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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사를 찾아서
고고학자들에게 저습지(低濕地) 유적은 ‘대박’으로 통한다. 마치 타임캡슐처럼 저습지에서는 수천 년 전 유물이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심지어 썩기 쉬운 나무나 풀, 씨앗 등 온갖 유기물도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런 보존은 유물이 포함된 연못이나 우물과 같은 습지 위에 흙이 뒤덮여 외부 공기를 완벽하게 차단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조현종 전 국립광주박물관장(60)과 둘러본 광주 신창동 유적은 한국 저습지 발굴을 태동시킨 역사적인 장소다. 1992년부터 20년 넘게 발굴이 이어지고 있는 이 유적에서는 기원전 1세기 원삼국시대 유물이 총 2000여 점이나 출토됐다. 당시 사람들이 먹고 버린 벼 껍질부터 현악기, 베틀, 문짝, 칠기(漆器), 목제 농기구, 비단 조각, 심지어 그들이 배설한 기생충 알..
광복 후 우리 학계는 한국적인 청동기 문화를 찾으려고 전국 각지의 고인돌을 발굴하는 등 동분서주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1960년대 후반부터 10여 년간 한국적인 청동기가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비로소 오랜 숙원을 풀 수 있었다. 그 무렵 모습을 드러낸 청동기는 어떤 것들이고 그것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무엇이었을까. 텃밭서 ‘캐낸’ 청동기 실타래1967년 7월, 대전 괴정동에 거주하던 한 주민이 자신의 텃밭에서 땅을 파던 중 청동기 12점을 발견해 시교육청에 신고했다. 같은 해 8월 29일, 대전시교육청을 찾은 국립박물관 윤무병 학예관은 신고품 가운데 동검이나 청동거울처럼 눈에 익숙한 것도 있지만 방패 모양, 칼 손잡이 모양, 둥근 뚜껑 모양을 한 청동기 등 처음 보는 것들도..
신라와 백제, 가야가 본격 태동하기 직전 기원전 2~1세기 한반도에 집중 등장하는 목관묘가 충북 충주에서 발견되고, 그 중 한 무덤에서만 세형동검(細形銅劍) 7점을 포함한 각종 청동기 유물 19점이 쏟아졌습니다. 매장문화재 전문 조사기관인 중원문화재연구원(원장 강경숙)은 2014년 8월부터 충주시가 전국체전 개최를 위해 종합스포츠타운 건설을 추진 중인 호암동 628-5 일원을 발굴조사한 결과 구석기 유물포함층을 필두로 초기 철기시대(기원전 3세기~서력기원 전후) 무덤 3기와 통일신라∼조선시대 무덤 각종 무덤, 그리고 삼국시대 숯가마 2곳 등을 확인했다고 2015년 1월 19일 밝혔습니다. 충주서 돌무지나무널 무덤 발견, 청동기만 19점 수습 이번 조사에서 확인한 초기철기시대 무덤 3기는 땅을 파고..
2400년 전 어느날. 전남 화순 대곡리에 큰 일이 터졌다. 이 일대를 다스리던 소국의 왕이 붕어(崩御)한 것이었다.제정일치의 시대, 즉 세상을 다스리면서 천지를 농단하여 사람과 하늘을 이어준 일인독존의 왕이 거한 것이다. 제사장이자 왕이 돌아가시자 나라 사람들이 장례를 의논한다. 왕은 본향, 즉 천신이 되어 다시 하늘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슬픔보다는 경건한 마음으로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돌로 파서 무덤을 만드는 한편 그 안에는 굴피나무로 통나무관을 만들기로 한다. 우선 통나무 관 밑에는 청동으로 만든 칼 두 자루를 깐다. 액막이용이다. 그런 다음 통나무관에 시신을 누이고 청동신기(神器)들 즉, 청동검과 거울, 방울, 도끼, 새기개 등을 넣고 뚜껑을 덮는다. 이 모두 생전에 제사장이 하늘신, 조..
우리나라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무덤 중의 하나인 고인돌은 세계적인 분포를 보이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 시기와 형태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동북아시아 지역이 세계적인 분포권에서 가장 밀집된 곳으로 그 중 우리나라가 그 중심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약 30,000여 기에 가까운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 화순 · 강화고인돌유적(Gochang, Hwasun and Ganghwa Dolmen Sites)은 밀집분포도, 형식의 다양성으로 고인돌의 형성과 발전과정을 규명하는 중요한 유적이며 유럽, 중국, 일본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특색을 가지고 있습니다.(1) 고창 죽림리 고인돌은 매산마을을 중심으로 550여 기의..
