 ‘유’로 쓰는 사람이 나타나 더 혼란을 주는 결과가 되어 버렸다.

시기 1994. 8. 31. 이전 1994. 9. 1.~1996. 10. 24. 1996. 10. 25.~현재
기재방법 한자만 기재 한자와 한글 병기
(두음법칙 적용 여부 불분명)
한자와 한글 병기
(두음법칙 적용)
기재례 柳一男 柳一男(류일남 또는 유일남) 柳一男(유일남)

 

(1) 호적상 한자 성의 표기 변천

 

(2) 두음법칙의 적용 대상인 성은 ‘李’, ‘林’, ‘柳’, ‘劉’ ‘陸’, ‘梁’, ‘羅’, ‘呂’, ‘廉’, ‘盧’, ‘龍’ 등 우리나라 4,900여

만 명 중 23%인 1,100만 명임.

(3) 1996. 10. 25. 당시 ① 문화부 등 관계부처에 대한 의견조회 및 ② 어문규범인 한글맞춤법에 따라 공문

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문화예술진흥법 제7조 및 제8조에 근거하여 호적상 한자 성의 한글표기 시 한글맞춤

법상 두음법칙에 따르도록「호적에 성명을 기재하는 방법」제2항(호적예규 제520호)을 신설함

(3) 호적제도개선위원회 개최 및 대법관회의 논의

ㄱ. 2007. 5. 29. “호적제도개선위원회”를 개최, 국어학자 및 참석 위원의 논의 결과 한자 성을 본래 음가로

발음하고 표기하여 사용하여 왔던 사람들에게 두음법칙의 예외를 인정함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고 후속대

책 수립을 권고함.

ㄴ. 2007. 6. 25. 열린 “대법관 회의”에서도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 호적상 한자 성의 한글표기 시 두음법

칙 예외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관련 예규를 개정하고, 통일적인 처리를 위해 사무 처리 지침을 제정하도록

논의함.

ㄷ. 이에 대법원은 2007. 7. 20. 「호적에 성명을 기재하는 방법」제2항을 개정함과 아울러「호적상 한자

성의 한글표기에 관한 사무처리지침」을 제정함.

(4) 호적상 한자 성의 한글표기 정정 대상

가. 실제 사용하여왔던 경우에 한함

 두음법칙이 적용되는 모든 한자 성에 대하여 두음법칙 예외를 허용하는 것은 아님

 사회․문화․교육․경제의 영역 등 일상생활에서 한자 성 본래의 음가대로 발음하고 표기하여 사용한 경우

에 한하여 호적상 한자 성의 한글표기를 실제와 일치할 수 있게 호적정정을 허용함

나. 두음법칙과의 관계

○ 원칙 : 어문규범인 한글맞춤법상 두음법칙을 호적상 한자 성의 한글표기에 적용함을 원칙으로 함

 “李”씨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이”로 발음하고 표기한 경우 호적상 한글표기도 두음법칙을 적용하여

“이”로 기재하고, 이 경우 본인이 희망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한자 성 본래의 음가대로 발음하고 표기하여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리”로 정정할 수 없음

○ 예외 : 다만, 성(姓)은 사람의 혈통을 표시하는 고유명사로서 일상생활에서 본래 음가대로 사용해 온 사

람에게까지 두음법칙을 강제하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이 경우에 한하여 두음법칙의 예

외를 허용하여 호적상 한자 성의 한글표기를 실제 사용한 대로 정정함

 

이번의 대법원의 조치는 다음 문제가 있다. 그 규정이 까다로워서 두음법칙 관련 성씨의 표기가 오히려 복

 

잡해져 혼란을 초래하는 단점이 우려된다. 호적의 한글 표기 정정 신청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한자 성의 본음대로 사용한 경우로 제한하며, 이를 증명하기 위한 주민등록 등·초본이나 학적부, 졸업증명

 

서, 문중 확인서 등 증빙서류 한 가지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한글 표기 정정 허가가 나더라도 그 범위가 신청 당사자 본인과 직계에 한정된다고 한다. 따라서

 

‘유 씨’가 ‘류 씨’로 쓰도록 법원 허가 결정이 나도, 조부, 부친, 본인, 자녀, 손자, 손녀 등 직계에 속하는 사

 

람들만 ‘류’로 쓸 수 있다고 하여 형제나 사촌 간에는 동시 정정허가를 받지 못할 수 있어 친족을 남남인 양

 

만들어 버리게 된다.

