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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2) - <총, 균, 쇠> 저자 "2050년, 우리 문명은 이제 30년 남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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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2) - <총, 균, 쇠> 저자 "2050년, 우리 문명은 이제 30년 남았다"

대야발 2019. 11. 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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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저자 "2050년, 우리 문명은 이제 30년 남았다"

한겨레2021. 7. 22. 05:06
[안희경의 내일의 세계][안희경의 내일의 세계] 세계 지성에게 10년 생존전략을 묻다
① 재러드 다이아몬드 UCLA 지리학과 교수
2013년 인터뷰에서 “우리 문명은 이제 50년 남았다”고 말했던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2021년에는 “30년 남았다”고 말했다. 인류를 둘러싼 상황이 나빠지는 속도가 그만큼 빨라졌다는 뜻이다. <대변동> 출간 기념으로 2019년 10월 한국을 방문했던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모습. 김영사 제공
‘오늘의 세계’는 지금까지 우리가 선택한 모든 것의 합이다. 말미암지 않은 결과란 없다. 오늘 우리는 무엇을 취하고자 하는가? 10년 안에 탄소배출량을 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한다. 실패한다면 폭염과 홍수와 산불, 그리고 전염병이 창궐하는 내일이 올 수 있기에. 취약할수록 고통은 잔인하고 억울하며 재난이 반복될수록 그 취약한 이의 수가 불어남을 학습해왔다.
세계의 지성들을 만나 문명사적 성찰과 대안 모색을 해온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씨가 <한겨레>에 인터뷰 연재 ‘내일의 세계’를 시작한다. ‘펜데믹 시대 인류 생존 10년 전략’이 화두다. 오늘의 선택이 만드는 ‘내일의 세계’. 그 첫회는 60년간 문명을 조망해온 문화인류학자이자 지리학자이며 생리학자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다. 5월20일 오후 2시(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 자택에 있는 그와 인터넷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지구적인 답을 찾도록 숙제하게 하는 막강한 스승님”이라고 했다. 더불어 “코로나19는 세계인이 다 걸린다 해도 사망률은 2% 정도다. 지금 우리에게는 모두 죽을 수 있는 핵무기, 기후변화, 자원 고갈, 불평등 같은 더 심각한 위협들이 있고 그 해결책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희경(이하 안) 지난 5월 중국의 화성탐사선 톈원 1호가 화성 유토피아 평원에 착륙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스페이스엑스의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건도 성공적으로 비행을 마쳤고요. 한국에서는 우주 산업에 뒤처진 현실을 자책합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이하 다이아몬드) (처참한 생각이라는 듯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만약에 우리가 이 행성을 보살피는 데 실패한다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요? 다른 행성을 찾아가야 할까요? 그런데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이 없다면요? 화성탐사는 환상적이죠. 저라면 고약한 원수들을 우주선에 태워 화성으로 보낼 거예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도록요. 저는 화성 방문에서 인류를 위한 그 어떤 희망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미 우주 산업에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었습니다.

다이아몬드 더 많은 돈을 지구 문제를 푸는 데 퍼부어야 해요. 기후변화, 자원 고갈을 해결하고, 사람들이 좀 더 평등하게 살 수 있도록요. 또 지구적 불평등을 해결해야 합니다. 수많은 질병에 대응하도록 지원해야 하죠. 지금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아내고자 애썼듯이 다른 질병을 막아내는 데도 투자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를 비롯해 85개 개발도상국이 2022년 말까지 국민 다수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현재 가난한 국가의 접종률이 1% 미만인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다이아몬드 타인을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는 윤리적인 이유 말고 완전히 이기적인 입장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 사람들을 위해서입니다. 전세계인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합니다. 다른 나라들이 안전하지 않은데 한국이나 미국에 있는 사람들이 안전하길 바라는 건 불가능합니다. 미국과 유럽이 다른 나라들과 백신을 나누겠다고 했는데, 이는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입니다.

 한국 정부를 비롯해 각국 정부들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나온 후 인도 방문이나 입국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통제는 불가능한 건가요?

다이아몬드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없는 세계화된 세상이에요. 인도에 대략 15억명이 삽니다. 어떤 이는 걸어서 국경을 넘어 미얀마로 가겠죠. 또 미얀마에서 걸어서 타이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타이에서 비행기나 배를 타고 홍콩으로 갈지도 몰라요. 그다음엔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올 수도 있습니다. 인도에서 오는 사람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인류 역사를 거시적으로 해석해오셨는데요. 코로나19 위기를 과거의 역사적 위기들에 견줄 수 있을까요?

