력사를 찾아서
대한민국 (96) 제6공화국 : 문재인정부(2017년 5월 10일~2022년 5월 9일) 2019년 8월 9일~10월 14일 조국사태 본문
대한민국 (96) 제6공화국 : 문재인정부(2017년 5월 10일~2022년 5월 9일) 2019년 8월 9일~10월 14일 조국사태
대야발 2025. 7. 27. 18:04

■ 조국 사태, 진보를 가르다
ㆍ주말 서초구 집회에 “대동단결” “비판 실종” 진영 내 엇갈린 평가도
ㆍ다양한 목소리 표면화…진보 내부 ‘민주적 해결·성찰’ 시험대 될 듯

“진보진영에 큰 상처를 남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 같아요.” 노동운동가 한석호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은 ‘조국 정국’에서 확인된 범진보 시민사회 간극을 ‘상처’라는 말로 설명했다. “불공정과 불평등 문제에 같은 인식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상위 10% 안에서 불평등 동맹을 맺고 있구나’ 하는, 속도 차는 있을지언정 함께 간다고 생각했는데, 보는 눈 자체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는 한 교수는 “민주화 시기엔 진보든 보수든 ‘피아’ 구분이 뚜렷했기 때문에 진영 내부의 민주주의 경험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멀게는 민주화운동부터, 가까이는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까지 유지된 ‘범진보’ ‘범개혁’단일대오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그의 방점은 ‘발전적 미래’로 향했다. “의견이 엇갈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가 문제입니다. 진보진영이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겁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범진보 시민사회 내 의견이 분분하다. “조국 사태가 진보를 가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진보진영 내 상징적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는 ‘조국 비판 실종’을 문제 삼은 내부 비판이 돌출했다. 정의당은 진중권 동양대 교수 탈당 의사표명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조 장관에 대한 찬반 입장은 불평등·불공정 구조를 바꾸는 목소리를 더 내야 한다는 의견과 범진보 단일대오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경향신문은 여러 시민사회 인사들에게 이 갈등·간극 의미를 물었다. 여러 이견에서 공감대는 조국 정국 이후 범진보 시민사회가 풀기 쉽지 않은 과제를 떠안았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참여연대 전화기가 쉴 새 없이 울렸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후원을 철회하겠다’는 글이 쌓였다. 전날 김경율 전 집행위원장이 개인 페이스북에 조 장관을 옹호하는 진보지식인과 시민단체 구성원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뒤다. 참여연대는 이날 홈페이지에 ‘김경율 회계사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은 참여연대 입장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공지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논란은 계속됐다. 김종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일시적 비난 여론에 등떠밀려 십수년 열과 성을 다해 활동한 사람을 내치는 것”이라며 “참여연대 탈회를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 표면화한 간극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은 “참여연대가 대담한 발언과 입장 표명으로 회원이 떨어져 나갔던 것은 한두 번이 아니었을 텐데, 이렇게 오랜 기간 성실히 활동해온 활동가를 징계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와 홍 소장이 속한 단체는 진보 시민단체로 분류돼 왔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은 징계위 회부의 구체적 사유는 수위를 넘은 표현이지 조 장관에 대한 비판 의견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이견은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갈등으로 쟁점화됐다.
이견이 나온 게 처음은 아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8일 조 장관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낼 때 내부 비판에 부딪혔다. 정의당에 탈당계를 냈다가 거둬들인 진 교수는 지난달 30일 tbs라디오 <김지윤의 이브닝쇼>에 나와 “다들 진영으로 나뉘어서 미쳐버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신뢰했던 사람들을 신뢰할 수 없게 되고, 존경했던 분들을 존경할 수 없게 되고, 의지했던 정당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 오래된 갈등인가, 새 전선인가
경향신문이 인터뷰한 전문가·시민단체 활동가 대다수는 김 전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진보의 새로운 갈등을 드러냈다고 봤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누적된 문제가 이제야 고개를 들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경실련 관계자는 “시민사회 내에서는 (박근혜 탄핵) 촛불 이후에 문재인 정부가 잘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시민단체가) 잘해줘야 하느냐에서 차이가 있었다”면서 “사퇴 성명을 낸 경실련의 경우는 조국 사안에 침묵하면 앞으로 어떤 인사도 말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과거에도 해온 일”이라고 했다. 그는 “조 장관 일가의 수사 이후, 기소 이후, 재판 이후에 한국의 대다수 (범진보) 단체들은 침묵할 것 같은데 피해갈 노릇은 아니다”라고 했다.
