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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시대/고조선

2. 고조선의 강역 - 만번한은 어디인가?

대야발 2023. 11. 1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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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호

 

조선상고사

불조선의 서북 변경 상실

불조선이 신조선과 연합했다가 연나라에 패했다는 점은 이미 설명했다. 이때 상실한 영토가 얼마나 되는지 이제 설명하고자 한다. 《위략》에서는 “진개가 그 서쪽을 공격하여 2천여 리의 땅을 빼앗으니, 만반한을 경계로 삼았다”고 했다. 옛날 학자들은 조선과 연나라의 원래 국경이 지금의 산해관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개가 탈취한 2천여 리가 산해관 동쪽으로 2천여 리였다고 판단하고, 만반한을 대동강 이남에서 찾으려 했다. 하지만 이것은 크나큰 착오에 근거한 억측이다.

《사기》나 《위략》을 보면 진개가 탈취한 영토는 분명히 상곡(북경 서북쪽 근처_옮긴이)부터 요동까지였다. 그러므로 만반한을 요동 밖에서 찾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한서》 〈지리지〉에 의하면, 요동군에 문()·번한()이란 두 현이 있었다. 이 ‘문·번한’이 ‘만반한’이다.1) 문현의 연혁은 전해지지 않으나, 번한현이 지금의 개평(요동반도 서북부에 위치_옮긴이) 등지이므로, 문현도 그 부근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만반한은 지금의 해성(패수를 의미_옮긴이)·개평 부근이다.

그런데도 만반한을 대동강 이남에서 찾는 것은 왜일까? 만반한은 진개가 침공할 당시의 지명이 아니다. 훗날 진나라·한나라 때의 명칭이었다. 《위략》의 저자가 이것을 진개 당시의 지명으로 잘못 고증했을 뿐이다. 《사기》에서 말하는 ‘1천여 리’는 신조선이 상실한 영역을 가리키지만, 《위략》에서 말하는 ‘2천여 리’는 신·불 두 조선이 상실한 영역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어양·상곡 일대는 신조선이 상실한 영역이고, 요동·요서·우북평 일대는 불조선이 상실한 영토다. 만반한은 한사군의 연혁과 관련성이 밀접한 곳이니, 독자들은 이 내용을 단단히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1)

 

 

 

 

정인보

 

 

 

진개에게 쫓겨 만반한(滿潘汗)의 강역을 획정했다고 하는데 여기서 '만'은 '마(馬)'이고 '반'은 '변(弁)'이다. 얼핏 보기에는 만반한이 한 곳을 가리키는 것 같지만  《한서》 〈지리지〉에서 '문현(文縣)'과 '반한(潘汗)'이 별개의 땅으로 따로 존재하는 것을 볼 때 이 두 곳은 서로 다른 땅이었던 셈이다. 또한 강역을 정할 때 산천의 자연적인 경계라면 모르지만 도읍을 기준으로 삼으려면 길게 이어지는 지역이 여러 개여야 경계선이 만들어졌을 테니, 대체로 왕검(王儉) 도읍의 서북쪽 변방인 지금의 요양(遼陽) 이북【즉 양평 고성(襄平故城) 터】 인근의 제후국이었을 것이다.(2)

 

 

 

 

윤내현

 

 

고조선은 진개의 침략으로 그 서부의 넓은 땅을 잃었는가 하는 점이다. 그간 일부 학자들은 중국의 전국시대에 연나라의 장수 진개의 침략을 받아 고조선은 그 서부 2천 리의 땅을 빼앗겼다고 보았다. 이것은 삼국지 「오환선비동이전」에 주석으로 실린 위략의 내용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고조선의 서쪽 국경을 어느 지역으로 잡든 진개의 침략으로 말미암아 고조선의 서쪽 국경은 동쪽으로 크게 이동했을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근거하여 고조선의 서쪽 국경은 원래 난하 유역이었으나 진개의 침략을 받아 대릉하 유역으로 옮겨졌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진개가 고조선을 침략한 것은 연나라 昭王(서기전 312~279년) 때로서 전국시대 중기였다. 그런데 앞에서 이미 확인된 바와 같이 전국시대부터 서한시대에 이르기까지 고조선의 서쪽 국경은 변함없이 난하 유역이었다. 서한 초기에는 국경이 서한지역으로 이동하여 고조선의 강역이 확대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진개의 침략으로 고조선의 영토가 줄어들지 않았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진개의 침략은 일시적인 것이었고 그는 다시 후퇴했음침략한 후 국경을 삼았던 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진개의 침략이 일시적인 것이었음을 필자는 이미 고증한 바 있지만 그 요지만을 간단히 소개하겠다.