 

이상과 같은 대법원의 조치에 대해서는 김 교수님의 견해는 어떠한지 궁금하다.

 

- 앞서 언급했듯이, 이것은 아주 구차스럽고 불합리한 처사다. 주민등록, 학적부, 졸업증명서 등은 공공 기

 

관의 문서이므로 개인이 어찌할 수 없으나, 문중 확인서가 증빙 서류로 인정된 것은 결국 이 문제의 결정권

 

을 개인이 아니라 문중에 넘긴 것이다. 문중에 넘긴 바에야 직계에 한정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처음부터

 

종친회에 결정권을 주어 씨족의 이름을 모든 구성원이 일정하게 변경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7. 국어심의회 조치 사항의 문제

 

대법원에서 두음법칙 예외를 성씨에 적용하게 되자 국어심의회가 열려 2007년 8월 17일의 제3차 국어심의

 

회는 다음을 결정하였다.

 

 

[회의 결정 사항](8.17)

 

- 한글 맞춤법 제11항의 해설에 있는 “성씨의 ‘양(梁), 여(呂), 염(廉), 용(龍), 유(柳), 이(李)’ 등도 이 규정에

 

따라 적는다.”는 부분은 삭제한다.

 

- 한글 맞춤법 제11항의 붙임2 해설에 있는 “그러나 이것은 한 글자 이름의 경우에 국한되는 허용 규정이므

 

로, 두 글자 이름의 경우에는 ‘박린수(朴麟洙), 김륜식(金倫植)’처럼 적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부분은

 

삭제한다.

 

성씨 한글 표기

 

- 한글 맞춤법 제11항 붙임2의 해설에 있는 “한 글자(음절)로 된 이름을 성에 붙여 쓰는 경우, 본음대로 적

 

는 것을 허용하였다.”는 문제가 있는 부분임. 이 설명에 따르면 한 글자로 된 이름을 띄어 쓰면 두음법칙을

 

적용해야 함. 그래서 예를 들어 ‘선우 입’, ‘선우립’이 됨. “성에 붙여 쓰는 경우”를 빼는 것이 좋음.

 

 

- 성과 이름의 표기는 개인의 권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함.

 

비록 대법원은 헌법의 개인 인격권을 존중하여 성씨에 대한 두음법칙 적용을 거부하게 되자 국어심의회도

 

대법원 결정을 따르는 조치를 취하여 같은 내용을 심의회의에 부쳐 찬반 격론이 있었으나 투표 결과 찬성하

 

는 쪽으로 되어 이를 수용하는 절차를 위와 같이 거쳤다. 국어심의회는 언어학적 원리를 근거로 이 조치를

 

반대했어야 한다고 본다.

 

- 국어심의회의 결정은 잘 된 것으로 본다.

 

8. 두음법칙 관련 표준 발음법 문제

 

(1) 음운 현상 중에 ‘오산리’를 [오살리? 오산니?] 중에 어느 방식으로 발음해야 옳은지 명료하지 않다. 배

 

주채(2003)는 ‘오산리[오산니]’가 신형이고 ‘오산리[오살리]’가 고형이라고 보기도 한다.

 

다음 예도 2음절어를 발음할 때는 ㄴ 첨가가 안 일어나는데 3음절일 때에는 ㄴ 첨가가 나타나는 것을 표준

 

발음법으로 하여 과연 이것을 타당하다고 볼지 의문이다. 이에 대한 발표자의 견해가 궁금하다.