다이아몬드 그렇다고도 또 아니라고도 말할 수 있겠어요. 이 지점이 바로 기자들이 저와 인터뷰하면서 불만을 갖는 부분입니다. 명확한 답을 원하는데, 제 답은 언제나 ‘예스 앤드 노’(Yes, and No)니까요. “코로나19 위기를 과거의 역사적 사건과 견줄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셨죠? ‘예스’입니다. 과거에도 이 같은 위기가 번번이 있었으니까요. 유럽과 아시아, 중국에서 흑사병이 창궐했습니다. 유럽인들이 전세계로 전파시킨 홍역과 천연두의 위기도 있었죠. 그리고, ‘노’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세계화 속에서 나온 새로운 위기이기 때문입니다. 2002년에 발병한 사스조차도 세계로 번지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당시의 여객기 교통량은 최근처럼 심하진 않았죠. 지금은 코로나19는 물론 다른 바이러스도 신속하게 세계를 넘나듭니다.

 
코로나19가 준 주요한 가르침이 바로 모든 나라가 안전하지 않을 경우 아무리 초강대국일지라도 안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구적인 해법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요.
우리는 알아요. 더 심각한 불평등으로 빠진다면 부자 동네 저택들은 불타오르기 시작할 것임을. 시간문제입니다. 가난한 미국인들이 안전할 때까지 부자 미국인들은 안전하지 않을 것이며, 몽골과 볼리비아가 안전할 때까지 미국은 안전할 수 없어요.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위협

 코로나19가 우리 문명의 전환점이 되리라 보시나요?

다이아몬드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코로나19가 준 주요한 가르침이 바로 모든 나라가 안전하지 않을 경우 아무리 초강대국일지라도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구적인 해법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요. 우리에게는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심각한 지구적인 문제들이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세계인이 다 걸린다 해도 사망률은 2% 정도입니다. 모든 사람이 죽는 것은 아니에요. 지금 우리에게는 모두 죽을 수 있는 심각한 위협들이 있습니다. 핵무기가 즐비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핵무기가 발사될 수 있는 끔찍하고 어리석은 조건에 대해 잘 알 거예요. 그리고 기후변화라는 위기 요소가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점진적으로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그 상황에 다다르기 훨씬 전부터 모두의 삶은 참혹히 무너집니다. 여기에 자원 고갈 또한 서서히 세상 곳곳을 무너뜨리는 요인이죠. 코로나19가 가르쳐주는 수업을 제대로 배우고 있다면, 우리는 지구적인 문제에 대한 지구적인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어야만 합니다. 이는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 불평등에 대한 수업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지구적인 답을 찾도록 숙제하게 하는 막강한 스승님이에요. 이런 점에서 코로나가 중대한 위기로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어낼 거라는 것에 ‘예스, 맞다’고 말하겠어요. 단, 우리에게 지구적 문제에 대한 지구적 답을 찾는 숙제를 완수하게 한다면요.

 우리가 제대로 된 답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다이아몬드 어떤 사람들은 답을 찾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답 찾는 걸 거부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예로 들면, 마스크를 쓰지 않으려 하고 백신도 맞지 않겠다고 거부합니다. 답을 찾는 데 협력하지 않는 거죠. 한국이나 일본, 중국, 대만, 홍콩 같은 국가에서는 사람들이 훨씬 더 공동체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전체 구성원을 돌보려는 마음이 더 세심하게 작동합니다.

 작년에 서구 언론들은 동아시아인들이 방역에 성공한 이유를 독재를 경험한 나라들이 많아서라고 보도했는데요. 동아시아인들이 국가주의에 익숙하기 때문에 정부 방침을 잘 따른다는 말을 지금까지도 합니다. 공동체를 중심으로 행동하는(community-oriented)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라고 하니 반갑습니다.