조국 사태에 침묵해선 안돼
예전에는 보수 핑계 됐지만
지금 상황은 그럴 수 없어
한 전 위원장은 조국 사태로 진보의 분화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촛불이 보수를 갈라놨다면, 조국 사태는 진보를 가르고 있다고 본다”면서 “예전엔 보수진영의 핑계를 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내부 갈등이 표면화되진 않았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조 장관 임명 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나오고 진보진영 내부에서 의견도 갈렸지만 (조 장관을 지지하는 쪽은) 일단은 대동단결하기로 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경험이 많이 작용한 것 같다. ‘내부총질’로 정권이 망가지고 나면 조기 레임덕이 오는 등 진영에 더 큰 손상이 올 수 있다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 갈등 이후, 진보의 과제
간극을 어떻게 해석하고 변화 동력으로 삼을지를 두고는 다양한 진단이 나왔다. 한 진보진영 인사는 “여진은 오래갈 것”이라면서도 “시민사회는 일사불란한 공무원 조직이 아니다. 치고받는 게 건강하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다투면서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 평론가도 “일사불란하게 집결하는 게 정답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면서 “(검찰개혁이라는) 목표 달성 자체가 가능한지도 의문이지만, 달성 이후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했다.
수단·방법 안 가리면 후유증
불평등 문제에도 관심 둬야
‘조국 사태’로 드러난 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전 위원장은 “불평등과 불공정이 심각하다. 부정 문제가 있었다고 반성의 목소리를 낸 다음 검찰개혁을 하자고 해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국회 다수를 점하기 어려워 검찰개혁도 힘들어진다”고 했다. 그는 “상위 10%의 성채 안에서 합법적으로 동맹을 맺는 ‘불평등 동맹’ 문제를 인식하고 출발선부터 다른 경주를 바로잡아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짚었다.
지지층선 ‘내부총질’ 시선도
조 장관 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지난 24일 “불법체류 외국인이 급증한 원인을 분석하고 수를 감축할 실효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백선영 민주노총 미조직전략부장은 “이주민이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은 내국인보다 낮은데, 이주민을 범죄자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노동자 등이 여는 집회에 엄중대처하겠다는 (조 장관) 발언도 문제”라며 “노동자, 약자에 대한 정책이 있어야 검찰개혁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고 했다.(1)
촛불집회로 '조국 사태'는 '검찰 사태'가 되었다
28일 저녁 서초동 검찰청사 앞 촛불집회 열기
"조국 사퇴 관계없이 검찰 개혁 철저히 해야"
"검찰 수사 과도하다" 여론 49.1%로 더 많아
검찰 무리한 수사로 문재인 대통령 퇴로 차단
야당·언론·검찰 '오버'로 조국 사태 역풍 조짐
대통령 긍정 평가 반등..당 지지도 변화 없어
조국 수렁에 빠진 자유한국당 총선 전략 실종
언론도 무분별한 의혹 제기로 신뢰 하락 자초
정경심 교수 소환 및 영장 '1차 분수령' 될 듯


28일 저녁 서울 서초구 서초동 검찰청사 일대 도로에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주최 측은 참가 인원을 처음에는 80만명으로 추산했다가 150만명으로 수정했습니다. 예정했던 행진도 사람이 너무 많아 취소했습니다. 경찰은 숫자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전국에서 모여든 집회 참가자들의 요구 사항은 단 한 가지, ‘검찰 개혁’이었습니다. 이날 촛불집회를 계기로 이번 사태의 본질이 ‘조국 사태’에서 ‘검찰 사태’로 뒤바뀐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그동안의 경과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교수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8월 9일이었습니다. 8월 19일부터 언론에서 조국 후보자 가족에 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습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장외 집회를 열어 조국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국 후보자가 자진해서 사퇴하거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습니다. 국회에서 여야가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에 합의한 상태였던 8월 27일 검찰이 갑자기 서울대 환경대학원, 부산대 의전원 등을 압수 수색을 했습니다. 9월 2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산되면서 조국 후보자가 기자 간담회를 했습니다. 9월 3일 검찰이 또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사무실을 압수 수색을 했습니다. 9월 6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고 검찰이 그날 밤 정경심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했습니다. 정치적 사안인 장관 임명 절차가 법적 사안으로 변질한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민 끝에 9월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며 그 이유를 국민에게 직접 설명했습니다. “인사청문회까지 마친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에 검찰은 정면대응으로 맞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로 나간 사이 9월 23일 조국 장관 집을 11시간 동안 압수 수색을 했습니다. 9월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국 장관이 압수수색을 하던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야당 의원의 폭로로 드러났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내놓아 검찰의 과잉 수사를 질타했습니다. 대검찰청은 곧바로 “검찰은 헌법 정신에 입각해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응수했습니다.
