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면 "." 하거나 한다든지 아예 대답도 하지 않거나 고개만 끄덕이는 사람들이 있다. 지위가 높거나 나이가 많아서 그러겠지만, 인사를 잘 받지 않는 것은 아주 불쾌한 일이다.

 

다음은 전남대 철학과 박구용 교수의 한겨레신문 2007828일자 [세상읽기]칼럼 <굿모닝? 예스!>라는 제목의 글이다.

 

안녕하세요?’ 예의바르고 심지가 곧은 선생님에게 인사를 했다. 되묻기가 아닌 끝내기 억양으로 ''라는 답례가 돌아왔다. '굿모닝''예스'라고 답한 꼴이다. 무심코 주고받은 인사말에는  나와 그분 사이의 권력관계가 은밀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며, 현대인의 관계는 만남과 소통을 통해 맺어진다. 인사는 모든 만남의 시작이고 끝이다. 굿모닝-예스처럼 비대칭적 인사말로 시작된 만남은 인격과 인격이 아니라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관계를 요구한다. 윤리적 인사는 상황·목적·상대에 맞는 말을 택하는 데서 시작되지만  그보다 상호존중이 먼저다. 상호존중 없이 일방적 존경을 요구하는 인사는 도덕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이다. (중략)

그러나 안녕하세요?’ 라고 답하는 것은 처음부터 인격적 만남과 소통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큰 실례이자 세계의 웃음거리이다.』(1)

 

 

최인호 한겨레말글연구소장은 한겨레신문 2007928 [언어예절]<인사말>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인사말이 복잡한 듯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관혼상제를 비롯한 큰일들이 잦을 뿐이지 말이 복잡한 게 아닌데다, 요즘은 어려운 한자말도 거의 쓰지 않고, 토박이 인사말은 삶의 바탕을 헤아려 짚는 까닭에 무척 진솔하다.

아침에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평안히 주무셨습니까?’ 하면 잘 주무셨는가? 잘 잤니?’ 한다. 늦은 아침에는 진지 드셨습니까? 아침 잡수셨습니까? 아침 드셨나? 밥 먹었나? 한다. 때에 따라 아침 대신 점심·저녁을 바꿔 말하면 그만이다.

밥 인사를 낡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적잖다. 우리가 언제부터 배불리 살았다고? 일부러 끼니를 거르는 이도 있다지만 이만한 인사말보다 나을 게 따로 있을 성싶지 않다. 그럭저럭 이런 인사말도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로 단순해지고 있다. 거의 사무·의례적인 인사말, 한국의 대표적인 인사말로도 굳어진 듯하다. ‘안녕만 따로 떼 만나고 헤어질 때 두루 쓴다. 그렇다고 반가워!’잘 가! 또 봐!’ 들보다 낫다는 말은 아니다. 일터에서도 안녕하십니까?’ 면 통하는데, ‘일찍 나오셨습니다! 벌써 나오셨습니까? 좀 늦었습니다, 이제 나오십니까? , 이웃을 만나거나 일터 밖에서는 어디 가십니까? 들에 나가십니까? 어디 갔다 오십니까? 처럼 때와 곳에 따라 말을 맞추어 쓴다. ‘, 반갑네! 저기 갔다 오는 길일세! 별일 없는가? 여긴 웬일인가? ‘ 에 이르면 깊이 소통하는 수준이 된다.

인사는 가볍게 주고받고 넘어가는 버릇 말이고, ·악수·눈인사로 대신할 수도 있지만, 빠지면 사달이 난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까닭이다.』(2)

 

 

<주>

 

(1) 한겨레신문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232115.html

(2) 한겨레신문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2388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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