 

律 율격, 율법 / 법률, 음률, 일률

 

운율[우뉼] 선율[서뉼], 기율. 규율, 불문율[불문뉼]

 

- 1) “오산리”/오살리? 오산니?/는 음운 현상이고, 2) “운율/우뉼/, 선율/서뉼/, 기율, 규율, 불문율/불문

 

뉼/” 등은 문법 현상이다. 무엇이 옳고 그르냐 하는 규범을 따지기 전에 현상을 이해해야 한다.

 

1)에 대해서: 낱말 안에서 -ㄴ+ㄹ-은 -ㄴ+ㄴ-으로 자동적으로 변하고 다시 -ㄹ+ㄹ-로 변하는 것이 이런 특

 

정한 음운 연결체의 자연스러운 변화다. 그래서 역사가 짧은 “인라인 스케이트, 온라인”은 /인나인 스케이

 

트, 온나인 또는 올라인/으로 발음되나, 역사가 긴 “신라, 전라도”는 /실라, 절라도/로 굳어 진 지 오래다.

 

“권력”은 /궐력/으로 발음되고 “공권력”은 /공권녁/으로 발음되는 것은 “권력”의 역사와 빈도가 앞서서 최

 

종 단계에 이른 것이고, “공권력”은 나중 나온 말이라 두째 단계에 머물면서 /공궐력/으로의 이동을 준비하

 

고 있다. 이와 같이 “한나산, 곤난, 환난” 등은 /할라산, 골란, 활란/으로만 발음된다. “안내, 안녕하십니

 

까”를 노인들 가운데 /알래, 알령하십니까/로 발음하는 이가 있는 것은 -ㄹ+ㄹ-이 -ㄴ+ㄴ-보다 쉽기 때문

 

이다. 언어 변화의 첫째 가는 동기는 편의주의다. 규범은 이것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려면 단수

 

표준의 고정 관념을 버려야 한다.

 

2)에 대해서: ㄴ 덧나기는 ㄹ 덧나기, ㄷ 덧나기(실은 된소리되기) 등과 더불어 형태소나 낱말의 결합 또는

 

연결 관계를 강화하는 문법 행위다. “운율/우뉼, 운뉼/, 선율/서뉼, 선뉼/”도 ㄴ 덧나기는 일어난다. (여기서

 

“율”은 본음이 /률/인 것이 자립적인 낱말로서 머릿소리 규칙이 적용되어 /율/이 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보지 않고는 /우뉼, 서뉼; 기율, 규율/을 설명할 수 없고, /운뉼, 선뉼/은 위 1)에서처럼 “운률, 선

 

률”의 -ㄴ+ㄹ-이 -ㄴ+ㄴ-으로 변한 자동적인 음운 현상으로 다루어야 한다.) 이것은 “시냇물/시낸물/, 할

 

일/할릴/, 바닷가/바다까/, 문법/문뻡/, 성과/성꽈/, 효과/효꽈/, 숫자/수짜/” 등과 마찬가지로 정음 창제 이

 

전부터 오늘날까지 점점 더 심해 지는 힘줌(강세) 현상이다. 이 가운데 일부만 골라 사이시옷을 적고 사잇소

 

리 현상이라 하거나 “속격 조사”라 하거나 하는 것은 훨씬 더 많은 예외답지 않은 예외를 모르거나 외면해

 

서 내린 옹색한 가설에 불과하다. 이에 대한 규범은 물론 둘 다, 덧나지 않은 것은 으뜸꼴(기본형)로, 덧난

 

것은 힘줌꼴(강세형)로, 인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힘줌 곧 어형의 강화는 언중의 임의적인 선택인 만큼 금할

 

수도 없고 강요할 수도 없다.