결국 검찰의 법무부 장관 임명 개입으로 시작된 정부·여당과 검찰의 마찰이 점점 강도를 높여가다가 마침내 대통령과 검찰의 정면충돌로 치닫게 된 모양새입니다.
청와대 기류에 밝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카드를 접을 수 있는 몇 차례의 기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의혹이 제기된 초기, 장관 임명 직전, 그리고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등입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검찰이 압수수색, 기소 등 무리한 행동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 여지를 없애고 퇴로를 가로막았다는 것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에 찬성했던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의원들도 뒤늦게 윤석열 총장 비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진노나 불쾌감이 28일 저녁 촛불집회에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검찰의 행태를 보고 “검찰을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고 분노한 민심이 표출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촛불집회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참석자 중에는 조국 장관을 지켜야 한다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조국 장관의 사퇴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 개혁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런 기류는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납니다. <오마이뉴스>가 의뢰해 리얼미터가 실시한 지난 9월 24일 여론조사에서 조국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는 답변이 49.1%, 적절하다는 답변이 42.7%였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한 반대 여론이 여전히 높은 상태에서 매우 이례적인 결과입니다. 조국 장관 임명에는 반대하지만,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방증입니다.
그런가 하면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조국 사태 초기에는 확실히 조국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는데, 검찰 수사가 너무 지나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조국 장관을 사퇴시켜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민심을 전했습니다. 조국 장관을 밀어내려는 검찰의 과잉 수사가 오히려 조국 장관 찬성 여론을 높여주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행정안전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했던 이진수 씨가 촛불집회 이틀 전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개’라는 제목입니다.
나는 개를 싫어한다. 날 좋은 날, 중랑천이나 당현천을 걸으면 온통 '개판'이다. 작은 개는 아무 때나 짖는다. 산책의 적요를 방해한다. 큰 개는 존재 자체가 공포다. 소싯적에 도베르만에게 허리를 물린 기억 때문이다. 식은땀이 난다.
그런데도 가끔 개 프로그램을 나도 모르게 보고 있다. 개통령인가 하는 이가 개를 다루는 걸 보면 탄복하게 된다. 온갖 ‘문제 개’들을 교정한다. 훈련사가 개를 교정하는 방법은, 내가 볼 때 두 가지 원리다. 하나는 개가 그러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다 이유가 있다. 대부분은 개 주인이 잘못 길들인 탓이 크다. 둘째는 신상필벌이다. 주인이 원하는 대로 개가 행동하면 간식을 주고, 안 하면 외면하는 식이다. 모든 개는 그렇게 고쳐질 수 있다.
검찰은 개다. 개 주인인 국민이 오랫동안 개를 잘못 길들였다. 그 바람에 주인을 지키거나, 반려하기는커녕 시도 때도 없이 아무한테나 짖고, 문다. ‘개는 원래 물라고 있는 거예요.’라 든가,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 든가, ‘사람이 물릴 짓을 했으니 문 거죠’라는 말은 하지 말라. 얘기만 길어질 뿐, 다 개소리다.
개 관리 제도가 점점 갖추어지고 있다. 목줄이나 입마개 착용 의무화에 이어, 9월부터 등록 안 된 개는 견주에게 과태료를 물리고, 맹견 견주에게는 교육 이수를 의무화했다.
검찰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이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라고 학자 출신 장관을 먼저 보내 관리 방안을 만들었다. 이제 실행 단계다. 우선 목줄부터 걸어야 한다. 그래서 목줄 걸 훈련사를 보내려 했더니 역시나 저항이 장난 아니다. 부부 교수에 부자니 어찌 약점이 없겠는가? 어쩌면 그리도 개는 인간의 약점을 잘 아는지 정확하게 그 지점을 찾아 물고 늘어지고 있다.
나는 개를 싫어한다. 무섭기도 하다. 주말엔 서초동에 가보려 한다.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싶다. 사람은 개를 잘 길들여야 할 의무가 있다.
검찰을 개에 비유한 것에 대해 이번 수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대다수 일선 검사들은 무척 기분이 나쁠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검찰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은 검사들이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를 향한 것입니다.
28일 저녁 서초동 촛불집회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전직 한나라당-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이날 저녁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글을 보냈습니다.
