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라 력사를 찾아서
고구려(10) - 고구려 문화유산(15) 고구려 세계문화유산(15) 강서대묘 본문
강서대묘는 북한 남포특별시 강서구역에 있는 고구려 벽화 고분으로 이웃한 2개의 큰 무덤과 함께 강서삼묘로 불립니다. 고구려 평원왕 또는 영양왕의 무덤으로 추정합니다.
강서3묘 전경(출처; '한왕묘'와 강서3묘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daum.net)2019. 5. 2.)
널방에는 사신도가 그려져 있고, 천장에는 비천 · 비운 · 신선 · 산악 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사신은 동아시아에서 크게 유행하고 인기를 모은 방위신(方位神)으로서
동쪽의 청룡(靑龍), 서쪽의 백호(白虎), 남쪽의 주작(朱雀), 북쪽의 현무(玄武)를 일컫습니다.
강서대묘 새를 탄 선인(출처; 강서대묘 깊이보기 3 - 비천과 선인 (daum.net)2019. 6. 27.)
강서대묘 비천상(출처; 강서대묘 깊이보기 3 - 비천과 선인 (daum.net)2019. 6. 27.)
강서대묘 천장 (한성백제박물관 2016년 고구려고분벽화 특별전도록) : 천장석의 황룡, 2단의 삼각고임돌에 봉황과 기린, 여러 서수, 연꽃 문양 등이 그려져 있다.(출처; 강서대묘 깊이보기 4 - 황룡과 신수(神獸) (daum.net)2019. 7. 25.)
천장 고임돌 산악도1(출처; 강서대묘 깊이 보기 1 - 산악도 (daum.net)2019. 5. 30.)
오행 사상에 따라
중앙은 토(土)로서 황색,
동방은 목(木)으로 청색,
서방은 금(金)으로 백색,
남방은 화(火)로 적색,
북방은 수(水)로 흑색 등
사신의 방위 색깔도 맞추었습니다.
사신도 벽화고분은 6세기 들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요, 대표적인 사신도 벽화고분은
평양 지역에서 호남리 사신총, 개마총, 진파리 1호분, 4호분, 내리 1호분, 강서대묘, 강서중묘 등이 있고,
집안 지역에서는 통구사신총, 오회분 4호묘, 5호묘 등이 있습니다.
임기환교수는 대표적인 사신도 벽화를 보면서 어떤 흐름이 있는지 직접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임기환교수는 현재 남아있는 가장 늦은 시기의 강서대묘와 강서중묘에 이르러
고구려 벽화 수준은 최절정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 [고구려사 명장면-77] 강서대묘 깊이보기 -청룡, 백호
사신도가 널방의 사방 벽면에서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벽화고분은 6세기 들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무덤 구조도 무덤길과 하나의 널방으로 구성되어 있는 외방무덤이란 특징을 갖는다. 이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사신도 벽화고분으로는 평양 지역에서는 호남리 사신총, 개마총, 진파리 1호분, 4호분, 내리 1호분, 강서대묘, 강서중묘 등이 있고, 집안 지역에서는 통구사신총, 오회분 4호묘, 5호묘 등이 있다. 그동안 이들 고분 이름은 여러 차례 언급하였기에 어느 정도 낯이 익으리라 생각한다.
여하튼 열 개 남짓한 사례만으로 6세기 사신도 등 벽화의 전개상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시기별로 사신도 그림을 늘어놓고 보면 거기서 어떤 변화의 맥락이 눈에 보이기도 한다. 이제 2회에 걸쳐서 대표적인 사신도 벽화를 보여드릴 테니 독자들께서도 어떤 흐름이 있는지 직접 찾아보시기 바란다. 다만 현재 전하는 벽화 상태가 썩 좋지 않아서 열심히 들여다보셔야 하는 수고로움이 전제되어야 함을 먼저 말씀드린다. 그나마 벽화 상태가 좋은 편인 호남리 사신총, 진파리 1호분, 오회분 4호묘, 강서대묘와 강서중묘 사신도 사진이나 모사도를 중심으로 하겠다.