 

(2) 선릉(宣陵)은 표준국어대사전이나 국립국어원에서 [설릉]을 표준음으로 하고 있는데 ‘한류’[할류]와 같

 

은 구조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생산량, 의견란’을 [생산냥, 의견난]으로 하는 것이 ‘양, 난’의 자립성에 있

 

다고 보면 ’선릉‘의 ’릉‘이 자립성이 있는 ’능‘이므로 언중이 [선능]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태릉,

 

서오릉‘도 [태릉, 서오릉]보다는 [태능, 서오능]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지배적인데 이를 인정할 근거는

 

’능‘의 자립성으로 인하여 형태음운론적 논리가 충분히 존재한다고 본다. 이에 대한 김 교수님의 의견을 구

 

한다.

 

- 100퍼센트 동의한다. “양, 난, 능”은 뒷가지(접미사)가 아니라 낱말이다. 한 음절짜리 형태소가 자립성이

 

있는지 없는지 따져 보지도 않은 채 낱말의 앞에 붙으면 앞가지(접두사)라 하고 뒤에 붙으면 뒷가지라 하는

 

것이 많은 사전과 문법가들의 그릇된 처리다. “한류”의 “-류”는 뒤에 붙었으니 뒷가지가 아니라 자립성이

 

없는 뿌리(어근)이다. 그래서 “유행, 유체, 유속” 등에서는 다른 형태소의 앞에도 붙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근거에서 발음만 그리할 것이 아니라, 적기도 “생산양, 의견난, 선능, 태능, 서오능”으로 고쳐야 할 것

 

이다.

 

 

9. 나오며: 남북 규범 통일의 방법론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두음법칙 관련한 김정수 교수님의 논문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면서 추가 문제를 제기하고 우리 두

 

음법칙 규정의 미세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우리는 남북 규범 통일 논의에서 두음법칙 거부는 언어 순리를

 

거부하는 것으로 보아 김 교수님의 역사 자료 분석은 매우 의미 있는 논의라고 본다. 앞으로 남북 협의에서

 

도 이 점이 분명히 논리적으로 설득되어야 하리라 본다.

 

끝으로 “북한의 언어 정책이 지도자 한 사람 또는 극소수 학자들한테서 나온 것은 불행 중의 불행이다. 남

 

북한 학자들과 정치가들이 타협해서 머릿소리 규칙을 비롯한 말글 규범을 이리저리 결정하는 것은 옳지 못

 

하며 결코 오래 가지도 않을 것이다. 남북 모두 한겨레말의 역사적인 흐름을 인위적으로 거스르지 말고 언

 

어 주권을 언중에게 되돌리는 언어 민주화가 절실하다.”고 하였는데 남북간 규범 협상에서 두음법칙처럼

 

남북 규범의 통일과 관련하여 발표자께서 합리적으로 제안할 방안으로 생각한 전략이나 방법은 없는지 마

 

지막 질문을 드리고 토론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 앞서 말한 대로, 머릿소리 규칙이 절대적/ 필연적/ 보편적인 현상이 아닌 만큼 남북의 규범을 함께 인정하

 

고 세월을 기다리자는 것이 언어적/ 합리적/ 민주적/ 현실적인 제안이며, 결코 가깝지 않은 장래에 언중 다

 

수가 선택하는 자연스러운 쪽으로 흐르리라는 것이 언어학적인 전망이다.

 

<참고문헌>

 

김정수(1990), 한글의 역사와 미래, 열화당

 

민현식(1999), 국어정서법연구, 태학사

 

박영섭(1994-1996), 개화기 국어 어휘 자료집(1-5), 박이정

 

배주채(2003), 한국어의 발음, 삼경문화사

 

우리어문학회 지음(2003), 남북한 어문 규범과 그 통일방안, 국학자료원

 

조규태(1995), 두음법칙 표기에 대하여, 배달말 25, 배달말학회

 

채서영(2002), 우리말 어두 두음 사용에 나타난 영어의 영향, 사회언어학 10-1, 한국사회언어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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