'여러나라시대'는 '열국시대'라고도 쓰고요, 기존 '삼국시대'라는 용어를 대체하고자 하는 개념입니다. 사실상 고조선(위만조선 포함) 멸망 후 여러 왕국들이 등장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여러나라(왕국)시대'라고 봅니다. BC108년 위만조선이 한漢에 멸망하여 그 자리에 한漢의 행정구역인 한사군이 세워 집니다.한사군이 어디에 있었는가는 위만조선의 영토가 어디까지인가하는 문제와도 직결됩니다. 또 위만조선이 기자조선, 고조선의 영토를 완전히 점유했는가하는 문제와도 직결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한사군 중 가장 핵심적인 낙랑군이 오늘날의 평안남도 일대와 황해도 북부였다는 것이 통설이라고 합니다. 『한사군의 위치를 중국의 요동지역으로 비정하는 견해도 있으나 한반도 중·북부 및 남만주 일부에 걸쳐 있었..
80년대 발굴에 이어 1998~2003년 추가 조사 결과 늑도에서는 기원전 3~2세기부터 기원후 1세기 때까지 토기와 철기, 동전, 공예품 등 각종 유물 수만점이 출토됐고 섬 전체가 패총(조개무지)과 무덤, 건물터로 뒤덮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놀라운 건 토기 등의 출토품 상당수가 당대 중국과 한반도, 일본 각지에서 온 다국적 유물이란 점이었습니다. 2000여년 전 늑도가 홍콩처럼 동아시아 굴지의 국제교역항이었다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진 것입니다. 늑도 전경. 사천시와 창선도 사이에 있는 섬으로 지금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꿈의 섬이었습니다.” 김두철 부산대 고고학과 교수가 떠올린 ‘그 섬’은 경남 사천시(옛 삼천포시) 앞에 있는 작은 섬 늑도다. 1985~86년 그를 포함한 부산대 조사..
해남은 고대 동북아의 ‘물류허브’ 였다1983년 3월 어느 날.황도훈이라는 해남의 향토사학자가 있었다. 해남문화원장을 지내면서 고향 땅을 답사하는 것을 여생의 일로 삼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군곡리 마을을 지나던 황씨의 눈길이 멈췄다. 무슨 옹관 같은 유물이 눈에 띈 것이었다. 게다가 불에 탄 흔적도 있었다. ■ 2300년 전 음식물 쓰레기장 해남 군곡리에서 확인된 뼈로 만든 연모. ‘이건 야철지 아닌가.’ 독학으로 고고학을 배우던 그의 눈엔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는 행장을 꾸려 서울로 올라가 서울신문사를 찾았다. “회사 논설위원 중에 해남 사람이 있었는데, 황도훈씨와 친구였지. 그 인연으로 우리 신문을 찾아온 거지요.”(황규호 전 서울신문 기자) 황 기자는 즉시 황도훈..
이기환기자의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기사입니다.전북 완주 갈동유적에서 고운무늬 거울 2점을 비롯해, 세형동검, 세형동검 거푸집, 청동창 등과 철도끼, 철촉 등이,전주 원장동 유적에서 세형검 5점과 칼자루끝장식(검파두식) 3점, 고운무늬 거울 2점,완주 신풍에서는 무려 81기의 초기철기시대 무덤군이 노출됐는데, 고운무늬 거울이 10점이나 출토됐고, 청동투겁방울(간두령·장대의 머리에 끼운 방울 모양의 청동기)이 한 쌍 확인됐다고 합니다. “고조선 준왕의 망명지인가”…2200년전 ‘세형동검 거푸집' 출현했다[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2003년 도로건설 예정지인 전북 완주 갈동유적의 1호 움무덤에서 출토되고 있는 청동거푸집. 세형동검과 청동꺾창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2200년전의 제작틀이 확인됐다.|..
발해연안 난산건에서 확인된 병기 가운데 가장 중요한 유물은 바로 ‘발해연안식 청동단검’(이른바 비파형 청동단검)입니다. 발해연안식 청동검이야말로 고조선 청동기문화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유물입니다. 이런 형태의 청동단검은 난산건을 필두로 랴오닝(遼寧)성 차오양(朝陽)·젠핑(建平)·진시(錦西)·푸순(撫順)·칭위안(淸原) ·뤼다(旅大) 등에서 쏟아집니다. 한반도에서는 평양시 서포동을 비롯해 황해북도 연안군 부흥리 금곡동과 충남 부여군 송국리, 전남 여천시 적량동 등에서도 보입니다. 고조선문화 토대로 창조 독특한 발해연안 청동검 ■난산건에서 쏟아진 청동무기들 발해연안식 청동검이 출토된 난산건 유적 전경. 웬일인지 표지석에는 난산건 유적임을 알리는 글자가 훼손돼 있다. | 이형구 교수 촬영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