력사를 찾아서
4. 조선 문화유산 (14) ‘건상열차분야지도(乾象列次分野之圖)’ 본문
■ 국내 最古 천문도 따로 있다?
- 업데이트 2009년 9월 25일 02시 07분

연세대 소장 ‘건상열차분야지도’ 등 2점
“현존 최고 국보 228호보다 시기 앞선 듯”
핼리혜성 관측 일지 ‘성변등록’도 공개
15일 오후 연세대 학술정보원(옛 중앙도서관) 내 전시실. 옛 천문도와 천문학, 수학 관련 고문서 40여 점이 13일부터 전시 중이다. 다음 달 28일까지 계속되는 ‘한국 과학의 전통과 연세’를 주제로 한 전시회다.
전시작 중 조선시대의 필사본 천문도 한 점이 눈길을 끈다. ‘건상열차분야지도(乾象列次分野之圖·가로 74cm, 세로 140cm)’. 이 천문도의 별자리 그림은 국내 최고(最古) 천문도인 국보 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天象列次分野之圖刻石·‘각석’은 돌에 새겼다는 뜻)을 닮았다. 이름도 맨 앞 글자만 다를 뿐이다. ‘乾’도 하늘이란 뜻이니 의미는 같다.
‘국보 228호의 필사본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순간 유물을 소개한 글이 눈에 띈다.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제작을 위해 시작(試作)한 것으로 추측되는 자료다.” 이 추정이 맞다면 국보 228호보다 제작 시기가 앞서는 국보급 천문도인 셈이다.
그 근거는 뭘까. 발문에 적힌 이 유물의 제작 시기는 ‘홍무(洪武) 28년’으로 1395년(태조 4년)이다. 국보 228호의 제작 시기는 1395년 음력 12월로 제작 연도가 같다.
‘한국천문학사’를 펴낸 나일성 연세대 명예교수는 국보와 같은 계통의 천문도이면서 구성이 다르고 국보 제작을 주도한 권근(1352∼1409)의 이름만 발문에 적혀 있는 점에 주목했다. 국보에는 권근 등 제작에 참여한 학자 12명의 이름과 관직이 적혀 있다.
이 유물은 또 국보와 달리 별자리 그림 바깥 둘레에 주천도수(周天度數·하늘의 둘레를 나타낸 눈금)가 없다. 국보 천문도는 18세기까지 절대적 권위를 누렸기 때문에 국보 이후 제작된 같은 계통의 목판본, 필사본 천문도는 구성과 별자리 그림이 국보와 똑같은 데 비해 이 천문도는 국보와 달라 후대 유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나 교수의 설명. 나 교수는 “권근의 이름만 적혀 있는 것으로 볼 때 천문도를 돌에 새기기 전 실수를 줄이기 위해 만든 여러 시안 가운데 한 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필사본 천문도(가로 83.5cm, 세로 139cm) 한 점도 주목된다. 이 천문도는 국보 228호 계통의 천문도지만 별자리 그림의 방위가 국보에 비해 시계 방향으로 90도 틀어져 있고 별자리 그림을 28구역으로 나눈 ‘28수(宿)’의 구획을 나타내는 방사선, 적도와 황도, 주천도수가 없다.
나 교수는 이 천문도가 고려 13세기 말∼14세기 초에 제작된, 국보의 모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후대의 필사본이라면 국보와 천문도의 구성이 다를 리 없고 별자리 그림 이외의 구성 요소가 이처럼 간략할 수 없다는 것.
국보 228호는 고구려의 천문지식을 기초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 교수는 “‘고려사’에, 탁월한 천문학자 오윤부(?∼1305)가 ‘일찍이 스스로 천문을 그려 바쳤더니 일자(日者·날의 길흉을 점치는 사람)가 다 취하여 이를 본받았다’고 적혀 있다”며 “천문도의 아이디어가 조선시대에 갑자기 나타났을 리 없는 만큼 고려시대에 제작된 다양한 종류의 천문도를 바탕으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작 중 조선시대에 천문, 지리학 등의 사무를 맡았던 관청인 관상감의 핼리혜성 관측 기록이 적힌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22호 성변등록(星變騰錄)도 흥미롭다.
이 유물은 1759년 3월 5일 출현한 핼리혜성이 3월 29일 소멸할 때까지의 변화상을 빠짐없이 관측 기록한 것이다. 날짜별로 혜성의 이동 경로, 혜성의 꼬리 길이, 모양, 색깔까지 자세히 기록했고 3월 27일 혜성이 보이지 않는데도 혜성이 소멸한 것으로 추측할 뿐 관측을 계속해 29일 소멸을 확정했다.
김영원 연세대 학술정보원 국학연구실장은 “당시 핼리혜성은 전 세계에서 관측돼 기록으로 남았지만 ‘성변등록’처럼 상세한 기록은 유례가 없다”고 말했다.(1)
■ 600년전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던 조선 천문학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2015. 9. 23. 17:39

조선 천재 천문학자 김담 탄생 600주년…한양 기준의 독자적 역법 구축
내일 고등과학원서 기념 학술회의
내년은 조선 세종 시대의 천재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무송헌(撫松軒) 김담 선생(1416∼1464)이 태어난 지 600년이 되는 해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는 이미 600년 전에 우리 천문학의 깊이와 정교함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천문학자다.