사신은 사방의 별자리 신으로서 의당 상상의 동물이다. 따라서 사신의 도상은 현실 동물 모습에 상상력이 복합된 모습을 갖게 되며, 시대마다 조금씩 다른 특징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번 회에서 다룰 청룡과 백호는 네 다리와 긴 꼬리를 갖고 있으며, 허공을 나는 듯한 자세로 비슷하게 표현된다. 청룡은 뱀의 비늘이 온몸을 감싸고, 커다란 눈을 부릅뜨고 머리에는 뿔이 한 개 혹은 두 개 있고 입을 벌려 혀를 날름거리거나 화염을 뿜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이 보통이다.
백호는 전체적인 자세는 청룡과 비슷하지만, 이름 그대로 온몸에는 호랑이 얼룩무늬를 갖고 얼굴도 호랑이의 특징을 가진 모습으로 표현된다. 전체적인 도상의 틀은 이러하지만, 이를 하나의 형상으로 구현해내는 필력이나 표현력 또는 화면 배경의 구성과 배치 등에 따라 상당히 다른 이미지를 드러내게 된다.
가장 이른 시기의 사신도 벽화고분으로 편년되는 호남리 사신총은 무덤 벽의 소재로 대리석을 사용한 유일한 고구려 고분이다. 잘 다듬은 대리석으로 사방 벽을 세우고 판석의 틈을 회로 메웠다. 그리고 그 위에 직접 벽화를 그렸다. 1916년 발견 당시에 이미 천장부 벽화는 훼손되었고, 사방 벽의 사신도만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호남리 사신총 청룡(좌), 백호
청룡과 백호는 모두 고개를 돌려 자신의 꼬리를 바라보는 자세로 그려져 있다. 청룡은 정측면을 묘사하고 있는데, 긴 뿔을 갖고 입을 벌리고 있으며, 날카로운 이빨이 강조되어 있다. 신비스러움보다는 기괴한 분위기를 보인다. 그리고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이후 청룡도에 나타나는 목 뒤 척목(尺木)이 표현되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해두시기 바란다.
백호도 측면도이면서도 두 눈과 두 귀를 과장되게 그렸으며, 입을 벌리고 포효하는 얼굴이다. 몸에는 호랑이 무늬를 그렸다. 전체적으로 필력이 거칠고 서투른 인상이다. 더욱 사신의 묘사도 생동감이 없는 데다 배경에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어떤 생동감도 느끼기 어려운 분위기다. 아직 사신을 벽면의 주인공으로 묘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 과도기적인 단계임을 짐작할 수 있겠다.
진파리 1호분은 전동명왕릉 근처에 있는 20여 기 진파리 고분군에 속하며 진파리 4호분과 함께 사신도 벽화고분이다. 널방 내부에 석회를 바른 뒤 그 위에 벽화를 그렸다. 동벽의 청룡과 서벽의 백호가 모두 무덤 입구가 아닌 북쪽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사신도 고분과 큰 차이가 있다.
청룡의 네다리는 함차게 달려 나가는 자세로 묘사되어 있고, 목은 S자로 강하게 휘어 있고, 꼬리는 물결 치듯이 흘러나가 주변의 구름과 인동문의 흐름이 어울려 역동감을 드러낸다. 청룡의 목 부분에는 삼각형의 붉은 불꽃무늬가 그려져 있는데 바로 척목의 표현이다. 백호는 호랑이 얼굴로 묘사되었고 입을 크게 벌려 포효하는 모습이다. 전체적인 자세는 청룡과 그리 다르지 않다.
진파리 1호분 청룡(좌), 백호
진파리 1호분 청룡·백호도는 벽면의 배경이 무엇보다 눈길을 끈다. 청룡이나 백호가 움직이는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구름, 휘날리는 인동연화 무늬 등이 강한 운동성을 보이면서 화면 전체를 역동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다소 경직된 청룡과 백호의 자세가 이런 배경 속에서 비로소 살아 있는 생동감을 얻게 된다. 배경이 주역을 살리고 있는 그림이라고 하겠다.