다이아몬드 그들의 해석은 틀렸어요. 동아시아와 유럽과 미국이 다른 점은 독재 여부가 아닙니다. 왜 한국과 일본은 공동체 중심적이고 유럽과 미국은 아닐까요? 한가지 가능성은 농업의 역사와 관련합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주로 벼농사를 해왔어요. 유럽과 미국은 대부분 밀농사를 짓고 보리를 길러왔고 지금은 옥수수에 치중하죠. 밀농사는 개인주의적이에요. 밀을 재배하는 농부는 다른 농부와 함께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가서 밀씨를 뿌리면 됩니다. 밀이 다 자라면 또 자기가 거두는 거죠. 쌀을 재배한다는 것은 공동체 농사를 하는 겁니다. 알곡이 많이 맺히고 여물게 하려면 논에 물을 끌어들이는 관개 작업을 해야 해요. 농부 한명이 들에 나가 씨 뿌리고 돌보는 수준의 농사가 아니죠. 게다가 벼를 추수하는 작업도 공동체 활동이고요. 1만년 동안 동아시아 사람들은 벼농사 때문에 공동체 중심 문화를 형성하게 된 겁니다. 반면에 유럽인들은 9천년 동안 이어온 밀농사 영향으로 개인 중심의 문화를 이루게 됐습니다. 이것이 제가 주요 원인으로 꼽는 이유입니다. ‘왜 미국인은 정부에서 조심하자 하면 많은 이들이 따르지 않을까?’ 미국인들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나는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나의 자존감을 지키겠다’고요.

지난 5월20일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씨와 화상 인터뷰하는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 안희경 제공

가장 시급한 위기? 그 방식에서 벗어나라

 앞서 우리가 마주한 네가지 주요한 위기에 대해 말했는데요. 우리 문명이 마주한 위기들 중에 어떤 위기를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다이아몬드 사람들이 제게 무엇이 가장 시급한 문제냐고 물을 때마다 저의 답은 항상 이렇습니다. 가장 시급한 것, 가장 서둘러 돌파해야 할 문제란 가장 시급한 문제를 찾는 그 일을 피하는 것이다. 진지하게 하는 말이에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자, 우리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했다고 칩시다. 우리는 여전히 수소폭탄으로 죽을 수 있는 세상에 있습니다. 아니면 불평등이나 자원 고갈의 결과로 죽어나갈 수 있는 세상에 사는 겁니다. 만약에 가장 시급한 문제가 자원 고갈이라고 말한다 칩시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후변화로 전부 다 죽게 될 세상에 사는 거예요. 가장 시급한 위기를 찾으려는 그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한국의 경우, 북한과의 관계를 풀었다고 해서 남한에 있는 다른 모든 문제가 사라질까요? 남한에는 북한 말고도 다른 문제들이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갔을 때 여성의 역할에 대한 중대한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여성 기자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았는데, 그들은 모두 결혼하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것을 매우 거부하더군요.

 결혼 이후 경력 관리가 어렵고, 가부장적인 문화에 진력나 있으니까요.

다이아몬드 그러니까 북한과의 문제를 풀었다 해도 한국에는 젠더 역할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있고 이웃한 중국과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왜 제가 가장 시급한 문제에 대해 물었냐면요. 한국 사회가 우리 문명 전체를 보는 시각과 문제를 다루는 균형감을 갖기 바라서입니다. 한국에서는 기후위기 속에서 약자에게 더욱 가중된 고통이 빈번히 몰아칠 것이 뻔한데도, 성장, 신산업, 현금 지원을 해야 하냐 말아야 하냐 등의 기존 관성을 이어갑니다. 어떻게 하면 당신이 지적한 네가지 중대한 위기를 균형감을 갖고 대처할 수 있을까요?

다이다몬드 균형감을 언급하셨나요? 네가지 중대 문제를 풀고자 균형감을 갖고 다가가서는 안 됩니다. 그냥 네가지 위기를 동시에 전력을 다해 풀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위기들도 해결해야만 합니다. 반면에 정부는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우리는 갖고 있는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해야만 합니다. 미국 정부는 다행스럽게도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돈을 할당합니다. 또한 핵 문제를 다루는 데 예산을 할당하고 있어요. 이제 이란과 대화를 재개할 것입니다. 미국은 또 이전 행정부보다 훨씬 더 자원과 산림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도 헤쳐나가려고 합니다.