박근혜 탄핵을 밀어붙인 조직화된 좌파 세력이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 대규모로 모였군요. 민주당과 좌파 세력은 내일 아침 이 세 과시를 두고 득의양양해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집단화된 좌파 세력이 조작된 여론을 바탕으로 탄핵을 어떻게 밀어붙였는지 봤습니다. 또 지금 만천하에 드러난 범죄 사실을 비호하며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 똑똑히 보게 될 것입니다. 침묵하는 다수의 대단한 역풍이 불어올 것으로 믿습니다. 이 역풍은 내년 총선에서 태풍으로 변할 것입니다.
침묵하는 다수의 역풍을 기대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 모여든 대규모 인파가 바로 ‘침묵하는 다수의 역풍’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조국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여론조사에서 처음에는 조국 장관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줄어드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한 것이 처음부터 잘못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법무부 장관 한 자리를 놓고 온 나라가 이렇게 난리를 친 적은 없습니다.
저는 조국 사태를 이렇게까지 키운 데는 야당과 언론과 검찰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설명했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애초 조국 사태를 ‘꽃놀이패’로 생각했습니다. 처음에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잡아주지 않고 질질 끈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조국 규탄 장외 집회를 열어도 당 지지도가 오르지 않자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거기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하자 혼란에 빠졌습니다. 마침내 황교안 대표 삭발이라는 자해적 처방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지지도는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9월 넷째 주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41%, 부정 평가는 50%였습니다. 지난주보다 긍정은 1%포인트 상승했고 부정은 3%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37%, 무당층 27%, 자유한국당 23%, 바른미래당·정의당 6%였습니다. 지난주보다 모든 정당이 1%포인트씩 떨어졌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조국 사태가 더는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나 정당 지지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수도권의 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국 사안은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하는데 당이 조국에 너무 깊이 매몰된 것 같아서 걱정”이라며 “이제는 경제 대안을 마련하고 보수 통합이나 물갈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 보도는 정당한 것입니다. 하지만 조국 장관 후보자와 가족에 대한 언론의 검증 보도가 너무 많다 보니 정확한 내용과 부정확한 내용이 뒤섞이는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일부 언론은 무책임한 보도를 일삼아 신뢰 하락을 자초했습니다.
이른바 보수 신문의 논객들은 “개·돼지” “동물농장” “사이비 진보” 등 자극적인 언어로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 조국 장관을 공격했습니다. 누군가를 비판할 때 불필요하게 거친 표현을 사용하면 적의만 드러내고 설득력이 오히려 떨어지는 법입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역풍이 더 강하게 불어 조국 장관에 대한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더 많아질까요?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민심은 불처럼 타오르기도 하지만 얼음처럼 냉정하기도 합니다.
결국 검찰이 조국 장관에 대한 수사 결과를 어떻게 내놓느냐에 따라 갈릴 것 같습니다. 검찰이 조국 장관과 가족들의 확실한 비리를 찾아내고 조국 장관이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장관직을 내려놓아야 할 것입니다. 반대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부실하면 조국 장관은 법무부 장관직을 계속 수행하며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추진하게 될 것입니다.
1차 분수령은 정경심 교수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 및 영장 청구 여부, 그리고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가 될 것 같습니다. 정경심 교수가 만약 구속된다면 조국 장관이 버티기 어려울 것입니다. 구속 수사는 형사소송 절차에 불과하고 무죄 추정의 원칙도 있지만, 영장 발부는 법원의 판단을 거친 것인 만큼 국민은 일단 유죄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검찰이 정경심 교수를 몇 차례 소환할 것인지도 관심입니다. 검찰 수사는 이미 너무나 많은 시간을 소비했습니다. 어마어마한 범죄 집단 수사에도 이 정도 수사 인력과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검찰이 더는 시간을 끌면 안 됩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런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습니다. 조국 사태에 대해 정부 당국자의 가장 균형 잡힌 시각인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국민의 느끼는 분노와 허탈감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우리 사회가 공정한가에 대한 깊은 회의가 국민 사이에서 싹텄고 특히 가진 사람들이 제도를 자기의 기회로 활용하는 일들이 많이 번지고 있다는 데 분노하고 있다고 짐작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는 헌법 위반 아닌가?
