력사를 찾아서
우리겨레 종교,철학, 사상 (1) ‘하늘 신앙’ 토대로 고통 분담…평화공존 시대정신 선도 본문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온 한민족. 수많은 외침과 전쟁을 겪으면서도 민족적 한(恨)을 극복하고 오늘날 세계인이 사랑하는 신바람(한류)의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가. 지난 세기 일제강점기 고난 속에서도 3·1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을 하고, 6·25전쟁을 치르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기반한 정부를 수립한 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시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저력은 무엇인가. 지금과 같은 위기 시대에 우리의 정신과 역사의 ‘뿌리’에 대해 숙고하는 일은 위기 극복과 새로운 미래를 위한 터닦기의 출발점이다.

<1부> 한민족 국난 극복사 4회 - 위기 극복의 DNA
한민족 스스로를 ‘천손족’이라 부르며 역사적 곤경 속 은근·끈기로 살아남아
孝사상 등 공경·배려 문화 세계가 주목 인류 공동체 미래에 중요한 역할 할 때
기후변화·패권경쟁 등 글로벌 위기 대응 ‘나’ 아닌 ‘하늘’ 관점으로 세상 바라봐야
◆단군신화와 천손사상
우리의 ‘뿌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단군신화를 떠올린다. 그러면서 신시(神市)의 아침을 상상한다. 신화에는 그 민족의 우주관, 인간관 등 원형의식이 녹아있다고 한다. 그래서 세계적 신화·종교학자인 카렌 암스트롱은 “신화의 역사는 곧 민족의 역사, 인류의 역사”라고 말했다. 신화는 과학(기술)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읽어내고 위기와 갈등을 풀어내는 지혜를 말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우리의 ‘처음’과 관련된 신화에 귀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샤머니즘 사상을 토대로 부족국가 혹은 부족국가연맹체를 운영한 나라가 동이족이 건설한 나라 ‘고대 조선(朝鮮)’이다. 단군(檀君)이라는 군왕의 칭호를 가진 고조선의 시기는 전반적으로 인류가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모계의 원리에서 부계의 원리로 바뀌는 시기였던 것 같다.

개천절인 10월3일에는 전국 곳곳에서 단군의 건국이념과 홍익인간 정신을 기리는 대제가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10월3일 충북 괴산군 감물면 이담리 원구지원에서 열린 개천대제.
단군은 국조신이면서 무교(巫敎)의 신이다. 무교(巫敎), 혹은 신교(神敎), 신선교(神仙敎)는 같은 것으로 고대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 ‘샤머니즘 제국’을 형성했던 종교로 보인다. 다시 말해 오늘날 고등종교라고 하는 유교, 불교, 기독교가 생기기 이전에 인류를 지배한 종교는 무당·무격(巫覡)을 사제로 하는 신교였던 것이다.

한민족은 스스로를 천손족(天孫族)이라 부르고, 예부터 ‘하늘’(하나님, 하느님, 한울님)신앙을 가지고 살았고, 어려운 역사적 곤경 속에서도 은근과 끈기로 살아남았다. 한민족은 81자로 된 인류의 최고(最古)경전, ‘천부경(天符經)’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문화적 전통과 융합 속에서 오늘의 한국인은 이 땅에서 평화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구현할 소명을 부여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은 그동안 우리가 이어온 천손사상을 오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구국구세의 이념으로 창조적으로 승화시킬 때, 국수주의 혹은 민족주의적 해석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있다.
오늘날 기후변화, 패권경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이용과 개발의 측면에서 보는 ‘권력’의 관점이 아닌 지금 우리를 있게 한, ‘생명’의 관점, 종교적으로 말하면 ‘하늘’의 관점에서 볼 때 비로소 공생·공영·공의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경천애인과 홍익인간으로 대변되는 한민족의 건국이념은 기본적으로 세상을 ‘나’의 관점이 아닌 ‘하늘’의 관점, 즉 나의 있음과 다스림의 주체가 되는 ‘하늘’의 심정으로 세상을 볼 것을 요청한다.
‘생명의 뿌리가 하늘에 있음을 알고 타인을 사랑하는 일’(경천애인), 자신의 사익을 넘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홍익인간) 사상은 출발부터 ‘함께 있음’(共)의 가치를 중시하는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다. 천부경(天符經)에 나타난 천지인사상을 봐도 우리 선조들은 천지인의 조화와 상생(相生)을 삶과 통치의 원리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천부경 해설서를 쓴 김백호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본래부터 있던 ‘하나’가 하늘(천) 땅(지) 사람(인) 순서로 쪼개졌다는 뜻이 담겼는데 그렇게 삼극(三極)으로 쪼개놓아도 본성은 ‘하나’다”라고 했다.

고통을 분담하려는 한민족의 DNA, 우리의 심정 문화를 지금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는 AI 기술에 의해 더욱 화려한 디지털 문명과 4차 산업을 이야기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독사, 고령화·저출생, 정치·경제적 양극화와 분열 등과 같은 문제로 인해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렇듯 개인과 국가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은 아이러니하게도 심정의 가치를 기초로 한 보살핌의 윤리 회복과 AI 기술 문명에 따뜻한 정(情)을 담는 일이다.
한민족이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것을 꼽는다면 그중에 하나가 정이다. 우리는 정을 주고받음으로써 존재감을 느끼는 민족이다. 지금 세계인들이 왜 K푸드, K팝, K드라마에 열광할까. 필자는 K콘텐츠에 담겨 있는 정의 따뜻함에 세계인들이 매료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외침과 고난 속에서도 상대를 향한 ‘원한과 분노’를 넘어 ‘축복과 평화’를 기원하는 한민족의 깊은 종교적 심성이 빛을 발하고 있는 건 아닐까.
효(孝) 사상 또한 한민족 특유의 공경과 배려의 문화다. 부모가 베푼 지극한 사랑에 대해 자녀가 감사함으로 보답하는 전통은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 박사가 “인류에 가장 훌륭한 사상”이라고 호평한 바 있다. 토인비 박사는 1973년 런던을 방문한 한국 정치인에게 “만약 인류가 새로운 별로 이주해야 한다면 꼭 가져가야 할 제1의 문화가 한국의 효 문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패권중심의 정복전쟁 시대에서 평화공존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가부장-국(제국)가사회가 끝나가고 지구촌이 하나가 되어 함께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 까닭에 모계-여성중심의 평화사상을 간직해온 한민족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때다. 평화를 사랑하는 한민족의 DNA를 다시 한 번 일깨워야 할 시점이다.
세계일보, 조형국 글로벌비전팀장, ‘하늘 신앙’ 토대로 고통 분담…평화공존 시대정신 선도 [심층기획-대한민국, 위기에서 길을 찾다], 2025. 1. 22.
<자료출처>
https://v.daum.net/v/20250122193107874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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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동학(東學)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aks.ac.kr)
최제우(崔濟愚)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aks.ac.kr)
최시형(崔時亨)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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