력사를 찾아서
《환국-가사라국》 1. 환인인가 환국인가?(4) 본문
《환국-가사라국》
1. 환인인가 환국인가?(4)
성삼제는 《고조선 사라진 역사》에서 환국은 환인의 오류가 아니라고 한다. 《삼국유사》 임신본은 목판인쇄이고 목판본을 만드는 과정을 떠올리면 환인이 환국으로 잘못 새겨졌다고 주장하기 어렵다고 한다.
『목판본은 금속활자 인쇄와 달리 한 번 잘못 새기면 판 전체를 새로 새겨야 한다. 금속활자는 판을 짜고 시험적으로 인쇄해서 활자가 제대로 뽑혔는지 교정을 본 후 잘못 뽑힌 활자는 뽑아내고 다른 활자로 교체하여 인쇄한다. 그러나 목판본은 글자를 쓴 종이 한 면 전체를 뒤집어 나무 원판에 붙인 다음 글자를 새기기 때문에 일단 글자가 새겨지면 수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목판인쇄의 경우 활자판을 만든 다음 교정을 보는 것이 아니라 종이를 나무에 뒤집어 붙이기 전에 잘못 쓰인 글자가 있나 없나 철저하게 교정을 본다.』
고려대학교 소장 만송문고본 삼국유사의 영인본. 만송문고본은 중종 임신본 중에서 훼손되지 않은 책 중 하나다. 고조선 편 세 째 줄 ○안에 국口+王이라는 글자가 보인다.(국학자료원)
환인으로 써야 할 곳에 환국으로 쓰는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실제 그러한 오류를 범하기가 정말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주부윤이 《삼국유사》 임신본을 제작할 때 일단 원본을 구해 각 고을에 내려 보내고 명필가들로 하여금 원본을 필사하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명필가들은 옆에 원본을 놓고 한 글자 보고 한 글자 쓴 다음 또 한 글자 쓰는 과정을 반복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因자를 囚자등 비슷한 형태의 글자로 잘못 옮길 수는 있어도 형태와 뜻이 전혀 다른 國자로 쓰는 것은 오히려 더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삼국유사》 임신본에서 환국이 오류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임신본 이전에 간행된 고판본에서 “口 + 土”(口자의 내부에 土 가 들어 있는 형태)자가 因의 이체자이므로 이후 간행된 임신본에서 환국桓國으로 옮긴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하는데, 두 판본을 자세히 검토하면 앞선 간행물을 이유로 후에 간행된 것을 오류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임신본은 일반인의 눈에도 명백한 오자들이 발견되는데 반해 더 먼저 나왔다고 하는 고판본은 오히려 그 오자들이 바로 잡혀 있다. 예를 들어 고판본에는 나갈 점漸으로 되어 있으나, 임신본에는 사람 인人 변에 모시고 나설 참斬자를 썼다. 고판본이 맞고 임신본이 오자다. 문제는 이것이 목판인쇄 과정에서 부주의로 생긴 오자라고만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누구나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오자가 임신본에서 자주 발견되는 까닭은 임신본을 판각할 때 명백한 오류라도 수정하지 않고 원본으로 삼은 《삼국유사》의 내용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임신본이 원본으로 삼은 책이 지금까지 알려진 고판본보다 더 오래 전의 것이며 일연 스님이 쓴 원문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간행 시기가 앞서는 고판본이 임신본보다 《삼국유사》 원본에 더 가깝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삼국유사》의 환국 논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글자는 환국이 분명하다 해도 이것이 나라를 가리키는지 신神이나 사람을 가리키는지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신라의 승려 안함로가 썼다는 《삼성기》 다음 구절에서 ‘환국을 가리켜 천제환인이라고 불렀다桓國是謂天帝桓因’는 것은 환국을 신의 호칭으로 본다는 의미이고, 《삼성기》는 학계에서 민족의식을 드높이기 위해 위조한 책이라고 의심받고 있기는 하나 환국을 신의 호칭으로 이해하고 사용했음을 추측할 수 있는 기록이라고 보았다.
『우리 환桓의 건국은 세상에서 가장 오랜 옛날이었는데 한 신이 있어 시베리아의 하늘에서 홀로 변화한 신이 되시니 밝은 빛은 온 우주를 비추고 큰 교화는 만물을 낳았다. 오래오래 살면서 늘 쾌락을 즐겼으니 지극한 기를 타고 노닐고 그 묘함은 저절로 기꺼웠다. 모습 없이 볼 수 있고 함이 없으면서 모두 이루고 말 없으면서 다 행하였다. 어느 날인가 동녀동남 800명이 흑수 백산의 땅에 내려왔는데 이에 환인은 또한 감군으로서 천계에 계시면서 돌을 쳐 불을 일으켜서 날 음식을 익혀 먹는 법을 처음으로 가르치셨다. 이를 환국桓國이라 하고 그를 가리켜 천제환인 天帝桓因이라고 불렀다.(임승국 번역 주해 《한단고기》)』
또한 그 시대 사람들 대부분 환인이 제석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고기에 환인이라고 되어 있었다면 굳이 ‘환인은 제석’이라는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만약 《고기》 원문에 환국으로 되어 있었으면 일연 스님은 원문 그대로 옮기고 환국이 제석을 의미한다고 의견을 덧붙였겠지만 환인이라면 따로 주석을 달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혹은 일연 스님이 세상을 떠나고 제자들이 주석을 달았다는 견해도 있다. 어쨌든 《삼국유사》 고조선 편에 나오는 환국이 제석신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환국이라는 나라를 의미하는지는 더 연구해야 할 과제다.』
<참고자료>
성삼제, 고조선 사라진 역사, 2005년, 동아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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