집안 오회분 4호묘는 바로 옆 5호묘와 함께 집안 지역을 대표하는 사신도 고분이다. 정교하게 다듬은 화강암으로 무덤방을 구성하고, 그 벽면에 바로 그림을 그렸다. 천장에는 매우 다양한 하늘 세계를 묘사하였으며, 사방 벽면에는 그물망 모양에 불꽃과 연꽃 문양을 연속적으로 펼쳐 그려서 배경 화면으로 삼고 그 위에 사신을 묘사하였다.
오회분 4호묘 청룡(좌), 백호
오회분 4호묘의 청룡은 오색띠 비늘로 온몸이 덮여 있는 가늘고 길쭉하지만 힘이 넘치는 몸매로 화려하게 묘사되어 있다. 두 앞발을 힘차게 내딛고 뒷다리 하나는 잔뜩 구부려 힘을 응축하고 있고, 다른 다리는 쭉 뻗어서 이제 방금 온몸을 앞으로 힘차게 밀어낸 듯한 역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몸통과 앞다리가 만나는 어깨 죽지에는 불꽃 모양 기운이 다리와는 반대 방향으로 뻗어나가고 있어 상서로움을 더하고 있다. 백호도 청룡과 거의 비슷한 자세인데, 얼굴은 역시 호랑이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청룡의 목 부분에는 불꽃 모양 무늬가 그려져 있다. 앞다리 어깨 죽지의 기운과 비슷해 보이지만, 이는 척목의 표현이다. 고대 중국 문헌에 "용이 척목이 없으면 하늘로 오르지 못한다"고 하는 바로 그 척목이다. 앞서 진파리 1호분 청룡에서도 척목은 그려져 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척목이 처음 나타난 것은 장천 1호분 앞방 천장고임에 그려진 청룡에서부터인데, 엉치 부분에 척목이 그려져 있다. 덕화리 1호분 청룡에서 척목이 목덜미에 묘사된다. 그리고 오회분 4호묘에서 비로소 상서로운 기운이 넘치듯이 불꽃이 힘차게 뻗어가는 형태로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강서대묘는 사신도 벽화의 최고봉을 자랑한다.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매우 익숙한 장면일 것이다. 앞서 진파리 1호분이나 오회분 4호묘의 사신과는 달리 아무런 배경 그림 없이 오직 텅빈 벽면에 사신만을 그렸을 뿐이다. 그러기에 청룡이나 백호는 무한한 하늘 공간을 유영하는 듯한 깊은 공간감을 연출하고 있다. 오직 청룡이나 백호 그 자체만으로 뛰어난 역동감과 신비스러움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고구려 고분 벽화의 표현력과 기법이 절정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서대묘 청룡(좌), 백호
그리고 주목할 점은 백호의 얼굴이다. 앞서 살펴본 고분의 백호도는 모두 호랑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서대묘와 강서중묘의 백호는 더 이상 호랑이 얼굴이 아니라 상상의 얼굴을 한 신성한 존재다. 완전히 현실성을 벗어난 존재로서 신령스러움이 더해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 남북조 시대 백호의 도상에서 벗어난 고구려적인 도상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백호의 표현에서 보자면 강서중묘의 백호도를 최고로 치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독자 여러분도 직접 평가해 보시기 바란다.
강서중묘 청룡 청룡(좌), 백호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사신도 벽화 고분에서 청룡이나 백호 그림으로 보자면 점차 세련되고 완숙해지면서 6세기 후반, 7세기 초 가장 늦은 시기인 강서대묘와 강서중묘의 사신도에서 절정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문화 양상의 하나인 고분 벽화로 볼 때 가장 전성기라고 하는 시기에 고구려는 멸망을 맞게 된다. 문화의 성쇠와 국가의 운명은 무관한 것일까? 강서대묘에 들어서면서 필자가 가졌던 의문이었다. 독자 여러분과 함께 생각하고 싶은 질문이다.』(6)
『[고구려사 명장면-78] 강서대묘 깊이보기 7 - 주작과 현무
지난 회 청룡과 백호에 이어 이번 회에서는 나머지 주작과 현무를 그린 벽화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주요 대상 역시 지난 회와 짝을 이루기 위해 호남리사신총, 진파리1호분, 오회분 4호묘, 강서대묘와 강서중묘의 사신도 사진이나 모사도를 중심으로 하겠다.