“인사권이 잘못 행사됐는지는 지금 나와 있는 수많은 의혹 중에 어떤 것이 진실인가에 따라 가려질 것이다. 관련된 진실이 가려지는 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2)
■ [손호철의 사색] 조국 사태를 보며
임명 강행한 이상 검찰개혁 성공시켜야
하지만 검찰개혁보다 중요한 것은 민심
이념 넘은 금수저ㆍ흙수저 균열 해결해야

책 준비차 한 달간 해외답사를 갔다가 며칠 전 돌아왔다. 덕분에 시끄러운 ‘조국이야기’를 대부분 피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을 들어오며 조 교수의 법무부장관을 둘러싸고 터져 나온 수많은 의혹에 충격에 빠져 있을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 같다. 그동안 쏟아진 관련 기사들을 꼼꼼하게 살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물을 정확히 보기 위해서는 때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조국 논쟁에 대해 멀리서 느낀 몇 가지 단상을 밝히고 싶다.
첫째, 많은 의혹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위해 조 교수를 임명한 이상 어떤 방식이건 반드시 검찰 개혁을 성공시켜야 한다. 문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입으면서 강행한 임명인데 검찰 개혁을 제대로 못 하고 만다면, 그것은 최악의 상황이다. 특히 검찰이 스스로 권력화하거나 반대로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시민대표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위원회를 구성해 검찰을 통제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무리 검찰 개혁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이보다 중요한 것은 민심이라는 사실이다. 조 장관 임명 강행 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사상 최하로 떨어진 것이 우려스럽다. 관련 의혹들이 더 심각해지는 경우에도 “역사에서 평가받겠다”는 식으로 검찰 개혁의 역사적 중요성만 강조하며 끝까지 조 장관을 안고 가는 것은 자멸로 가는 길이다. 관련 의혹이 의혹에 그치고 검찰 개혁에 국민들이 박수를 치고 다시 지지율이 오른다면 모를까, 지지율이 계속 떨어져 총선, 대선에 패배해 새 보수정권이 검찰 개혁과 그간의 개혁을 되돌리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셋째, 조국 사태는 엉뚱하게도 검찰 이상으로 심각한 우리 사회의 은밀한 문제를 전면적으로 여론화시켰다. 그것은 여야가 연일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지만 우리 사회를 진짜 가르고 있는 것은 여야나 진보 대 보수 같은 이념이 아니라 흙수저 대 금수저라는 신분적, 계급적 균열이라는 사실이다. 조 장관 자녀들의 입시를 둘러싼 검찰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가짜 증명서 등 입시 과정의 위법성 여부가 아니라 서민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충격적인 이들의 특권적인 스펙 관리 방식이다. 평소 거품을 물고 싸우고 있지만 자녀 스펙 관리와 교육방식 등에서는 조국과 나경원이 크게 다르지 않고 ‘적’이라기보다는 ‘동료’라는 느낌이 든다. ‘강남좌파’에서 방점은 ‘좌파’가 아니라 ‘강남’에 찍혀 있었던 셈이다. 역설적으로 조국 사태의 가장 큰 공은 은폐되어온 이 같은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이 같은 계급적 벽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책을 고민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 정말 안타까운 것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싸우겠다고 공언해온 유일한 원내진보정당인 정의당조차도 선거법개정 패스트트랙 때문인지 여당 눈치를 보다가 사실상 흙수저들의 분노를 외면했다는 점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 들어 주요 인사에서 정의당이 반대하면 낙마한다고 해서 정의당 ‘데스 노트’라는 말이 생겼지만, 그 기준은 건전한 상식에 의한 도덕수준이었지 진보정당다운 진보적 정책성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보수적인 신자유주의적 경제관료들에게 정의당은 반대하지 않았다. 그 한계가 이번에 곪아 터진 것이다.
다섯째,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Politics by Other Means)에 대한 우려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섹스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자 비판적 연구자들이 이 같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도덕적 문제가 중시되면서 유권자의 힘은 약해지고 폭로 위주의 언론과 검찰이 정치를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우려이다. 전통적인 ‘선거정치’가 쇠퇴하고 ‘언론정치’, ‘검찰정치’가 난무한다는 비판이다. 정말 걱정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검찰위원회 같은 검찰 개혁을 통해 검찰에 대한 국민 통제를 확립해야 한다. 또 공직자들의 도덕적 문제를 무시할 수도 없는 만큼, 공직자 내지 공직 희망자들은 언론과 검찰의 타깃이 되지 않도록 더욱 처신을 조심해야 한다.(3)

<자료출처>
(2) 촛불집회로 '조국 사태'는 '검찰 사태'가 되었다 (daum.net)
(3) [손호철의 사색] 조국 사태를 보며 (daum.net)
<참고자료>
조국 사태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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