그러한 사실은 다음과 같은 기록을 통해서 확인된다. 위략에는 진개가 고조선을 침략한 후에 국경을 滿番汗으로 삼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滿番汗은 후에 서한시대에 요동군에 속해던 文(滿)縣과 番汗縣지역을 합해서 부른 명칭이었다. 이점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이론이 없다. 그런데 앞에서 이미 확인된 바와 같이 서한시대의 요동군은 진장성의 서쪽 난하 하류유역에 자리하고 있었다.

滿番汗이 난하 유역에 있었음은 다름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한서 「지리지」에는 番汗縣에 汗水가 있다고 주석되어 있는데, 수경주에 의하면 汗水는 지금의 난하 지류였다. 이와 같이 滿番汗은 난하 유역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진개가 고조선을 침략한 후 국경을 삼았던 滿番汗은 난하 유역에 있었던 지명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진개 침략 후의 고조선의 서쪽 국경이 진개 침략 이전과 차이가 없었음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진개는 고조선을 이시 침략하였다가 다시 후퇴를 했던 것이다.(3)

 

 

 

 

심백강

 

 

'만반한'이라는 지명은 『위략』 이외의 『전국책』, 『사기』, 『한서』, 『후한서』 등 다른 중국 고대 사서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한서』 「지리지」에 살펴보면 한나라의 군현 가운데 문현, 번한현은 있지만 만현이나 또는 만번한현은 없다. 그렇다면 이 '만반한'이라는 세 글자 가운데는 분명 빠진 글자가 있거나 아니면 한 글자가 틀렸다든지 어떤 오류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 실수의 주인공은 『위략』의 저자 어환의 착각일수도 있고 아니면 배송지가 인용하면서 범한 오류일 수도 있다. 아니면 후인이 일부러 필사하는 과정에서 하북성 동남쪽에 있던 요동국의 위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혼동을 주려고 글자를 바꾸어 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연 소왕시대의 요동군 양평이 어환의 남북조시대엔 만번한으로 변경된 지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만번한이라는 지명은 역사상에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지금 만번한이 오류가 분명한 상황에서 이를 실제 지명으로 인정하여 그 지역을 구체적으로 고증해내기는 어렵다. 다만 연과 고조선의 경계는 양평이고 그 지역은 오늘날의 요하 동쪽 요양이 아니라 하북성 진황도시 노룡현 서남쪽이었던 것이 두우의 『통전』과 『수경주』, 『후한서주』 등을 통해 분명히 밝혀졌다.

그러면 만번한은 오늘의 산동성 북쪽, 하북성 동남쪽에 있던 요동군 산하의 어떤 지명이 분명해 보인다. 굳이 그 지명의 소재를 찾는다면 만번한의 번은 하북성 장가구시 회래현으로 비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왜냐하면 『태평환우기』 「하북도 회융현」 조항에 "회융현이 본래는 한나라의 번현으로 상곡군에 소속되어 있었다"라고 말하고 그 아래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4)

 

 

 

 

 

<주>

 

 

(1) [네이버 지식백과] 불조선의 서북 변경 상실 (조선상고사, 2014. 11. 28., 신채호, 김종성)

 

 

 

(2) 정인보, 조선사연구, 우리역사연구재단, 206-207쪽

 

 

  

(3) 윤내현, 고조선연구, 일지사, 197-199쪽 

 

 

 

(4) 심백강, 중국은 역사상 한국의 일부였다. 바른역사, 78-80쪽

 

 

 

 

 

 

<참고자료>

 

 

 

신채호, 조선상고사, 일신서적출판,

신채호, 조선상고문화사, 비봉출판사, 2007

정인보, 조선사연구 상·하, 우리역사연구재단, 2012

문정창, 고조선사연구, 한뿌리, 1969

리지린 지음 이덕일 해역, 고조선연구, 말, 2018

유엠부틴, 고조선연구, 아이네아스, 2019

 

윤내현, 고조선연구, 일지사, 1994

윤내현·박선희·하문식, 고조선의 강역을 밝힌다, 지식산업사, 2006

윤내현, 우리고대사-상상에서 현실로, 만권당, 2016

윤내현, 고조선연구 상·하, 만권당, 2016

윤내현, 한국고대사신론, 만권당, 2017

윤내현, 한국고대사, 만권당, 2021

 

신용하, 고조선 국가형성의 사회사, 지식산업사, 2010

신용하, 한국민족의 기원과 형성연구, 2017

신용하, 고조선 문명의 사회사, 지식산업사, 2018

 

심백강, 황하에서 한라까지, 참좋은세상, 2007

심백강, 잃어버린 상고사 되찾은 고조선, 바른역사, 2021

심백강, 중국은 역사상 한국의 일부였다. 바른역사, 2021

 

이덕일, 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 역사의 아침, 2006

김운회, 우리가 배운 고조선은 가짜다, 역사의 아침, 2012

정형진, 고깔모자를 쓴 단군, 백산자료원, 2003

정형진, 한반도는 진인의 땅이었다, 알에이치코리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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