사신 가운데 남방의 수호신인 주작의 도상은 상서로운 새의 형태를 갖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봉황과 도상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주작은 보통 암수의 쌍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봉황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수컷을 봉(鳳)이라고 하고 암컷을 황(凰)이라고 하는데, 이를 합하여 봉황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봉황은 성군(聖君)이 등장할 때 나타나는 상서로운 동물로서 그 신이함을 더하기 위한 신체적 특징을 상상하였다. 예컨대 중국 옛 기록에 봉황은 가슴은 기러기, 엉덩이 쪽은 수사슴, 목은 뱀, 꼬리는 물고기, 이마는 새, 깃은 원앙, 무늬는 용, 등은 거북, 얼굴은 제비, 부리는 수탉 등 10종의 특징을 합한 신조(神鳥)로 묘사하고 있다.
중국 낙양 서한 복천추묘 주작 / 사진=바이두
물론 이런 특징이 도상으로 드러날 때 모두 그대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어쨌든 신령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모습을 갖기 마련이다. 이러한 신조(神鳥)로서의 봉황 모습이 또 다른 신조인 주작과 겹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서로 비슷한 도상이지만, 사령(四靈)의 하나로 그려질 경우에는 봉황, 방위신인 사신의 하나일 경우에는 주작으로 이해하면 될 듯싶다.
북방의 수호신인 현무(玄武)는 거북이와 뱀을 합친 도상인데, 어의상 현(玄)은 검은색을 뜻하고 무(武)는 거북의 딱딱한 등갑이나 비늘을 뜻한다. 그런데 중국 전한 초까지는 대체로 현무는 거북의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뱀이 거북을 휘감고 있는 도상, 즉 구사교미형(龜蛇交尾型)으로 바뀌었다.
거북 형상에서 뱀과 거북이 얽혀 있는 도상으로 바뀐 이유는 고대 중국인들이 거북은 암컷뿐 수컷이 없다고 생각하여 머리 모양이 비슷한 뱀을 수컷으로 짝지은 결과라고 설명한다. 즉 현무는 음양의 조화라는 사고방식이다. 특히 북방의 수호신으로서 구사교미형 현무는 남방의 수호신인 주작이 암수 한 쌍으로 표현되는 점에 대한 대응으로서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산동 청리 동위장군묘 현무 / 사진=바이두
그런데 현무를 이루는 뱀과 거북의 자세를 보면 서로 딴 곳을 보는 도상도 있지만, 서로 얼굴을 마주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그 모습이 서로를 노려보면서 마치 격렬하게 싸우는 듯한 이미지를 풍긴다는 점이 흥미롭다. 더욱 뱀은 거북을 칭칭 감고 있고, 거북은 단단한 등껍질로 버티는 듯한 이미지는 음양의 조화는커녕 서로 생사를 걸고 격렬하게 싸우는 모습처럼 보인다. 어쩌면 바로 이런 모습이 현무를 사신 중 가장 역동적인 생명력을 표현할 수 있는 소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자, 그러면 고구려 사신도 중 주작과 현무 그림을 직접 살펴보도록 하자.