김담은 19세에 집현전 학사가 된 뒤 문신 겸 천문학자인 이순지와 함께 당시 국립천문대에 해당하는 '간의대'에서 천체를 관측하고 독자적인 역법(曆法)을 확립했다.
우리 민족 최초의 자주적 천문학 체계를 수립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던 김담은 19살 때 형 김증과 함께 문과에 급제해 형제가 같이 집현전 정자(正字·정9품)에 임명됐다. 집현전 학사 중 형제가 나란히 선발된 유일한 경우였다.
김담의 총명함은 곧 세종의 눈에 띄었고 천문학과 수학에 정통한 그는 이순지와 함께 문과 급제자로는 예외적으로 과학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김담은 천문학 외에도 세법, 측량, 제방 축조 등 수학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 크게 활약했다.
세계 과학사가 중에는 "14세기가 원의 곽수경, 16세기가 폴란드의 코페르니쿠스의 시대였다면 15세기는 세종의 시대였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세종은 1434년(세종 16년) 간의대(지금의 천문대)를 설치하고 이순지를 책임자로 임명했다. 이순지 모친상을 당해 자리를 비웠을 때 김담이 이를 대신 맡는데 이때 출중한 능력을 여실히 드러내 이후로도 이순지와 함께 일을 하게 된다.
김담은 이순지와 함께 '칠정산(七政算) 내편'과 '칠정산 외편'을 비롯한 많은 천문역서를 교정·편찬했는데 이 칠정산은 우리가 독자적으로 만든 최초의 역법이었다.
이전까지는 통상 중국의 역서를 수입해다 그대로 쓰는 데 그쳤지만 칠정산은 중국의 수시력과 대통력에 기반하면서도 베이징이 아닌 한양을 기준으로 제작됐다. 당시 전 세계에서 독자적인 지방시를 시행한 유수의 나라들에 조선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 결과 당시 김담 등은 한양의 일출·일몰 시각과 밤낮의 길이를 구했고, 한양의 동짓날 낮의 길이가 위도가 높은 베이징에 비해 14분 이상 길다는 것도 밝혀냈다.
또 이미 당시 1년의 길이가 365.2425일(실제 365.2422일), 한 달의 길이가 29.530593일라는 것까지 정교하게 계산해냈다.
심지어 세종 29년(1447년) 8월에는 그달 그믐에 있었던 일식과 보름에 있었던 월식을 예측하고 관측한 뒤 예측치와 관측치의 차이를 기록해 놓기도 했다.
'칠정'은 태양과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7개의 움직이는 별'을 가리키며, 칠정산은 이를 이용해 날짜와 절기 등을 계산하는 법이란 뜻이다.
칠정산 편찬 과정에 사용된 정밀한 천문관측기구인 혼천의와 간의 등을 당시 세종과 조선학자들이 직접 제작했고, 이를 이용해 한양의 경·위도와 동·하지점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했다는 점도 놀라운 일이다.
박창범 고등과학원 교수는 "김담 등이 확립한 천문학은 한양을 기준으로 태양과 오행성을 계산할 수 있는 독자적인 체계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정확성이 동시대 다른 천문 연구보다 앞선다는 점에서 세계적 수준이었다"라고 평가했다.
김담이 체계화한 우리나라 천문학적 지식은 150년가량이 지난 뒤 또 한번 빛을 발했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에서 가장 최근에 관측된 초신성에 대한 인류의 가장 정교하고 풍부한 관측 데이터가 조선왕조실록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은하에서 가장 최근에 관측된 초신성은 1604년에 관측됐다. 400년째 우리 은하에서는 초신성을 구경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1604년의 초신성은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에 의해 관측돼 '케플러 초신성'이라고도 불리지만, 케플러의 관측 데이터보다 더 상세하고 풍부한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실려 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는 초신성의 밝기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담겨 있어 이 초신성이 어떤 유형인지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되고 있다.
고등과학원은 한국천문학회 부설 소남천문학사연구소 및 한국과학사학회와 함께 24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에서 김담 탄생 600주년 기념 학술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김담의 후손이기도 한 김제완 서울대 명예교수(물리학)는 '케플러와 조선의 1604년 초신성 관측 비교'란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 달 10일에는 과천국립과학관이 '천문학자 김담의 밤'이란 주제로 김담의 생애와 업적에 대한 강연회를 연다. 내년 10월에는 과학문화진흥원이 주최하는 '김담 탄생 600주년 천문학 국제학술대회'가 김담의 고향인 영주의 동양대에서 개최된다.
박창범 고등과학원 교수는 "조선왕조실록의 초신성 관측 데이터는 케플러의 데이터가 담지 않은 정보를 제공해 이 초신성이 어떤 유형인지 밝혀낼 수 있게 해준다"며 "또 이는 초신성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연구하는 데 결정적인 데이터"라고 말했다.(2)
<참고자료>
(1) 국내 最古 천문도 따로 있다?|동아일보 (donga.com)2008-05-19
(2) 600년전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던 조선 천문학 (daum.net) 2015. 9. 23.
<참고자료>
[주간조선] 혜성의 꼬리 방향까지 기록한 조선시대의 천문학자들 (chosun.com)2014.03.04.
https://v.daum.net/v/20230804090307876
https://v.daum.net/v/20200108172504344
https://v.daum.net/v/20080430184103088
https://v.daum.net/v/20160212205639866
https://v.daum.net/v/20151021204556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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