미국은 3억명을 내다 버렸다

 지난달(4월4일)에 나온 센서스 결과가 충격적이었습니다. 미국 성인 중 8.4%가 가끔 먹을 음식이 떨어졌다고 했고, 2.3%는 자주 먹을 것이 없어 배고픔을 참아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자연히 아동 빈곤으로 이어졌고요. 조 바이든 정부가 5살 이하 어린이에게 매달 300달러를 지급한다는 방안이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루스벨트 뉴딜로 탄생한 사회보장제도가 노인 빈곤을 줄였듯이 지금은 한시적인 방안인 이 아동 지원금을 영구화해서 아동 빈곤이 사라지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의 사회제도 정비가 국제적으로 유행하는 ‘뉴딜’의 기본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이아몬드 한국과 미국을 비교해보면 대조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 인구는 3억3천만명입니다. 한국은 약 5천만명이죠. 그런데 실제로 미국은 3천만명의 나라입니다. 미국은 약 3억명을 내다 버렸어요. 엄청난 불평등이 존재합니다. 한국에 있는 불평등보다 더 큰 불평등이 미국 안에 있습니다. 대다수의 미국인은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합니다. 반면에 한국인은 대부분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불평등 문제는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약점이죠.

 지난번 인터뷰에서 불평등 문제가 문명을 몰락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거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사다리 위로 더 올라가면 나만은 안전할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을 가진 이들은 구조를 개선하기보다 개인의 노력을 독려하지요.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바이든의 미국가족계획도 부자와 기업에 세금을 더 물려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안과 같이 나왔는데요. 한국의 주요 정치인들은 증세를 말하기 불편해합니다.

다이아몬드 다행히도 미국 정치는 세금 인상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주뿐 아니라 여러 주에서 증세를 논의하고 연방세 증액을 논의합니다. 전보다 많은 부자들이 가난으로 절망하는 미국인들이 많이 있는 한 자신들 또한 안전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기꺼이 세금을 더 내려 합니다. 제가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동안 세번이나 큰 폭동이 일었습니다. 가난한 지역에서 일어난 폭동입니다. 부자 동네 사람들은 곧 폭도가 자기 집으로 몰려와 파괴를 일삼을 거라며 두려움에 떨었죠. 실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알아요. 지금보다 더 심각한 불평등으로 빠진다면 부자 동네의 저택들은 불타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는 걸요.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이 현실은 우리에게 가난한 미국인들이 안전할 때까지 부자 미국인들은 안전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몽골이 안전하고 볼리비아가 안전할 때까지 결코 미국은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2019년 10월 한국을 방문해 독자들과 만난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 생리학자로 출발하여 진화생물학과 생물지리학으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김영사 제공

핀란드는 어떻게 대비했는가

 국제적으로는 급증하는 이주민 문제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후 난민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데요. 과학자들은 50년 안에 더워서 살 수 없는 땅이 현재 1%에서 19%로 늘어난다고 예견합니다. 세계적으로 농촌 경제가 무너지면서 지방 소멸로 국가 내 도시 이주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미의 경우는 허리케인에 코로나19로 도시 경제마저 파탄나면서 갱단의 납치를 피해 어린이들이 미국으로 걸어오고 있고요. 2025년이면 중앙아메리카에서 멕시코와 미국 국경으로 몰려들 기후 난민이 연간 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이아몬드 기후 난민은 벌써부터 발생했습니다. 그제(5월18일치) 신문에 아프리카를 가로질러 모로코로 온 이주민 8천명이 북아프리카 해안에 있는 스페인령 세우타로 진입했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난 때문입니다. 아프리카에는 정치적인 억압도 있지만 그보다 기후 문제가 심각합니다. 가뭄이 연이어 들었고, 피해 지역도 넓어지고 있어요. 이주민 문제는 불평등의 첫번째 인과입니다. 부자 나라들이 책임져야 할 결과지요. 불평등의 두번째 인과는 고통을 공유한다는 겁니다. 60년 전이라면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절망에 빠진다 한들 미국이나 한국에 아무 영향도 미칠 수 없었어요. 세계화된 지금은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공격받았습니다. 미국이 그들과 고통을 공유했죠. 테러를 겪은 유럽 국가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불평등의 세번째 인과는 적절한 공중보건 시스템이 없는 가난한 국가들의 질병이 세계로 퍼지는 겁니다.

 지금까지 코로나가 발생한 후에 언론은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말을 줄곧 해왔는데요. 무엇이 새로운 규범으로 자리 잡을까요? 우리는 무엇을 버려야 하고 무엇을 창조해야 할까요?