호남리 사신총 주작
호남리 사신총 현무
호남리사신총 널방 남벽 입구 좌우에 자리 잡고 있는 주작은 다소 밋밋한 두 날개를 위로 한껏 벌리고 있고, 길쭉한 모습의 꼬리도 위쪽으로 뻗치고 있는데, 날개와 꼬리가 평행선을 이룬다. 머리는 새의 형상인데, 흔히들 표현되는 공작이나 장닭의 머리 모습과는 전혀 다르며 그다지 신령스러운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호남리사신총 널방 북벽의 현무는 구사교미형인데, 서쪽을 향하고 있는 거북은 머리를 길게 빼어 허공을 쳐다보고 있다, 뱀은 거북을 칭칭 감고 있되 머리를 거북 꼬리 쪽에서 솟구쳐 서쪽을 쳐다보고 있다. 따라서 음양의 조화라는 현무의 이미지가 무색하게 거북과 뱀이 머리를 마주하기는커녕 서로 딴 곳을 쳐다보고 있다. 청룡과 백호의 경우도 그러한데, 호남리 사신총에서는 아직 벽면의 주인공으로서의 위엄을 갖는 사신의 도상이 충분히 완성되지 않았던 단계였다.
진파리 1호분 주작 모사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진파리 1호분 현무 모사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진파리 1호분 남벽 널방 입구 좌우를 지키고 있는 한 쌍의 주작은 몸집에 비해 그리 크지 않지만 화려한 날개를 좌우로 펼치고 있고, 너울거리는 긴 꼬리를 한껏 위를 향해 뻗치고 있다. 이 꼬리의 흐름을 따라 구름무늬가 불꽃처럼 타오르는 듯 표현되면서 주작의 생동감이 한층 더해진다. 벼슬이나 부리 등 주작의 머리 표현은 장닭의 이미지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암수가 서로 다르게 묘사되어 있어 같은 듯 서로 다른 세밀한 표현 방식이 눈길을 끈다.
북벽의 한가운데에 아래에 조금은 작은 듯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 현무는 동쪽을 향하고 있고 귀갑문이 표현된 거북의 몸을 두어 번 감고 있는 뱀은 거북의 목을 한 차례 감으면서 몸을 비틀어 거북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입을 벌려 이빨을 드러낸 뱀은 마치 거북을 집어 삼키려는 듯한 표정이다. 호남리사신총의 현무에 비해 뱀의 운동성이 크고 훨씬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진파리 1호분의 현무는 북벽의 주인공이라기보다는 현무 좌우에서 바람에 흔들거리는 수목 그림와 함께 어우러져 있어 풍경화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듯하다. 또 소나무와 현무 아래에는 검은 산악이 그려져 있어 마치 현무와 소나무가 허공이나 천상 세계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후일 강서중묘의 현무도와 맥락이 통한다. 현무 위로는 빠르게 흐르는 구름과 휘날리는 인동 연화 무늬는 거북과 뱀의 격렬한 싸움을 예고하는 듯하다
오회분 4호묘 주작 / 사진=바이두
오회분 4호묘 현무 / 사진=바이두
통구사신총 현무 모사도
오회분 4호묘의 남벽은 널방 입구가 남벽 중앙이 아닌 동쪽으로 치우쳐 있어 보통의 다른 벽화고분 남벽과는 달리 제법 넓은 화면을 확보하고 있는데, 여기에 주작 한 마리만 그려져 있다. 널방 입구에 의해 좌우로 나누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두 마리 주작을 그리기에 충분함에도 외주작만 표현하고 있는 이유는 잘 알 수 없다. 암수라는 주작의 본래 형상보다는 북벽의 현무에 조응하기 위해 외주작만 그린 게 아닌가 싶다.
주작의 머리는 장닭 머리고, 목의 좌우에서 커다란 푸른 깃털이 마치 날개처럼 펼쳐져 있다. 붉고 푸른 날개는 한껏 펼치고 긴 꼬리는 위로 흔들거리며 뻗어나가고 있다. 날갯짓하며 막 날아오르려는 율동감이 넘치고 있는 표현이다.
오회분 4호묘의 사신 중에서는 뭐니 해도 북벽의 현무가 가장 인상적이다. 서쪽을 향해 걷고 있는 거북의 몸은 슬쩍 한 번 감싼 뱀은 오히려 자기 자신을 격렬하게 뒤틀고 심하게 엉키고 있다. 얼마나 뱀의 몸이 꼬여 있는지 마치 두 마리 뱀이 어울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는 거북과 뱀은 서로 마주하고 노려보고 있는데, 뱀의 격렬한 몸짓과는 달리 순간 움직임을 멈추고 있는 듯한 분위기이다.
이와 비슷한 현무 도상이 통구사신총의 현무도이다. 두 현무도는 마치 쌍둥이처럼 닮았다. 이렇게 보면 집안 지역의 현무도가 평양 일대의 현무도보다는 훨씬 역동감이 넘치는 현무도를 그려낸 셈인데, 수도 평양과 부도 국내성의 문화적 분위기가 달랐음을 시사하고 있다.
강서대묘 주작(동) 모사도 / 사진=한성백제박물관 2016년 고구려고분벽화 특별전도록
강서중묘 주작(서) 모사도 / 사진=한성백제박물관 2016년 고구려고분벽화 특별전도록
강서대묘의 주작은 신령스러운 봉황의 형상이다. 부리는 연봉오리에 달린 가지를 물었고, 양 날개는 힘차게 펼치고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 꼬리는 둥글게 원을 그리며 주작의 날개와 조응하고 있다. 무엇보다 강인한 두 다리는 산악도 위에 굳세게 버티고 있으면서 날개 바람을 하늘 가득 채우는 듯하다. 그 생동감은 이제까지 본 주작도 중에서 최고라고 하겠다.
이와 달리 강서중묘의 주작은 율동감보다는 우아한 자태를 자랑한다. 마찬가지로 봉황의 머리에 잎에는 붉은 구슬을 머금고 있다. 활짝 펼친 두 날개와 꼬리에는 섬세하게 표현된 부드러운 깃털의 세세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역동감이 넘치면서도 단정하고 우아함을 잃지 않는 걸작이다.
강서대묘 현무 강서중묘 현무
강서대묘의 현무도는 고구려 사신도의 현무, 아니 그 모든 사신도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무어라 여기서 기술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사실 이 현무도 하나만으로도 고구려의 회화 수준이 당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강서대묘의 현무도가 워낙 뛰어나서인지 강서중묘의 현무도는 좀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산악도 위 허공에 떠 있는 현무의 모습은 무한한 우주 공간의 수호자로서 신령스러운 모습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 고구려 고분 벽화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강서대묘의 사신도 등 벽화를 이해하기 위하여 벽화 주제별로 고구려 벽화의 흐름을 짚어보고자 했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분량이 적지 않다 보니, 최소한의 것만 살짝 엿보았을 뿐이다. 나중에 다시 고구려 고분벽화를 좀 더 두루 살펴볼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독자 여러분 스스로 벽화 모사도나 도록 사진 등을 수집해서 직접 살펴보시면서 그 세계에 빠져들어가 보시기를 권한다.
어쨌든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현재 남아있는 가장 늦은 시기의 강서대묘와 강서중묘에 이르러 고구려 벽화 수준은 최절정에 도달했다. 지난 회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이런 고분벽화의 전개상을 보면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멸망의 길로 들어섰다는 게 그리 믿기지 않는다. 문화상의 최절정에서 과연 급격하게 몰락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고구려 최말기의 역사에서 그 답을 찾아보도록 하겠다.』(2)
<주>
(1) 강서대묘 깊이보기 -청룡, 백호 (daum.net)2019. 8. 22.
(2) 강서대묘 깊이보기 7 - 주작과 현무 (daum.net)2019. 9. 5.
<참고자료>
강서대묘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강서대묘 깊이 보기 1 - 산악도 (daum.net)2019. 5. 30.
강서대묘 깊이보기 2 - 수목도 (daum.net)2019. 6. 13.
강서대묘 깊이보기 3 - 비천과 선인 (daum.net)2019. 6. 27.
강서대묘 깊이보기 4 - 황룡과 신수(神獸) (daum.net)2019. 7. 25.
강서대묘 깊이보기 5 - 사신도는 언제부터 그려졌나? (daum.net)2019. 8. 8.
'한왕묘'와 강서3묘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daum.net)2019. 5. 2.
강서대묘의 옻칠 벽화, 당장 가서 복원·보수하고 싶어 (daum.net)2019.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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