다이아몬드 두가지 새로운 표준이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앞서 이야기한 것입니다. 글로벌 문제에 대한 글로벌 해법의 중요성! 또 다른 뉴 노멀은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은 것인데요, 바로 지역적인 대비의 중요성입니다. 대다수 국가들이 코로나19에 대해 대비하지 않았습니다. 에이즈도 겪고 에볼라, 메르스, 사스를 겪었는데도요. 우리는 야생동물로부터 더 많은 질병이 나올 것을 대비했어야 했습니다. 미리 대비책을 세워놓은 국가의 예를 들어드리겠습니다. 핀란드입니다. 핀란드는 1939년에 소련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지독한 전쟁을 벌였어요.

 겨울 전쟁이라고 불리죠. 10대에서부터 장년까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남자가 전장에 나갔지만 패배하고 영토도 잃은 비참한 전쟁으로 기록됩니다.

다이아몬드 그 전쟁 동안 핀란드는 외국과의 무역이 막혔고 아무것도 수입할 수 없었어요. 핀란드에 있는 자동차들은 휘발유가 없어 멈춰버렸습니다. 차를 굴리려면 나무라도 때야 하는데, 그럼 목탄 엔진을 갖고 있었어야 했죠. 핀란드인들은 소련과 혹독한 전쟁을 치르면서 어떤 것이라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핀란드 정부는 매달 위원회를 엽니다. 전력망 붕괴, 국경 통제에 실패할 상황 등을 대비하는 논의를 해요. 그들은 3년 전 월례 회의에서 전염병이 창궐할 때 벌어질 위기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마스크를 비축했고, 코로나19가 왔을 때 보유하고 있었어요. 미국에는 마스크가 없었죠.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교훈은 지구적인 차원의 문제에 대한 지구적인 차원의 해법을 모색하는 것 말고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할 대비책이 있다는 겁니다.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예상하고 대비합시다.

 당신의 책 <대변동>에서 강조한 한가지는 올바른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대통령선거 철입니다. 리더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데요. 위기 속에서 어떤 지도자를 뽑아야 할까요?

다이아몬드 리더는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리더와 나쁜 리더가 있습니다. 미국은 최근 몇년 동안 좋은 지도자와 나쁜 지도자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고 있습니다. 위기를 이용해 혐오를 조장하고 잇속을 챙기며 지구적 위기마저 방관할 수도 있고, 위기를 맞아 근본적인 구조부터 고쳐 다가오는 지구적 위기까지 돌파하는 시도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 청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후보자에 대해 잘 살펴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최고의 후보를 알아내시기 바랍니다. 한국 정치에 참여하세요. 그리고 꼭 투표하세요.

상황이 나빠지는 속도, 세계 인구의 증가 속도, 숲이 잘려나가는 속도에 기후변화 진행 단계까지… 약 30년 후에는 모든 것이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됩니다. 만약 2050년까지 이 문제들을 풀지 못한다면, 죄송합니다, 우리는 너무 늦을 겁니다.
한국의 경우, 북한과의 관계를 풀었다고 해서 다른 모든 문제가 사라질까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여성 기자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았는데, 그들은 모두 결혼하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것을 매우 거부하더군요.

2050년은 말 그대로 붕괴의 시간

 2013년 인터뷰에서 우리 문명은 이제 50년 남았다고 말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우리의 일상과 문명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42년 남은 건가요?

다이아몬드 아닙니다. 30년입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상황이 나빠지는 속도, 세계 인구가 증가하는 속도, 숲이 잘려나가는 속도, 그리고 기후변화 진행 단계까지…. 약 30년 후에는 모든 것이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됩니다. 돌이킬 수 없어요. 제가 코로나19보다 더 크게 우리를 엄습하는 지구적 위기를 해결하자 호소하는 이유입니다. 만약에 2050년까지 이 문제들을 풀지 못한다면, 죄송합니다, 우리는 너무 늦을 겁니다.

인류사적·문명사적으로 거대 담론을 논했던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기존 저작과 달리 좀 더 구체적으로 현재와 미래의 세계에 집중한 책 <대변동> 한국어판 표지.

8년 전 50년을 30년으로 정정하는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쉰에 본 쌍둥이 아들을 위해 전력을 다해 문명의 붕괴를 경고해온 그이기에 애달픈 마음이 전해졌다. 그가 말한 30년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안하는 2050년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 협의체는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막아내기 위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하면 대재앙이 열린다는 예고였다. 그러나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30년, 즉 2050년은 말 그대로 붕괴의 시간이다. 옥스퍼드대학교 인류미래연구소 소장인 닉 보스트롬은 ‘문명 파괴’의 상황을 세계 인구의 15%가 사망하거나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50%가 감소하고 그 상태가 10년 이상 지속되는 상태라고 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2050년은 이보다 엄중한 시간이다. 오늘처럼 다수가 안락한 내일을 기대한다면, 가능성이 남아 있는 10년 안에 우리는 인류 문명의 생존 전략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다음 회는 ‘도넛 경제학’ 이론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구조로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옥스퍼드대학교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를 만난다. 유엔이 대안으로 꼽은 그의 순환 전략과 혁신을 위한 전략, 자본주의 위기 속 국가의 역할과 개인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글 싣는 순서

1. 재러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지은이, UCLA 지리학과 교수
2. 케이트 레이워스 <도넛 경제학> 지은이, 경제학자
3. 다니엘 코엔 파리 경제대 경제학 교수
4.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오래된 미래> 지은이, 로컬경제 활동가
5. 대니얼 마코비츠 <엘리트 세습> 지은이, 예일대 로스쿨 교수
6. 조한혜정 문화인류학자, 연세대 명예교수
7. 사티시 쿠마르 슈마허대 창립자
8. 미정

‘안희경의 내일의 세계’는 2021년 7월22일부터 8주간 매주 목요일에 실립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Jared Diamond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이자 문명연구가. 1937년 미국 출생.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생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UCLA) 지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생리학자로 출발하여 진화생물학과 생물지리학으로 영역을 확장해갔다. 2005년 영국의 <프로스펙트>와 미국의 <포린 폴리시>가 공동 선정한 ‘세계를 이끄는 최고의 지식인’ 중 아홉번째 인물로 선정되었다. 라틴어, 그리스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 여러 언어를 구사하며, 전미과학상, 타일러 환경공로상, 일본 코스모스상, 록펠러대학의 루이스 토마스상을 수상했다. 대표 저서로 퓰리처상을 받은 <총, 균, 쇠>를 포함해, <제3의 침팬지>,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 <나와 세계>,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 등이 있다.
2013년 12월에 만났을 때, 그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 시를 필사한다고 했다. 그날도 이탈리아어로 된 시를 필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83살인 지금은 팔굽혀펴기로 하루를 연다고 했다. 한시간씩 새를 관찰하며 산책을 하고 아침을 먹은 다음에는 피아노를 연주하는데, 인터뷰 날엔 동네 이웃인 첼리스트와 브람스의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소나타 1번>을 연주했다고 말했다.


문명의 미래를 묻는 사람 안희경
재미 저널리스트. 2002년 미국으로 이주, 문명사적 성찰과 대안 모색 등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있다. 세계 지성들과 코로나19의 원인과 이후 인류의 미래를 탐색하는 <오늘부터의 세계>, 세계적 마음 전문가들의 인터뷰집 <사피엔스의 마음>, 리베카 솔닛 등 세계 여성 지성들과의 대화를 엮은 <어크로스 페미니즘>, 재러드 다이아몬드 등 세계 지성 11명과의 대담집 <문명, 그 길을 묻다>, 노엄 촘스키 등 세계 석학 7인과의 대담집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윌리엄 켄트리지 등을 인터뷰한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 <이해인의 말>, 에세이 <나의 질문>과 다수의 번역서를 펴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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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총, 균, 쇠> 저자 "2050년, 우리 문명은 이제 30년 남았다" (daum.net)한겨레2021. 07. 22. 

 

 

 

 

 

<참고자료>

 

 

 

“라틴아메리카 아닌 인도아메리카로 불러야” (hani.co.kr) 한겨레 2008.8.16

차베스 ‘식민잔재’ 논쟁 재점화

 

 

신자유주의 넘어선 21C 사회주의가 뜬다 (hani.co.kr) 한겨레신문 2007년 9월 29일

우리시대 지식 논쟁

 

 

사회주의의 탈을 쓴 ‘자본주의 혁명’일 뿐 (hani.co.kr) 한겨레신문 2007년 10월 6일

우리시대 지식 논쟁

 

 

 

 

 

‘21세기 사회주의’ 향한 발걸음 뗐을 뿐 (hani.co.kr) 한겨레신문 2007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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